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녀 카트리나^^^ | ||
다른 한 여인은 얼굴이 둥글고 선한 눈빛과 오뚝한 콧날을 가진 잘생긴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차안에 들어서자마자 죄를 진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복도 중앙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등뒤에 천당을 새긴 여인은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매우 날카로웠으나 호소력이 있어 보였다. 눈매가 차가워 보였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인상이었다. 예수를 믿는 일이 천당을 가는 일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전도하는 여인의 호소와는 달리 전차 속의 사람들은 거의가 무표정이었다. 책을 보기도 하고 잡담을 하기도 하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전도 여인은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사람들은 죄인이며 예수를 믿는 것만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전도 여인은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방황하다가 예수를 믿고서 구원을 얻었다고 했다. 남편은 술을 많이 먹었고 매일 매질을 했다고 했다. 칼로 찔러 죽이려고 했다면서 팔을 높이 올리며 팔뚝의 상처를 보여 주었다.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는 일을 남편은 하지 않았고 오직 술만 먹고 가족을 학대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혼을 하고 방황하다가 예수를 믿어 구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부끄러움 없이 남의 이야기처럼 했다.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행복한 얼굴이 아니게 보였다. 날카로운 얼굴 때문인지 거칠어 보이고, 자기수양이 부족하게 보였지만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는 열정은 대단하게 보였다.
기도하는 여인은 무릎을 꿇고 않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기도를 했다. 기도하는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게 보였다. 운전사들이 즐겨 부쳐놓는 "소녀의 기도" 사진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도 여인은 말로서 천당을 가라고 외치고 있었고 기도 여인은 말이 필요 없다는 듯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전철역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그렇지만 두 여인은 기도와 구원의 목소리를 외쳤다. 전도 여인의 목소리는 점점 고성에 가까워졌다. 반대로 전차 안의 사람들은 짜증 어린 표정으로 어서 끝나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 했다.
전도여인의 외치는 소리와 경쟁이라도 하듯 반대편에서 장님부부가 하모니카를 불며 닦아 오고 있었다. 장님부부는 검은 안경을 끼고 있었고, 입은 옷은 남루해 보였지만 정갈하게 세탁하여 입은 듯 했다.
부인은 지팡이로 바닥을 더듬으며 한 발짝씩 어렵게 앞으로 걸었다. 한 손에 든 바구니에는 몇 푼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남편의 한 손은 부인의 허리춤을 잡고 따라 걸으며, 한 손으로는 하모니카를 구성지게 열심히 불었다.
그들의 육신은 모두가 쉴새없이 움직였다. 지팡이와 적선 바구니를 들은 손, 허리춤을 잡은 손과 하모니카를 부는 손, 모두가 쉬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정상인 사람들에게는 다소 쉬운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노동으로 보였다. 그러나 적선 바구니에는 동전 몇 닢이 고작이었다.
전도여인은 계속해서 천당 가라고 외치고 있었고 기도하는 여인은 그냥 눈을 감고 아무소리도 듣지 않겠다는 듯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제 장님 부부와 기도하는 여인과의 사이가 가까워져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으면 몸이 부닥치는 위치까지 왔다.
가장 가까이 있는 전도 여인이 그것을 해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전도여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원의 소리만 외쳤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서로 부닥쳐 큰 상처를 입을 것이 눈에 보였다.
장님부부가 지팡이로 기도하는 여인의 무릎을 건드렸다. 그래도 기도하는 여인은 눈을 뜨지 않고 기도만 하다가 부닥쳐 세 사람이 한꺼번에 넘어졌다. 기도하는 여인보다는 장님 내외가 더 큰 원을 그리며 나가 떨어졌다.
그때 장인부인의 손에 들고 있던 구원의 바구니가 팽개쳐지며 몇 푼의 동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장인 남편도 불던 하모니카를 놓쳐 멀리 떨어졌다. 장인 부부에게 동전과 하모니카를 찾는 일은 엄청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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