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꼭 지금 해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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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 꼭 지금 해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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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보다 '어떻게' 가 중요…면밀한 연구 통한 추진이 타당

^^^▲ 조직개편에 대한 이 당선자와 인수위의 '과속'이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표명이라는 '일단정지' 신호를 만났다. 사진은 이 당선자(왼쪽)와 노 대통령(오른쪽).^^^
차기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새로운 권력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한 몫 했지만 그건 엄연히 선거의 결과 측면에서만 유효한 설명이다.

너무 거침없다 보니 가끔은 실수도 하고 또 가끔은 속도조절을 잘못하기도 한다.

이 당선자와 인수위의 과속이 최근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표명으로 일단정지 신호를 받았다.

영어 몰입교육 정책같은 세부사항이야 당선자 차원이 아닌 인수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논외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 조직개편 문제를 가지고 현재의 대통령과 미래의 대통령이 입씨름을 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좀 답답하다. 그렇게 고집을 부려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정력을 소비할 문제도 아닌 것이다.

일단, 조직개편은 '언제'보다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취임 후에 조직개편을 단행해 왔다. 이러한 개편과정은 왜 그 부처가 신설되는가, 또는 왜 그 부처가 이런 저런 기능을 조절해 다른 부서로 이관되는가에 대해 논의되고 난 후에 이루어진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모든 '자리'의 인수와 인계는 참신성도 중요하지만 계속성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수위와 당선자는 자꾸만 조직개편에 있어서만은 본질이 아닌 '언제'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조직개편 문제를 속전속결로 처리하려고 했다. 인수위의 잘못은 이번 조직개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 뿐만은 아니다. 분석할 시간도 전혀 주지 않겠다는 듯 '과속'으로 밀어 부치려고 했던 행태도 포함된다. 그 '밀어부침'은 아직 '하야'도 '퇴임'도 하지 않은 현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의사표명이라는 '일단정지' 신호까지 받게 됐다.

인수위와 당선자는 아마도 새로 시작하는 정부를 새로운 정부조직이라는 '새 집'에서 시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 모로 모양새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수위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저질러 온 크고 작은 실수들을 지켜 보노라면 조직개편이라고 부실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기에 인수위와 당선자의 욕심이 이해는 가지만 그 욕심을 채워주는 것은 한 나라의 구성원이라는 입장에서는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부처명이 주렁주렁 달려 있거나, 여러 번 바뀌어 누더기가 되거나, 아예 무엇을 하는 부처인지 알 수도 없는 개편 부처의 이름에는 인수위와 당선자의 성급하고 안일한 시각이 거짓없이 반영돼 있다.

개편에 대한 날선 비판에도 수긍을 요구하는 이렇다할 대응도 없이 그저 '발목잡기' 의혹이나 키웠던 것만 봐도 면밀한 연구가 부족한 점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그러므로 조직개편 내용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표명이나 통합신당 등 미래의 야당, 심지어 한나라당 내의 문제제기는 적절하고 정당해 보인다.

더구나 인수위와 이 당선자는 전쟁을 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한 것이다. 전쟁에서야 진 자와 이긴 자 사이에 주종관계가 성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전의 승자와 현재의 승자는 각자의 임기 동안 법에서 정한 만큼의 권한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규칙이다. 그리고 그 규칙에서 거부권은 임기 중인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는 권한의 일부다.

국민들의 정치적 비난은 있을 수 있으나,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의 행사 여부는 대통령의 자유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그러한 자유까지 대통령에게 준 것이고 현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의사표명은 '발목잡기'이기보다는 그러한 자유가 있음을 환기시킨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지금은 인수위와 당선자가 '새 집'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인수위와 당선자가 조직개편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점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일단은 현재의 정부부처에 준해 장관과 차관을 인선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조직개편논의는 그 후에 해도 별로 늦지 않다. 기왕에 '일단정지' 신호는 받아 놨다. '유턴'해서 문제점을 점검하고 그 자리에 다시 오는 것이 모양도 좋고 국민과 반대파를 설득하기도 좋다.

당의 총선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차기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부담을 덜었다. 당 유력인사들은 내각에 참여하기보다는 총선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이는 좁게 보면 '과속'의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넓게 보면 더 넓은 범위에서 장·차관 인선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도 된다.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이나 한승수 국제연합 기후변화특사를 총리후보로 내정하면서 인사의 자율성도 증대됐다. 이 인사들의 과거 전력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에 대한 '문제제기'의 수준이 심각하지는 않다는 면에서 그렇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도 나왔다. 당의 일정에서는 한 발 물러서 국정을 위한 연구를,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조직개편을 면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총선 시기라고 하면 이 당선자에게 지나친 냉철함을 요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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