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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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편지(2) 내 사랑, 남편에게

 
   
  ^^^▲ 아, 밥의 터널이여!
ⓒ 박소영 기자^^^
 
 

하루 세 번씩 끼니를 꼬박이 채워야만 산다는 사실만큼 확실한 삶의 진실은 없지요. 밥을 먹어야 꿈꿀 힘을 얻습니다. 보이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산 존재'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당신은 오늘도 식당에서 앞 손님의 테이블이 치워지길 기다리겠지요? 그리고 가장 빨리 차려질 메뉴를 골라 주문하고 신문을 쳐들 거고요. 식사를 마치면 지갑에서 4천500원을 꺼내고 밖으로 나올 테지요.

한 달에 드는 점심값을 대강 셈하며 만만치 않은 액수에 한숨을 쉽니다. 그리고 또 밥을 먹기 위해 꾸역꾸역 일 보따리를 풀어헤칩니다. 아, 정말 밥의 위력은 무시무시합니다.

하지만 어둑어둑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만큼은 따뜻합니다. 어둠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불빛들, 그 포근한 빛들은 쓸쓸한 당신의 삶에 달콤한 기운을 넣어 주지요. 살아가는,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온전히 그 불빛 속에 담겨있으니까요.

당신은 방 두 칸에 삽니다. 그래서 당신은 외면할 수 없는 풍경에 가슴을 쓸어 내리지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대명제 앞에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춥니다. 아, 사람아! 생명아!

 

 
   
  ^^^▲ 그대의 집은 자연이라고요?
ⓒ 박소영 기자^^^
 
 

아내는 잠자리에서 또다시 누구누구의 아파트 타령을 합니다. 당신은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아내의 어깨를 다독이지요. 재개발 지역 판정이 확실한 미래의 보장으로 자리잡은 요즘이지만, 아내는 그마저도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걸 잘 압니다. 그저 당신에게 힘을 넣어보자는 뜻으로 부른 타령인데...

당신은 이불을 끌어다 덮습니다.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려면 훌훌 털어버리고 잠을 자야 하니까요.

 

 
   
  ^^^▲ 재개발이 희망인 사람들
ⓒ 박소영 기자^^^
 
 

오늘도 일기예보가 덥겠다네요. 당신은 그래도 맑은 아침 하늘이 보기 좋다며 세상을 향한 새 출발을 알립니다. 이제 고통이니, 싸움이니, 상처니 하는 상념들에서 완전히 놓여나 오늘의 일과를 점검하지요. '단순한' 삶이 사람살이의 모범 답안이 아니겠어요?

저기 웬 사람들인가요? 그곳에 당신도 보이네요.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유행어처럼 쓰던 때가 있었지요. 아마 급진적인 현대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로 사용했던 것 같지요.

현대화는 외쳐댑니다. "모두가 어울릴 때 함께 속해야 산다. 다수의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은 반드시 옳은 것이다!"라고요. 인정하기 싫을 테지만 당신이 거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 그래도 군중 속이다?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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