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해역 가로림만 살렸다…남쪽 안면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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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해역 가로림만 살렸다…남쪽 안면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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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 이중·삼중 방제…안면도·천수만 사수특명

“여기로 기름띠가 안들어왔다고 손놓고 보고 있을 수 있나요. 내일은 학암포쪽으로 기름 지우러 나가야지요.”

12일 오전 11시 청정해역 가로림만 안 청산리 포구에서 만난 조일수씨(청산리 재향군인회장)는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와 해변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 가로림만 안쪽에도 기름띠가 번졌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한 마음에 밤을 보냈는데, 다행히 가로림만 안쪽인 청산리까지는 기름막이 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리포, 의항 등 이번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머리를 아프게 했던 기름 냄새도 전혀 맡을 수 없었다. 갯벌을 끼고 있으면서도 포구 근처 바닷물은 바닥을 훤히 보여주며 청정해역임을 과시했다. 전날에도 학암포 해수욕장에서 기름제거 봉사활동을 벌인 조 씨는 재향군인회원들과 함께 다음날 봉사할 계획을 잡느라 분주히 휴대전화를 걸었다.

이번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북동쪽으로 20km 떨어진 가로림만은 ‘천혜의 어장’으로 불릴 만큼 양식장이 밀집된 곳이다. 어장 면적 1600여㏊에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 개펄을 갖고 있으며,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빨라 대하, 굴, 바지락, 가무락, 미역, 전복, 바다장어, 꽃게, 낙지 등이 많이 잡힌다.

요즘은 곳곳에 굴과 미역양식이 한창이다. 태안군과 서산시에 걸쳐 5,000여명의 어민들에게 가로림만 바다는 ‘생명줄’과도 다름없다.

^^^▲ 양식장이 밀집한 가로림만 입구에서 어민들이 오일펜스를 점검하고 있다.^^^
북쪽 확산 없다…청정해역 가로림만 지켜내

이 때문에 만에 하나 기름띠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찌감치 만 입구에서부터 몇겹의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헬기를 동원한 항공방제도 초기부터 집중됐다.

다행히 기름 덩어리들은 만을 넘지 못하고, 은백색 흔적만이 만 안쪽에서 간간히 발견됐다.

12일 아침 9시에도 가로림만 안쪽 서산지역에서 어선 5척이 스며든 기름을 걷어내고, 만 밖에서는 해방제정과 해경정이 방제활동을 벌였다.

가로림만 안쪽과 바깥쪽은 이번 사태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새벽에 가로림만 바깥에 설치해 놓은 꽃게 통발을 걷으러 나갔던 이호석씨는 “통발을 들어보니 꽃게는 한 두마리 밖에 없고 통발 안에 가라앉은 기름 흔적들만 가득했다”고 전했다. 어민과 해경이 몇일째 사투를 벌이면서 가로림만을 사수하지 못했다면 만 안쪽 어장과 양식장도 그대로 피해를 입을 뻔 했다.

가로림만 입구 근처인 만대 부두 인근의 양식장은 일정 정도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안쪽 청산리 포구쪽은 여전히 푸른 바다색을 유지했다. 청산리지역에서는 고니 등 철새도 한가롭게 물길을 헤치고 있었다. 사고 해역 북쪽 서산 대산공단 인근 20㎞ 해상까지 번졌던 기름띠도 경기해안으로는 유입되지 않았다.

이날 아침 가로림만 안쪽에 번진 기름을 지우려 나왔던 만대 지역 주민들도 만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만대 부두에서 만난 양장석씨(내리2리)는 “내일까지 ‘사리’라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대 저지선은 이제 사고해역 남쪽으로 물러났다. 11일 오후까지 확산이 주춤했던 태안 앞바다의 원유 유출 기름띠는 밀물 영향과 겨울철 강한 북서풍을 받아 남쪽으로 번졌다.

이 때문에 12일에는 안면도 앞바다 상륙 저지로 비상이 걸렸다. 12일 아침 8시 안면도에서 37㎞ 정도 떨어진 근흥면 가의도 남서방 해역으로 기름띠가 번졌다. 안면도 인근의 토도-삼도-나치도간에도 반경 1.6㎞의 엷은 기름띠도 관찰됐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촬영한 갈음이 해수욕장 건너편 가의도 인근의 기름띠가 번지면 청포대 해수욕장, 안면도, 보령지역까지 삽시간에 퍼질 우려가 있다. 이에따라 방제대책본부는 가의도 인근 해역을 기름띠 남쪽 확산의 마지막 ‘저지선’으로 정하고 이 해역에서 집중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경은 이날 가의도 남서쪽 해상에 250톤급 이상 대형함정을 집중 배치해 물대포를 쏘고 유처리제를 뿌리며 기름막 제거작업을 벌였다. 하늘에서는 헬기 5대 동원돼 항공 방제에도 나섰다. 천수만으로의 기름 유입을 막기위해 안면도 연륙교 부근에는 오일펜스가 추가 설치됐다. 이같은 집중 방제로 일단 기름띠가 안면도로 유입되는 것은 막았다.

방제본부는 가의도 남쪽 해상의 엷은 기름띠가 최대 어장인 안면도나 천혜의 철새 도래지 천수만으로 번지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있다. 해경 방제대책본부 윤혁수 국장은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거센 풍랑으로 인해 기름띠가 혹시라도 안면도와 천수만 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방제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양식장이 밀집한 가로림만 입구에서 어민들이 오일펜스를 점검하고 있다.^^^^^^
육상에서는 자원봉사자, 군인, 경찰, 민간인 등 1만6000여명이 6일째 기름과의 사투를 벌이며 방제작업을 계속했다.

이번 피해로 검은 해변이었던 만리포, 천리포 해수욕장이 모래빛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오염이 심한 해안에는 모래를 정화하는 비치크리너 11대가 이날 추가 배치됐다.

특히 만리포 해수욕장 주차장은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을 태운 관광버스들로 가득찼으며, 천리포, 의항 해수욕장 등 그동안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부족했던 지역에도 나눠 배치됐다. 또 만리포 등 자원봉사자들이 집중된 지역에는 의료지원단도 나와 이들의 건강을 돌봤다.

한림대 삼성병원 의료지원단 송용지 가정의학과장은 “기름 걷어내는 작업을 오래하면 매스껍고 어지러울 수 있다”며, “하루에 6시간 이내만 작업하고 마스크는 꼭 쓰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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