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 운동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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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 운동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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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엄마요? 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요즘 임 형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얼마 전 회사를 옮기면서 회사 내 사택으로 이사를 간 후, 집이 조금 멀어진 때문이기도 하고 회사의 일이 바빠진 탓이기도 하다. 때문에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서 가족끼리 가지는 정기모임 말고도, 평일에도 이런저런 별별 이유를 들면서 만나곤 하던 모임이 조금 뜸해졌다.

조금 약이 오른다. “세상 살아가면서 바쁘지 않은 사람 어디 있남! 몸이 멀리 이사를 가니까 마음도 따라서 멀리 간 거야!” 이렇게 괘씸한 생각이 들다가도, 한번씩 전화를 해서 “형님, 요즘 별일은 없지요. 제가 좀 바빠서 자주 못 만나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운한 마음이 싹 가셔버린다. ‘임 형이 고생이 많구나. 그래. 힘들긴 힘들겠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간사한 것이다.

그래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그런데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바뀌게 마련인 마음을 굳게 졸라 맨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임 형이다. 바빠서 나를 보러 올 시간도 없는 임 형이, 틈틈이 짬이 나는 시간마다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으와-. 운동...’ 나는 운동이라면 무지 싫어하는 사람이다. 임 형에게도 운동이 건강에 좋다고 수차 권하긴 했었다. 그런데 임 형이 정말 운동을 했다는 소리를 듣곤 적잖게 놀랐다. 내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속마음으로는 ‘그런다고 정말 운동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운동을 안 해도, 바른 말은 해야지. 나는 안하지만 운동은 건강에 좋은 거예요.” 얼마 전에도 나는 그런 말을 했었다. 그래 내가 싫어하긴 하지만 운동이 좋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다고 진짜 운동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 운동을 임 형이 벌써 한달이 넘게 계속하고 있다.

회사일이 밤늦게 끝나면 늦은 대로, 밤늦게 사택 옆 회사운동장을 몇 바퀴씩 달린다고 한다. 한번은 그 넓은 운동장을 뜀뛰기로 한바퀴를 다 돌았다고 했다. 그리곤 온몸에 알이 배겨서 죽겠다고 한다. “운동도 좋지만 쉬어가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게 살살해.” 좀 미운 생각이 나서 그렇게 말하면 “아이고 형님, 하루만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더 아파요. 그리고 한번 안하게 되면 꾀가 나서 다신 운동을 못하게 될 것 같아요. 할 때 계속해야지...”

밉긴 하지만, 참 대단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매주 토요일 가족모임에도 늦게 나타난다. “막내가 제일 늦게 오면 어떡해.” 하고 따끔하게 한 소리를 하면, “운동하고 왔어요. 직원들하고 축구 한 게임 하느라고...” 라고 변명을 한다. 그놈의 운동을 하라고 바람을 넣은 사람이 바로 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겨우 하는 말이 “좀 작작하지...” 정도다. 그러면 또 “하루라도 쉬면 안돼요. 운동은 할 때 계속해야 되요.” 왠지 자꾸 얄미워진다.

그러다 어느 날 술기운이 오른 뒤 조금 진지하게 평소의 변명과는 다른 말을 했다. “형님이 늘 말씀하시는 대로, 저도 담배 끊으려 노력 많이 해요. 저라고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걸 모르겠어요? 사실은 요즘 운동하는 것도 그래서 그래요. 운동을 하면 확실히 담배를 덜 피우게 되요. 그리고 담배를 오래 피우면 폐활량이 줄어든다는데, 운동으로 심폐기능을 길러놓으면 고생을 좀 덜 할 것 같아서...”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한마디를 덧붙인다.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애 엄마는 목소리만 크지, 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아. 이건 또 왼 난데없는 감동의 물결인가. 임 형이 요즘 얼굴을 잘 보이지 않으면서까지 그렇게 운동에 매달리는 데는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단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알았어. 하지만 적당히 해. 적당히...” 라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하면서도 나는 그가 새롭게 보였다.

‘그래 내가 과연 동생하나 두긴 잘 두었어. 암! 잘 두었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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