그러한 여행이 가져다 주는 것은 물론 휴식의, 즉 지친 몸과 마음을 자연의 품에 안기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 이제껏 일상의 흐름속에 어쩌다 한번쯤 마주쳤을 자신의 내면을 응시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긴 시간이 제공 된다.
그로 인해 정작 자신을 위한 일상의 노고가 자신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또한 그 외면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은 없는 지에 대한 자아와의 만남을 통해, 여행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활력을 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값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한편의 시가 바로 그러한 현대인, 즉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리거나 부족했던 자신의 자아와의 응시와 만남의 과정을 여행을 통해 드러내고 그것이 가져다 주는 것의 자족과 여유를 그려내고 있다. 마치 단편소설의 도입부와 같이 시작되는 이 시를 간략하나마 한구절 한구절 분해하듯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한다.
^^^▲ 황동규 <몰운대행> 표지^^^ | ||
방학에도 계속 나가던 연구실 문에 자물쇠 채우고/ 다음날 새벽 해뜨기 전 길을 나선다
고 하는 절차가 있다.
‘방학에도’ 가는 연구실이 아닌 ‘해뜨기 전’에 시인은 이전까지의 일상의 내부에서 ‘나간다’라고 한다. 일상은 안이 되고 여행은 외부가 된다.
시인에게는 일상이란 여행 없이 이루어 질 수 없으며 그 반대의 것도 같다. 따라서 시인의 시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분명하지만 그것은 서로 결속되어 있으며 시인 자신의 인생이 된다.
시인에게 있어 일상이란 출구가 없는 곳이다. 즉 ‘사람 피해 사람 속’ 일 수밖에 없다. ‘생맥주나 축내고 더위에 녹아내리는 추억' 이라 푸념하지만, 그 출구 없는 일상은 ‘간신히 차양’일 수 있다. 그러한 것에 그는 ‘문득’ 여행을 떠올리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출구가 없다면 시인은 여행을 바라는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시인은 ‘사람 피해 사람 속’이 아닌 ‘사람 사라진 사람 냄새’를 맡는다. 현실의 불가능이 일상의 내부라면 현실의 가능이 열리는 것이 여행의 외부가 된다.
시인의 시는 일상을 얘기하지만 동시 여행을 얘기한다. 또한 여행을 얘기하지만 일상을 동시 떠올린다. 그 두 가지에 대한 비교와 섞임은 시인의 인생과 자아에 눈 떠감을 의미한다. 내부와 외부의 고찰, 어느 한 가지 생략 할 수 없는 것이 시인의 지론이다.
여행지에서 시인은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몰운대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외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 외부는 여행은 시인이 떠나온 내부의 일상과 ‘도무지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일상과 여행에서 시인은 분열되고 타인이 되지만 그에 대한 간극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인에게 인생과 자신이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절제된 애정의 시선으로 시에 표출된다.
^^^▲ 황동규 <몰운대행> 표지^^^ | ||
그 바램의 것에 의미를 두는 것 또한 생략될 수 없는 것이다. 황동규의 이 한편의 시는 그러한 의미의 한 표출이라 할 수 있겠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자아와 대면하고 그대면을 통해 일상이, 일상의 질서가 강요했을지도 모를 자신 내면의 바램과 자아의 외면을 바로잡고 올곧게 응시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제시된다는 여행의 소중함을 이 시는 드러내고 있다.
이 여름 일상을 벗어나 모처럼의 자아와 떠나는 소중하고 재미있을 여행을 시도함도 좋을 듯하다.
^^^▲ 황동규 <몰운대행> 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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