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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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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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보다 한 사람의 존엄이 먼저이다

 
   
  ▲ 숭례문 화재 현장마지막 살수를 하며 불을 끄는 장면. "내 마음도 다 타버린 새벽' 이었습니다.
ⓒ 뉴스타운 홍기인 기자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야.
- 남대문 방화범 칠순노인의 절규 -

지난 2월 10일은 설날연휴가 마무리되는 일요일, 남아있던 즐거움이 부끄러움으로 돌변하던 날이었다.

그날 밤 9시 직전 남대문이 타기 시작하여, 다음날 이른 새벽에 마침내 흉측한 골격만 남기고 무너졌다.

화마에 고립된 현판 “崇禮門”이 소방차 물길 사이로 뉴스특보의 앵글에 잡혔을 때 국민 모두는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불길에 비추어진 그 검은 편액(偏額)은 마치 세워진 영정처럼 보였고, 우리에게 새삼스럽게 다가왔었다.

아, 통칭이 남대문이고 본명은 숭례문이었구나! 그리고 사람들은 일제히 “숭례문이 없어졌다”고 아우성쳤다. 참상이 일어나고 열흘을 넘겼지만, 불 탄 남대문을 애도하는 인파는 성난 구름처럼 갈수록 몰려들고 있었다. 아니,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국보 1호로서 “숭례문”을 알아 모셨던가. 숭례문의 돌연한 붕괴에 역설적으로 나라의 문화등급이 뛰어올랐다.

미국하면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을 떠올린다. 일본하면 후지산, 중국하면 만리장성이 일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외국인들은 한국하면 일단 서울을 연상할 것이나, 서울의 일감으로 바로 숭례문을 그리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대신 석굴암 본존불이나 독특한 글씨 한글을 기억해낼 것이다. 비슷하게 세계 151개국에 퍼져있다는 560만 해외교포들도 서울의 남대문이 조국을 대표하지 않을 것이다.

아리랑! 아리랑의 선율이 코리아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아리랑은 따뜻하고도 애달픈 한민족의 서정을 잘 담아낸 민요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위곡으로 선정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날 아리랑 연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전자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고 전한다. 듣는 도중 몇 번 씩 흥이 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적이다. 심사를 맡았던 서구 작곡가들의 한결같은 찬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재를 중요 등급에 따라 우선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 비지정문화재로 구분한다. 그리고 국가와 시도에서 지정한 문화재는 형태에 따라 크게 유형문화재, 기념물, 무형문화재, 민속자료 등의 4가지로 나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유형문화재를 보물이라 칭한다. 보물 가운데 특히 인류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래가 드문 것을 국보로 지정하여 특별히 관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보는 310점에 이른다.

서울 숭례문이 국보 1호라 해서 모든 문화재 중에 으뜸이란 뜻은 아니다. 일정시대부터 내려온 문화재관리부에 등록된 순서에 불과하다. 가령 24호 석굴암 석굴, 32호 해인사 대장경판, 70호 훈민정음, 87호 금관총 금관 등이 1호보다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호라는 숫자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정문이란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에서 1972년부터 지정한 인류공동의 재산이 있는데 여기에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기록유산, 무형유산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는 서울 창덕궁(사적 122호) 등의 8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직지심체요절(하권만 프랑스에 보관) 등의 4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종묘제례(중요무형문화재 56호) 및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1호) 합쳐 1점이 세계무형유산으로 현재 선정된바 있다. 북한에는 고구려 고분 1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문화유산은 원래대로 보존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문화유산헌장이 1997년에 제정되었다. “문화유산은 우리겨레의 삶의 예지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보배이자 인류문화의 자산이다. 유형의 문화재와 함께 무형의 문화재는 모두 민족문화의 정수이며 그 기반이다. (중략) 따라서 온 국민은 유적과 그 주위 환경이 파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후략)”

하나의 문화재를 놓고 개방할 것인지, 아니면 보호할 것인지 상충하는 갈등이 생긴다. 문화재 관리의 어려움은 이런 모순 사이의 균형이다. 이런 역설적 모습은 하나의 정권을 놓고 진보와 보수가 서로 대결하는 정치판과 비슷하다.

2005년도 서울시민들이 뽑은 올해 으뜸 시정은 “청계천 복원공사 준공”이었다. 이어 2005서울시정 10대뉴스에는 도심 속에 개장한 생태공원 “서울숲”이 2위, “광화문 횡단보도 설치 및 숭례문 광장 조성”이 3위를 차지했다.

2006년 3월 당시 서울시장 이명박은 “숭례문 100년만의 개방”이란 이벤트를 연출했다. 이에 따라 중구청은 개방시간을 평일의 경우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시행했다가, 9월부터 마감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했다. 그러면서 연장된 시간인 오후 5시-8시에는 경비용역회사에서 위탁관리하게 했다.

월 30만 원정도 받은 KT텔레캅은 형식적인 관리로 일관했다. 또 재해복구공제 명목으로 가입돼 있는 보험금은 1억 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에 숭례문이 잿더미만 되지 않았다면 서울시청, 중구청, 문화재청 모두는 나라살림을 알뜰히 산 공로로 표창을 받을 만했다. 숭례문이 사라지자마자 문화재청은 "200억 원에 3년이면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이명박 당선인은 “개방 때 보호를 다하지 못한 내 탓이요”를 생략한 국민성금을 꺼냈다가 큰코다쳤다. 책임은 누구도 안 졌다.

숭례문 사고 초기는 지붕에만 물을 뿌리는 간접 진화로 대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직접 살포에 들어가기까지는 무려 72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구청, 문화재청, 소방본부 삼자 간의 진화 방법에 대한 책임소재를 확인하다 걸린 시간이다. 밤 10시께 불꽃이 번지면서 사태가 악화되자 강경한 진압방식으로 변경됐다는 후문이다.

인터넷에 “숭례 5적”으로 전현직 서울시장을 위시하여 관련된 다섯 장(長)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과격한 주장이 떠돌기 시작했다. 다른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촛불로 시작해서 화재로 끝난다고 야유했다. 그런데 방화범 채(70) 씨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모두들 침묵하고 있다. 사실은 그런 무관심에 칠순노인은 반항했던 것이었는데...

국보 1호 소실사건은 다시없는 국가적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고통의 초점을 놓치고 있다. 숭례문 600년 혼(魂)의 죽음보다 인생 70년 혼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돈으로 따질 수없는 국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존엄은 한갓 물건보다 더욱 귀중하다. 그것이 어떠한 역사적 의미를 가졌다 할지라도 그렇다. 인간원리가 경제원리에 매몰되고, 정치논리에 떠밀려버린 현실이 잘 드러난 숭례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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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웅 2008-03-23 19:59:27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오랜 한민족 역사속의 자랑스럽고 숭고했던 그런 우리의 보물 1호인 숭례문의 화재는 정말 절망속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항상 사건이 있은 후 아쉬움과 왜 진작 좀 더 세심하게 관리 하지 못하였는가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만은 좀 더 빠른 대응으로 대처하였다면 최소한의 피해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작정하고 마음먹은 담에야 어찌 그를 당할 수 있겠냐 만은 그래도 빨리 대처하여 조금이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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