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월 19일 하오 1시 50분경, 우리나라 최북단 동해에 위치한 어촌인 대진, 거진, 속초 등지에서 명태잡이 하러 이른 새벽부터 출어한 60, 70척의 조그마한 어선들이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바다 가득 그물을 쳐놓고 있었다.

가슴 조이며 기다리던 명태떼가 드디어 나타났다. 어부들은 명태떼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선의 기쁨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명태떼가 휴전선(북한 38도 36분 45초)을 향해 북상하자 어부들은 북상하는 명태떼를 그냥 놓아둘 수는 없었다.

우리 해군 소속의 어로보호 작전 중이던 PCE 56함(당진호=650톤, 함장=김승배 중령, 승무원 79명)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계속 요란한 방송을 했다. “북상을 중지하라! 북상을 중지하라! 어로저지선을 넘지 말라! 여기는 56함, 여기는 56함! ”

그러나 여러 식구의 생명이 달린 이들 어부들의 귀에는 이 소리가 들리기 앞서 달아나는 명태떼에게만 눈이 쏠려 있었다. 56함도 이들 북상하는 2-3척의 어선을 따라 계속 방송하며 따라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북괴의 발악이 시작된 것이다. 19일 하오 2시 20분경, 북괴 해안 지역인 수원단 동쪽 6마일 지점에서 돌연 북괴 해군의 PBL 2척이 불쑥 나타났다. 이들은 이미 사격자세를 취하고 휴전선 너머로 어선들을 납치해가려고 바싹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56함도 어선들을 남하 시키려고 선두 어선을 바싹 따라가며 북괴 함정에 접근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북괴 해안인 수원단 동남쪽 4.5마일 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꽝! 꽈쾅!” 지축을 흔드는 요란한 포성과 함께 북괴 해안 동굴기지 육상포대에서 뿜어나오는 불길.

우리 56함을 향해 20여분간을 쉬지 않고 포탄을 뿜어댔다. 56함도 즉각 응사자세를 취하고 포신에서 불을 뿜었다. 적의 2-3백여 발과 1백여발의 포탄의 대결이 폭음과 함께 잔잔하던 동해의 물결을 소용돌이치게 했다.

소나기처럼 작열하는 포탄의 포화 속에 우리 56함의 기관실, 브리지, 갑판 할것없이 부서지고 전우들은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전신이 파편창을 맞아 피투성이가 된 함장 김승배 중령은 브리지에 쓰러진 채 두 손에 지휘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전 장병은 최후까지 위치를 사수하라! 침착성을 잃지 말고 어선을 먼저 보호하라!” 실로 처절한 해상의 격돌이었다. 포화 소리에 근처에서 어로 보호 업무를 수행 중이던 71함(DE경기호)과 53함, 63함이 급거 출동하여 엄호사격에 나서 선단을 보호하며 구조를 서둘렀다.

“꽝!” 적탄이 우리 56함 후기부에 명중한 것이다. 선체는 크게 동요했다. 56함은 하는 수 없이 앞쪽 기관만을 조종하여 지그재그로 운항을 계속했으나 적의 제2탄이 다시 앞쪽 기관실에 명중한 것이다.

드디어 우리 56함은 정지했고 이어 통신실, 포대 등에 8발의 적탄이 명중, 선체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나 함장 김 중령은 함교에 적의 포탄이 떨어져 4-5명의 장병이 한꺼번에 쓰러지자 상의를 벗어 덮어 주면서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2시 31분, 포성은 멈추었고 56함의 선체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급기야 부함장 황중식 소령이 중상을 입은 함장을 대신해서 소리쳤다. “전원 퇴함하라! 전원 퇴함하라!” “환자를 먼저 내려라! 환자부터 먼저 내려라!”

함대원이 함상에 없는 것을 확인한 김 중령은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암호사 김영석 하사는 56함뿐만 아니라 전 해군의 암호가 들어있는 비밀문전을 모조리 침전대 앞에 놓았다가 “퇴함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침전대에 침몰시켜 없앤 후 퇴함했다.

그리고 통신실에 있던 정완섭 병장은 포탄으로 CIC룸의 레이다가 고장, 전탐기능이 상실되고 퇴함 명령이 내리자 극비 서류 21MC 지전탐일지를 허리띠 아랫배에 감아묶고 바닷속에 뛰어들어 헤엄치기 시작하여 53함에 구조되었다.

56함에 퇴함한 대원들이 구조선에 올라 뒤를 돌아 보았을 때였다. “꽝!” 천지를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불기둥을 뿜으며 마지막 선수가 물속 깊이 잠기는 순간이었다. 이때가 19일 하오 2시 34분, 장렬하게 침몰하는 애함을 지켜보는 해군 용사들의 눈에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서렸다.

이 전투에서 56함 승무원 79명 중 51명이 구조되었으나 구조 후 사망이 11명, 실종 28명, 도합 39명의 아까운 해군 장병들이 애함인 56함과 함께 장렬한 전사를 했다. 한편 이같은 북괴의 만행에 대해 당시 김영관 해군 참모총장은 “앞으로 어떠한 북괴의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동해를 비롯, 해군 전함정에 비상전투태세가 발동되어 적의 도발시 즉각 반격, 보복할 만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굳게 다짐하였다.

또한 이날 오전 11시 판문점 제 239차 군사정전위원회 대회의에서 유엔군 측 치코렐라 소장은 19일 북괴의 경고없는 공격으로 우리 56함이 침몰된 것에 엄중항의하고 공산군측의 야만적이고 악랄한 휴전협정 위반을 규탄했다.

그러나 북괴의 철면피한 답변은 오히려 우리 56함이 침범했으며 격침은 자위적 행위라는 상투적인 궤변을 늘어놓았을 뿐더러 56함 침몰 뒤 71, 66, 53함이 자기네 영해를 침범했다고 이의 처벌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41년 전 북괴의 적반하장 격인 태도는 좌파정권이 종식되는 2008년 2월까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