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착각> 손바닥 정원은 그것을 알게 만든다
<고마운 착각> 손바닥 정원은 그것을 알게 만든다
  • 조성연
  • 승인 2003.07.1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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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물만 생각하면 불현듯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 진다

^^^▲ 고마운 착각^^^
우리는 기본적인 예의의 말로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산다. 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 도덕적이며 예의가 바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늘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하지만, 그 반대인 사람들이 더 많다.

'고마운 착각'이란 말은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해 볼 수가 있다. 처음부터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고마웠다는 뜻과 고마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어떻든 양립 중에서, 그것이 고마운 쪽이 되면 한층 더 고마워진다.

수필가 강석호는 그의 저서『고마운 착각』에서 그러한 점을 이렇게 쓰고 있다. 고향에서 감나무를 하나 얻어다가 손바닥만한 정원에다 심었다. 좁은 공간, 나쁜 공기, 척박한 토양 때문에 살아줄지 의심했지만 살아 줘서 고맙다.

나에게 늘 보는 즐거움을 주고 열매까지 맺어 주어서 더욱 고마운데, 괜한 걱정을 한 것을 생각하니 어리석다.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잘 자라주고, 사계절 따라 자연의 변화를 같이 숨쉴 수 있고, 가을날 결실의 경이로움을 주어서 탄복한다.

딱딱한 콩크리트 바닥, 가파른 돌계단, 시멘트 담벽을 대하며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에겐 크나큰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하며 고마운 착각 속에서의 감사를 말한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가 늘 감사할 줄 모르고 인색하게 사는 것을 감나무와 비교한다. 자연은 사람들에게 보답을 바라지도 않고, 모든 것을 어김없이 때맞추어 주고, 버릴 것은 버린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착각하며 고마워 할 줄을 모른다.

평론가 장백일은 그의 수필 세계에 대해 많은 부분들이 자연 친화적이라고 말한다. 자연과 역사는 수필을 낳는 어머니로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걸어갈 길을 열어준다. 그래서 좋은 수필을 쓰려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것이 그의 글 속에 있다고 말한다.

자기의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나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글들이 서정성이 있는 문학 작품이다. 사람들이 감흥을 받고 잘 썼다고 하는 좋은 글들에는 그러한 점이 있다. 자기가 경험했던 체험적 사실을 거짓없이 객관적으로 표출하여서 독자들에게도 공감대를 갖게 한다.

봄, 그리고 여름과 같은 계절에 관한 이야기, 어머니와 고향, 뒷동산과 들꽃, 바닷가와 나르는 물새, 어린 시절의 성장 이야기와 삶에 대한 어떤 욕구, 행복과 어려웠던 시절의 일들, 사랑과 배반, 그리고 좌절, 자기의 사상과 우주관, 종교적 기댐에 대한 근본적인 인간의 본능과 관련한 것들이다.

좋은 수필 역시 자연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되고, 그 속으로 벌거벗고 들어갈 때 아름다운 글을 쓰게 된다. 시멘트 바닥보다는 황토 흙이, 전자제품보다는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대바구니가, 시장바닥보다는 흙 냄새가 풍기는 콩밭이 더 서정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것이 된다.

강석호의 『고마운 착각』속에서는 그러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박꽃」「신록의 서정」「이 후회의 계절에」「고마운 착각」「뜻밖의 선물」「난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을」「고모님의 나물사랑」「물안개와 쑥 냄새」「신도시의 달밤」「은행나무와의 사연」「서해의 달빛」등에서 그러하다.

그 새콤한 박나물만 생각하면 불현듯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농촌의 멋, 그리고 모정이 샘솟는 박을, 오랜만에 그것도 현대문명의 위력이 질주하는 고속도로변에서 보니,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뙤약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김매는 농부에게 밭머리에 드리워진 오동나무 그늘이 없었던들 그는 숨이 막혀 쓰러졌을 것이다. 동구 앞 우물가에 한 그루의 정자나무가 없다면 우리의 농촌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숲이 없었다면 '채털리부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고 「실락원」의 별은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창조주는 때때로 인간에게 시련을 주어서 그 됨됨이를 시험하지만 인간은 그 시련을 한시도 감당하지 못하고 하늘을 원망하고 만다. 조금만 날씨가 더워도 이놈의 날씨, 조금만 비가 내려도 이놈의 하늘이 구멍이 났나하면서, 분별 없이 불만을 내뿜는다. 인간이란 얼마나 변덕스럽고 간사한 동물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떤 때는 당신의 아들에게는 빈손이면서 내게만은 빈손이 아니다. 고모가 주신 나물은 고사리, 죽순, 아주까리 잎, 고구마 줄거리를 말린 것들이다. 그 하나 하나가 손수 심고 가꿔서 말리신 것이다. 이런 나물들은 입맛을 돋워서 육식과 인스턴트 식품에 젖은 가족들에게 음식이기보다는 보약이다.

그는 단풍에 대해, 그것은 병든 쇠잔이 아니라, 초목들의 자기 완성이요, 결실이다. 그들이 봄부터 잎을 피우고 여름날 왕성한 잎을 휘날리며, 어떠한 장애가 몰려오고 서운함이 있어도, 성장의 노력을 게을리 않는 것은, 가을날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래서 단풍은 초목들이 만들어 내는 최대의 보람이며, 아름다움의 향연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 『고마운 착각』은 시장바닥에서 떠들어서 소음이 묻어나는 산문이 아니다. 수필이 지녀야 할 자기 체험적 사실들이 지성으로 여과되어 세련된 문체로 표현된 글들이다. 군말이 없고 진실이 담겨져 있는 산뜻하고 간결한 감수성의 산문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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