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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아들의 덫에 걸린 국보급 문화재

 
   
     
 

질긴 러프보다는 벙커에서 빠져나오는 게 훨씬 쉽다.
- 탱크 최경주 프로골퍼 -

골프경기에서 '파5홀'의 공략은 티샷(T-shot) 다음의 두 번째 샷에서 전망이 갈릴 때가 많다.

이 지점에서 페어웨이(fairway)가 각진 코스도 많지만, 경기자가 대개 승부에 너무 집착하다가 낭패 보기 일쑤다.

프로들도 곧잘 공을 러프(rough)에 떨구거나, 벙커나 물 해저드(hazard)에 빠트린다.

다행히 세 번째 스트로크(stroke)에서 공을 시원한 그린 위로 올린다면, 이제 버디(birdie) 잡을 퍼팅(putting)으로 이어진다. 야호, 공이 홀컵에 빨려 들어간다 !

벙커(bunker)는 풀밭 가운데 턱을 지고 내려앉은 하얀 모래웅덩이이다. 공의 진로를 막기에 벙커는 경기자에게 위기이다. 가능하면 페어웨이 곳곳에 도사린 이런 해저드를 비켜가야 하겠지만, 선수쯤 되면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초원과 함께 사막도 “탱크”에겐 넘어가야 하는 하나의 루트일 뿐이다. 일류 선수는 평소의 자세가 역발상이다. 위기를 기회로 열어간다.

미국프로골프(PGA) 지난 주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탱크 최경주가 세계랭킹 7위까지 껑충 뛰었다. 지난 해 2007년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톱10에 진입했던 그는 벙커샷이 남다른 특기다.

최경주는 어릴 때부터 완도 명사십리 바닷가에서 “모래 위의 공”을 웨지가 닳도록 단련했다고 한다. 그가 터득한 벙커샷 감각은 "공 뒤의 모래를 때린다"는 것이다.

"공 뒤의 모래를 때린다"는 임팩트 타법은 하나의 아포리즘이다. 이 지침에는 공과 모래 사이가 둘로 나뉘어 있지 않다. 모래를 공의 적으로 강퍅하게 몰아 불가촉상대로 보지 않는다. 이런 비결은 평범하지만, 장애물까지 “한 몸”으로 연결시켜 따뜻하게 마음 쓰는 모습이 그 조감법이다. 최경주가 크리스털처럼 빛나기까지 그의 온유함이 배경에 깔려있을 것이다.

음향에서 신호(signal)와 잡음(noise)의 관계는 불가분이다. SNR(신호대잡음비)에서 고품질의 지표로 삼는 120dB을 예로 들면, 이 수치는 신호 백만 분의 일이 잡음인 정도를 나타낸다. 잡음은 외침으로 들어오는 것과 배경으로 들어있는 것의 둘로 구분하는데, SNR 값은 외침 잡음만 줄일 수 있다. 배경 잡음은 근원에서 기생(parasite)하는 것으로 피할 수 없다.

벙커의 모래는 사운드의 파라짓(배경 잡음)에 해당된다. 만약 그 모래 안에 예기치 못한 돌멩이가 숨어있었다면 이것이 노이즈(외침 잡음)를 구성한다. 일상의 소음은 파라짓이다. 깊은 산사에서 태곳적 적막감에 빨려들 때가 있는데, 이는 도회지의 소음에 절은 우리의 몸이 그 즈음에서 관음(觀音)으로 풀려난 찰나가 아닐까.

청각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나지만 잠재의식에 가파른 문턱(threshold)이 있다. 그 문턱 너머로 산시(山詩)는 짜릿하게 번득인다.

공산(空山)에도 음향은 남아있다. 벌레, 산새, 짐승 소리는 때로 불쑥 터지기에 산의 노이즈로 치더라도 진동, 바람, 물결 소리는 바탕에 깔린 산의 파라짓이라 하겠다. 산사의 풍경, 목탁, 염불 소리를 시그널로 본다면, 산사의 시그널은 공산의 파라짓 위에서 힘을 받는다. 시그널과 파라짓은 귀천으로 양분되지 않고 “공과 모래”처럼 불이(不二)의 일체를 이룬다.

한국이 IT강국으로 급부상한 공로는 이동통신에 있다. 그 비결은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 채택했기 때문이다. CDMA는 다른 코드를 사용하는 여러 명이 한 채널을 동시에 접속함으로써 통신용량 효율을 극대화시킨 기술이다. 이때 채널은 확산대역(spread spectrum)의 소음상태에 빠진다. 한 시그널이 다른 파라짓에 파묻힌 꼴이다.

파라짓이 파동이라면, 이는 소리로서만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사실이지 파라짓은 인체의 오감(五感) 곳곳에 배경으로 깔려있다. 이는 마치 인체의 세포가 열배 이상의 미생물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현실과 통한다. 열려있는 오감은 파라짓을 통하여 끊임없이 잡념을 생산한다. 무의식의 실체는 파라짓의 작용일지 모른다. 사람이 잠잘 때 파라짓은 한편 정리되면서 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은 의식의 껍질을 벗겨낸 상태일 것이다.

우주의 배경복사(background radiation)는 파라짓에 흥미로운 모티브를 제공한다. 원시우주는 인플레이션이란 급변과정을 겪는데, 이는 우주가 4차원 시공으로 팽창할 때 광속보다 빠른 문턱을 넘었다는 이론이다. 이 가설에 의하면, 초기 빅뱅 에너지는 별이 될 물질로 응축한 뒤에 잔채기로서 폐열을 남긴다. WMAP 관측위성은 우주 전 방위에 걸쳐서 기대치에 가까운 절대온도 2.7K의 잔존 마이크로파 지도를 작성하였다. 배경복사는 우주 파라짓이다.

우주팽창은 놀랍게도 가속되고 있음이 지난 10년간 밝혀졌다. 반중력의 척력이 요구된다.

1. 질량이 텅 빈 공간 - 우주공간의 찢어짐이나 끝자락일까, 질량이 함몰되어 있는 지역

2. 4%의 보이는 물질 - 별, 성간 물질, 배경복사를 모두 합쳐 측정에 의해 추정된 질량

3. 23%의 암흑 물질 - 평행우주에서 온 중력의 중첩일까, 크기는 있되 실체가 없는 질량

4. 73%의 암흑 에너지 - 우주너머에 포진된 에너지일까, 우주 안에서 반(反) 중력 작용

중력으로 봤을 때 우리가 아는 우주는 불과 4%에 불과하다. 여기에 23%의 암흑 물질을 합쳐 인력으로 작용하는 질량의 합은 27%이다. 나머지 73%는 암흑 에너지이며 인력에 대항하여 척력으로 작용한다. 인력:척력=27:73, 따라서 우주의 종말은 빅립(Big Rip)의 대파열로 치닫고 있다. 점점 부풀다가 별들부터 해체되고, 최후로 소립자마저 소멸되는 그림이다.

20세기 중엽이후의 서구문명은 탈근대(post-modernism)로 요약된다. 데리다(1930-2004)는 우주를 안팎이 따로 없는 미로(迷路)로 보았다. 이런 우주모델은 마치 암흑 에너지에 의하여 무한히 증식되고 있는 거대한 블랙홀과 비슷하다. 그 미로 안에 갇힌 사람은 애초부터 출구가 없다. 갈림길마다 베팅해 보지만 진위가 없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trivial).”

공자(孔子 BC 552-479)는 평소 하늘에 대하여 언급을 아꼈고, 다만 베팅할 때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당부했다. 특히 용맹하였던 제자 자로(子路 BC 542-480)가 인간완성에 대하여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다. ˝見利思義(이익을 보면 정의를 생각하고), 見危授命(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칠 줄 알라).˝ 여기서 利는 시그널이고, 義는 파라짓에 각각 해당된다.

삼성그룹 이건희(1942-) 회장은 지구촌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그는 요즘 “아내와 자식”의 벙커에 처박히는 위기를 맞았다. 자, 우리 힘을 합쳐 최경주의 벙커샷을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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