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놀자 동굴
우리끼리 놀자 동굴
  • 안봉규 논설위원
  • 승인 2008.01.27 03: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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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잘 풀리지 않는 나라, 한국

 
   
  ▲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비더레즈(Be the reds), 한글로 번역하면?- 2002년 월드컵 붉은 악마 티셔츠 -

중국산도 일본산도 아니다, 왜 한국산 '고려인삼' 에만 특별한 효능이 숨어 있을까?

여기에서 어떤 보편적 논리는 찾기 어렵다.

또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졸지에 4강에 오른 쾌거도 그러하다.

히딩크 효과 등의 여러 가지 원인을 도출해낼 수 있겠지만, 그냥 민족적 저력이야 함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다. '신화' 랄까, 합리적 논거를 벗겨낸 속살이 통한다.

한국은 평범하지 않는 역사가 출몰하는 곳이다. 비근한 예로, 60년 전 우리가 밑바닥에서 출발하여 어언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경제대국으로 일어선 것도 그거다. 그러나 우리의 경이로움은 이런 정도에서 그치지 않으며, 사실은 예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세계의 청동기 고인돌유적 절반 이상이 한반도 인근에 몰려있고, 머나먼 쥐라기 때는 공룡들의 천국이었다!

옛날 약 일억 년 전후, 지구는 공룡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초식 공룡들의 몸통은 대개 거대했는데, 한번 응가하면 1톤씩이나 쏟아냈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토양은 지금도 곡식과 채소가 별미를 내지만, 그때에도 공룡에게 신토불이였던 듯하다. 해남, 고성 등 10여 곳의 국내 화석 발굴지역만 해도 마치 공룡의 백화점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편이다.

초식 공룡들은 덩치에 비해 이빨이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룡이 많은 풀을 뜯어먹을 때 자갈도 조금씩 삼켰다고 한다. 그 뱃속에 갇힌 자갈들이 마치 닭똥집의 모래처럼 풀을 갈았다는 것이다. 동물의 소화기관은 무수한 종유석으로 이어진 동굴 같다. 일단 바깥자연에서 입속으로 거처가 옮겨진 자갈의 운명은 사람으로 치자면 동굴에 묶여있는 죄수와 다름없다.

약 만 오천 년 전 지구는 최근의 빙하기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때 수렵채취하며 살아남았던 구석기인들은 주로 동굴에서 거주했고, 동굴에서 벗어났을 때 신석기인으로 진화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류가 남긴 최초의 회화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과 프랑스 라스꼬 동굴에서 발견된 동물벽화 갤러리를 꼽는다. 그 꿈틀거리는 생동감은 문명에 절은 감각을 일깨운다.

플라톤(BC 427-347)의 “국가”에 스승의 죽음을 상징하는 동굴의 비유가 나온다. 동굴 밖으로 나간 철학자가 횃불에 어른거렸던 동굴 벽의 형상이 단지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는데, 관습에 젖어있던 남은 무리로부터 오히려 배척된다는 이야기이다. 들소와 인간의 생사가 엇갈리며 피가 고여 있던 구석기인의 동굴은 플라톤 때에 이르러 형이상학으로 중첩된다. 동굴은 타성과 자유가 교차하는 삶에서 지도자가 고뇌하는 정치의 현장이다.

유전인류학의 한 연구는 한국인의 원형이 4만 년부터 1만 5천 년 전 사이에 바이칼호 밑 동굴 속에서 형성됐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이렇게 빙하기를 넘긴 한인의 주력은 남하하여 다른 루트로 정착했던 선주민과 함께 환황해권(環黃海圈) 문명을 일으켰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한국인의 구성이 70%는 북방계, 25%는 남방계라 한다. 동아시아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형은 남방에서, 남성의 Y염색체는 중앙아시아의 북방에서 왔다는 것이다.

BC 60세기 무렵부터 떠돌던 유목인들은 곳곳에서 농경사회로 정착했다. BC 40세기부터 요서의 홍산(紅山)문명을 필두로 산동의 대문구(大汶口)문명을 거쳐서 황하의 앙소(仰韶)문명, 장강의 양저(良渚)문명 등을 차례로 일으켰다. 그때 이들은 서로 통하며 연맹국가 체제를 갖추어 나갔다. 이 시기를 중국과 한국은 삼황오제와 고조선의 사관으로 따로 풀고 있다.

BC 20세기경 앙소 권에서 하화(夏華)부족 사(姒)씨 종족이 일어나 차츰 동진하여 발해까지 돌파했다. 이때부터 중원의 하화족은 환황해권의 동이(東夷) 9족과 명칭부터 차별화를 시작했는데, 춘추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중화(中華)사상으로 더욱 부풀었다. 최초로 대륙을 통일한 진시황(BC 259-210)은 만리장성을 쌓았다. 이것이 동북과 서남을 자르는 경계가 되었다.

우리는 한민족의 근원을 잠시 추적해 보았으나, 그 실체는 아리송하다. 사실 19세기 중엽까지 “민족(nation)”이란 개념은 없었다. 국가독립 또는 제국통일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여러 종족이 모여 하나의 표준어를 채택하며 민족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래서 민족은 국가나 국민이란 뜻으로 쓰이기도 하나, 이스라엘 민족은 국적에 관계없이 어머니의 혈통으로 따진다. 그밖에 사회주의 국가는 민족을 넘어 이념으로 통합된 인민(people)을 즐겨 사용한다.

북쪽에서 즐겨 쓰는 “우리 민족끼리”는 남쪽에서 부담으로 남는다. 왜냐? 첫째, “우리 민족”이란 계속 꿈틀거리며 구체화되지 않는 집합이다. 중국 조선족, 재일 한인, 나아가 중앙아시아 고려인 등은 우리민족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 둘째, “끼리”란 하나가 아니라 이미 둘 이상으로 나뉜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한민족(남)과 조선민족(북)을 둘로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끼리”는 플라톤 동굴에 비친 그림자이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6.15선언문 제1조이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다음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제1조이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중략) 6월 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두 번 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인했다.

“우리 민족끼리”는 북쪽에서 장착한 “통일 시뮬레이션” 시동장치이다. 김 위원장은 더욱 간소화하여 “우리끼리” 진행하고 싶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허리띠를 풀어놓고 일정을 하루 더 늦추라고 은근슬쩍 지시했다. 자기 동굴로 들어온 들소에게 창을 들이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답게 경호 쪽의 핑계를 둘러댔으나, 돌발적인 위협에 제대로 응수할 여유는 보여주지 못했다. 정답은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따른 신뢰를 들췄어야 했다.

이른바 주사파로 구별되는 “종김좌파”를 NL(national liberation)계열이라 한다. NL은 남쪽 인민을 미국의 노예로 보는 집단이다. 아니, “그렇게 하라”는 지도에 그대로 따르는 동굴 속에 갇힌 슬픈 군상이다. 이제는 어처구니없는 동굴의 그림자쯤은 깨달을 때가 되었다. 허물을 벗자. 민족해방이란 NL의 뜻은 "new liberty"로 탈피하자. 이와 같이 그들의 목표가 신자유로 시프트(shift)한다면, 그들은 시원한 해방, 즉 "쿨립(Cool Lib)"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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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2008-01-27 17:02:04
쿨콘( Cool Con) 과 쿨립(Cool Lib)을 합성하면?
쿨립콘(Cool Libcon=Cool Liberty & Conservetives : 멋지고 신선한 자유주의를 즐기는 보수 ?)

불도끼 2008-01-27 17:57:44
똑바로 들으시오
잃어버린 십년을 좌지우지한 더러운 권력은 물론, 친북 좌파 쓰레기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소......

특히 이들의 권력에 적당히 눈치본 더러운 눈치족들, 기회족들도 마찬가지오.

글 바로 쓰시오 ....나이 많다고 안봐줍니다.

졸자 2008-01-28 13:32:03
불도끼님, 심정은 이해합나다. 저들 때문에 솟구치는 의분은 때로 타분한 삶에 청량제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받아드립니다. 그리고 졸고에 계속 혹독한 비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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