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1에서 번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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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에서 번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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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 너머로 n-1의 다양성이 나타나다

 
   
  ⓒ 하나투어  
 

나는 몸으로 생각한다.
고로 몸이 존재한다.

-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작품의 왈 -

뉴질랜드는 지구 남반부의 극동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밀도가 희박한데다 사람들이 주로 북섬에 거주하여 남섬에는 인적이 드문 오지가 많다.

퀸스타운(Queenstown)은 작은 촌락에 불과하지만 찾아온 나그네에게 손때타지 않은 환경을 마음껏 베푸는 명소이다.

이 휴양지는 길이가 77Km에 이르는 S자형 와카티푸 호수의 허리쯤에 숙소를 차렸다. 관광객이 밖으로 나서면 바람결, 물결, 눈결 닥치는 대로 미끄럼 타며 자연 그 자체를 즐기도록 도와준다.

하켓(Hackett)은 퀸스타운 출신이다. 그는 퀸스타운 지역에 높이 43m의 카와라우 다리 번지점프(Bungy Jump)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고, 사업으로도 크게 성공하였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네비스 번지점프 역시 그가 설치했는데, 무려 134m이다. 점퍼가 여기서 자유낙하할 때 무중력을 체험하는 시간은 8.5초다. 그러나 지표면에 밀집한 공기저항을 무시한다면, 달착륙선 프로젝트 계산에도 적용한 뉴턴(1642-1727) 역학에 따르면 5.2초이다.

등속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자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눈 밖의 풍경이 뒤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속 페달을 밟거나, 커브를 틀 때만 수평방향으로 몸의 압력을 받으면서 “나의 움직임”을 의식한다. 공기가 없다면 134m 점프에서 지표면을 통과할 때 가속된 시속은 183Km에 달한다. 번지점퍼는 가속되기 때문에 자기의 추락을 “눈으로 본다.”

지상(地上)이 우주공간과 다른 점은 수직방향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지표면에 서있는 사람은 발이 지구중심으로 이끌리는 힘을 받는데, 그만큼 땅바닥에서 반사되어 머리는 하늘 쪽으로 가속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중력은 반대 방향의 가속도와 같다. 1916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1879-1955)의 일반상대론은 이런 단순한 발상에서 나왔다.

아인슈타인은 가속도를 다만 시공간의 기하학적 굴곡으로 보았다. 시공간의 곡률이 제로가 되는 곳은 무중력 지역이다. 이곳은 중력에서 벗어나는 상태를 가진다. 아인슈타인은 이와 같이 시공간의 굴곡이 없는 점을 관측의 기준으로 잡았다. 지구 중력권에서 무중력이 고정된 지점은 지구중심뿐이다. 중력권에 있는 지구의 모든 물체를 다자(多者) n이라 한다면, 유일한 무중력 지점인 지구중심은 일자(一者) 1이다. 따라서 n-1은 역동적인 시공만 남는다.

사람이 새처럼 하늘을 수평이동 하더라도 중력을 느끼는 한 다자 n에 속한다. 그러나 번지점퍼처럼 수직으로 자유 낙하하는 사람은 무중력 상태의 지구중심과 시공이 일치하기 때문에 그 몇 초만큼은 일자 1로 남게 된다. 그는 왜곡된 지구의 시공 안에서 곡률이 제로가 되는 평탄한 우주로 가로지르고 있을 뿐이며, 그런 상태는 시공의 지존으로 자임할 수 있다.

들뢰즈(1925-95)는 n-1 리좀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리좀(rhizome)은 식물의 뿌리줄기이며, n-1 리좀은 나무에서 굵은 줄기 하나를 뺀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면 리좀은 잔뿌리만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유일한 지존이 사라지면 역설적으로 모두가 다양성을 살리며 센터와 로터리로 역할하게 된다. 시작도 끝도 중심도 없는 사고의 틀이다.

들뢰즈의 n-1은 전승되어 내려온 이념의 계보를 제거한 나머지이다. 그것이 신(God)이라면 유일신 전통의 서양문명은 다양성을 위하여 사라져야 한다. 리좀은 열려있고, 살아있는 네트워크로서 인도신화에 나오는 “인드라 망”과 비슷하다. 화엄경에 나오는 중중무진(重重無盡)과 예불 때 읊는 제망찰해(帝網刹海)는 무한히 연결된 제석천의 파노라마를 그린듯하다.

무한이 나서서 설치면 풀이가 사라질 수 있다. 생각하기 쉽게 가로세로 19줄을 무한대로 펼친 바둑판으로 대치해 보자. 그런 바둑은 마지막 수가 없어서 제아무리 이창호와 이세돌이 맞붙어도 승부를 가릴 수 없다. 정석은 물론 행마법이니 사활의 급소도 따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바둑이 현실에서 다양하려면, 판의 크기가 유한하고 승패가 명확하게 갈려야 한다.

한 집단은 지존이 없어야 n-1의 다양한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 가령 회원제 바둑동호회에서 자유롭게 서로 게임을 즐기되, 연말대회 선수를 따로 뽑는 방법을 구상해보자. 첫째, 고수의 무게를 예우한다. 둘째, 출석률과 다대국자를 우대한다. 셋째, 기준 판수를 정하고 승률을 중시한다. 넷째, 모임을 위해 봉사하거나 성금으로 돕는 회원에게 가산점을 준다.

그러나 n-1 다양성을 현실로 구체화 하는 일은 녹녹치 않다. 수험생을 성적순에 따라 일렬로 세워 선발하는 대학입시의 경우, 최선이 무엇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가령 사회와 과학 두 과목은 상이하다. 10점 만점에 5점, 5점 맞은 A와 1점, 9점 맞은 B가 있다면 산술평균은 둘 다 5점씩 같다. 하지만, 학과에 따라서 A와 B 누가 더 적합한지 판별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다원화 사회구조에서는 다른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획일적인 산술평균을 벗어나 과목에 따라 무게를 다르게 주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 RMS(제곱-평균-제곱근) 값을 도입하여 함께 참고할 필요도 있다. RMS 평균을 실용한 예는 직류에 대등한 교류의 실효값인데, 그 수학적 함의는 2차원적 평균이란 점이다. 위의 RMS 값은 A가 5점, B가 6.4점 나온다.

통계는 사회과학 이론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평균은 통계의 대푯값으로, 일부 표본만 조사하여 평균과 함께 오차범위를 밝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표본의 개수 n은 평균을 구할 때 나누는 수이다. 여기서 1부터 n-1번째 데이터까지는 무작위(random)로 추출하더라도 n번째 데이터만 임의로 잡아주면 모집단의 평균에 근접할 수 있다. 따라서 n-1은 표본의 자유도(degree of freedom)라 부른다. 다자의 자유를 위하여 일자의 희생이 요구되고 있다.

n이 자연수일 때 n차원 도형의 주변은 n-1차원이다. 위상수학은 미소공간과 거대공간을 하나로 결합하는 수학이다. 어떤 위상공간 T가 n차원 다양체라면 T의 경계공간은 n-1차원 다양체이다. 뒤집어 말하면, n-1차원 다양성은 n차원 공간의 표면이나 그림자를 나타낸다.

헬렌 켈러(1880-1968)는 눈멀고, 안 들리고, 말 못하는 3중고 장애너머로 n-1차원 다양성을 나타내었다. 그녀의 n차원 본 공간은 감사와 감격이었다. “만약 내가 사흘간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엔 나를 가르쳐주신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분의 얼굴을 바라보겠습니다. (중략)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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