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지켜라”…거대한 기름띠와의 사투
스크롤 이동 상태바
“양식장 지켜라”…거대한 기름띠와의 사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로림만 보호 총력…선박 133척 인력 9200여명 투입

^^^▲ 유조선 충돌 사고 크레인 주변에서 유처리제를 뿌리며 방제활동을 하고 있는 해경 3005함^^^
“기름 한 방울이라도 흘러들지 않게 단단히 묶어!”

10일 이른 아침부터 충남 서산 대산 앞바다 벌말 포구에선 ‘가로림만 사수 작전’이 분주하게 펼쳐졌다.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유조선 원유 유출 고가 발생한지 나흘째. 기름띠가 이미 해안으로 밀려든데다 충남지역 최대의 양식 밀집지역인 가로림만 코앞까지 파고 들면서 방제대책본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오일펜스 설치 작업을 서두르는 인근 주민들과 해양경찰, 방제조합 직원들의 얼굴엔 긴박감이 가득했다.

사고 현장에서 북동쪽으로 20km 떨어진 가로림만은 ‘천혜의 어장’으로 불릴 만큼 양식장이 밀집된 곳. 어장 면적 1600여㏊에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 개펄을 갖고 있으며,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빨라 대하, 굴, 바지락, 가무락, 미역, 전복, 바다장어, 꽃게, 낙지 등이 많이 잡힌다. 이 곳에서 바지락과 굴 등을 양식하고 있는 5,000여명의 어민들에게 가로림만 바다는 ‘생명줄’과도 다름없다.

이 때문에 만에 하나 기름띠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찌감치 만 입구에서부터 몇겹의 오일펜스가 설치됐다. 해경 관계자는 “오늘 해상방제의 초점은 가로림만으로 기름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라며 “어제 태안 삼도 부근에서 방제 효과를 거둔 헬기를 동원한 항공방제가 여기에 집중 투입됐다”고 말했다.

항공방제는 유처리제를 쓰기 때문에 가로림만 바깥 쪽에서 기름띠가 만으로 추가 유입되는 것을 막고, 가로림만 입구에 이미 들어온 일부 기름띠는 서산시에서 새로 배 50척을 공급받아 모두 70여 척의 방제선을 투입해 제거하고 있다.

^^^^^^▲ 유조선 충돌 사고 크레인 주변에서 유처리제를 뿌리며 방제활동을 하고 있는 해경 3005함^^^^^^
빠른 해류 때문에 흐트러진 오일펜스를 정비하는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거대한 기름띠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민·관·군 방제요원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로림만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방제조합 대산지부 이혁기(54) 방제팀장은 “가로림만에 기름이 들지 않도록 하려고 학암포에서 가로림만 사이에 세 줄로 펜스를 설치했다”며 “가로림만 입구 펜스는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방제대책본부는 기름띠 확산이 우려되는 가로림만 입구(4.2㎞), 근소만 입구(2㎞), 태안화력 취수구(1㎞), 안면도 천수만 입구 등 9.3㎞ 해상에 오일펜스를 추가로 설치했다. 곳곳에 설치된 오일펜스 안으로 기름을 가둔 뒤 회수와 흡착포로 걷어내고있다. 조류를 타고 기름이 다른 지역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막기 위한 것이다.

선박 133척·인력 9200명 투입

이날도 태안과 서산 앞바다에서는 민·관·군이 총동원돼 사고 선박 주변 해상과 해안에서 기름띠와의 사투를 계속했다. 기름띠가 해안에 달라붙은 만리포 해수욕장 등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군인과 민방위대,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해안에 달라붙은 기름띠를 제거하며 어민들과 힘을 합쳐 절망을 걷어냈다.

이날 방제작업에는 해안경찰청 방제선 22척과 해경·해군 함정 61척, 어선 50척 등 선박 133 척과 헬기 5대가 투입됐다. 흡입차량 25대와 유회수기 14대, 포크레인 5대와 고압세척기 3대도 방제 현장에 동원됐다. 해상방제에 나선 선박들은 9개 선단을 구성, 사고 선박 주변은 물론 가로림만에서 근소만까지 책임 구역을 분할해 방제작업을 펼쳤다. 방제정에서는 해군과 해경, 어민들이 검은 유막을 바닷물과 분리해 효과적으로 방제하기 위해 물을 뿌리기도 하고, 모여 있는 기름띠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유처리제를 뿌렸다.

방제 인력도 크게 늘었다. 군장병과 경찰 3000여명을 비롯해 지역주민 2100여명, 의용소방대와 자율 방범대, 민방위대, 공무원과 기업체 직원, 자원봉사자 등 9200여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부착포를 이용해 해안으로 밀려든 원유를 제거하고, 오염된 갯벌과 백사장의 모래를 마대에 퍼 담아 운반하는 등의 방제활동을 펼쳤다. 유흡착제와 유처리제, 오일펜스는 물론 마대와 장갑 장화 작업복 등도 대거 현장에 공급됐다.

특히 만리포, 천리포, 모항, 백리포 등 4개 기름띠 밀집지역 해안의 경우 진공흡입차(탱크로리) 25대를 동원, 두꺼운 기름층을 회수하고있으며, 만리포와 학암포에는 수거 폐유 저장소(5곳)와 방제 물품 보급기지(2곳)를 설치, 방제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조류·바람 타고 기름띠 이동…오염 상황

유출된 원유는 사고 해역에서 남서방향으로 폭 1.6km, 길이 19.3km에 걸쳐 갈색의 엷은 기름막을 형성했다. 이 기름막이 조류와 바람을 타고 육지로 밀려들면서 해안의 경우 학암포, 의항, 신두리, 구름포, 백리포, 만리포 해안, 모항, 파도리 연안에 이르는 40km에 걸쳐 기름막이 광범위하게 붙어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9일 오후 11시 현재 파악한 태안 앞바다 유류유출 피해상황에 따르면 태안군 소원·원북·이원·근흥면 등 5개면 169개 어장 2100㏊에 걸쳐 굴 바지락 전복 해삼 등이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해수욕장 6곳 약 221ha가 기름띠 오염 피해를 입었다.

이에따라 방제대책본부는 해상의 엷은 기름띠가 해류와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더 확산되지 않도록 오일펜스 설치 및 유처리제 살포 등 피해지역 확산 방지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기름이 해안에 붙는 것은 불가항력이겠지만 양식장이 밀집한 근소만·가로림만에 기름이 흘러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충남 태안군의 방제자재 요청에 따라 16개 시도에 흡착포와 방재복 등 보유하고있는 방제장비를 청남에 지원하도록 요청하는 등 인력 물자 장비의 총동원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응급조치 유조선 대산항으로 이동키로

원유의 추가 해상유출을 막기 위해 9일 충돌 사고로 손상됐던 1번 탱크의 파손 부위에 대한 응급 폐쇄 작업을 마친 사고 유조선은 조만간 대산항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원유 탱크의 유증기로 인한 폭발을 막기 위해 불활성 가스를 계속 주입하고 있고 10일 유조선에서는 파손된 탱크에서 임시로 옮겨둔 기름을 안전하게 옮기는 작업이 실시된다. 기름을 가져 갈 유조부선 2대가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

기름을 뽑아내면서 선박의 균형을 잡는 작업이 진행되고 파손된 탱크의 기름을 옮겨싣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탱크 구멍을 용접한 후 안전검사 뒤 사고 선박은 대산항으로 이동해 나머지 온전한 탱크에 실린 원유까지 하역할 예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