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 아침이다.
우와아---! 아침이다.
  • 김광진
  • 승인 2003.07.10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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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너무 행복한 세상

여름이면 찾아오는 어떤 노래그룹의 가사 중에 ‘와 여름이다...’란 게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름. 사람을 지치게 하는 무더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엔 팥빙수와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수박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휴가가 있고, 그 휴가를 기다리는 가슴 설렘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 무렵이 되어 그 노래 소리가 나오면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흥분합니다. “와! 여름이다. 여름!” 그런 행동들 때문에 나는 체신을 지키지 못한다고 주위에서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생기긴 멀쩡하게 생겨가지곤...” 그러나 그런 소리를 좀 들으면 어떻습니까. “여름이 찾아왔는데!”

여름은 덥고 후덥지근하고 불쾌한 계절일 수도 있습니다. 나 역시 후덥지근한 것은 참 싫어합니다. 세상에서 젤로 싫은 게 뭐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무더운 날 피부에 달라붙는 습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젤로 덜 좋아하는 계절이지만 나는 이번 여름을 “우와, 여름이다.” 라고 비명을 지르며 뜨겁게 사랑하며 보낼 계획입니다. 이게 모두 김 형 때문입니다.

내 친한 친구 김 형을 보면서 나는 날마다 감탄을 합니다. 그는 멀쩡하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마구 춤을 춥니다. “왜요?” 처음엔 황당해서 진지하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온 얼굴에 넘쳐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겨우 대답합니다. “아침에 딸아이가 뽀뽀해준 게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너무너무 기뻐서 가만히 있지를 못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명장면을 몇 번 보다보니 이젠 나도 꽤 익숙해졌습니다. 그가 갑자기 희죽 웃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면 이젠 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부추기기 시작합니다. “에이 김 형. 그게 뭐야! 기분이 좋으면 일어나야지” 그러면 김 형은 이번엔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춤을 춰보는 거야”라고 하며 마구 허리며 엉덩이를 흔드는 것입니다.

한번은 나도 따라 일어나서 같이 흔들었습니다. 직원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달려와 말립니다. “안돼요. 춤은 아무나 추나요! 그 몸치가...” 아니. 직원들이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해도 되겠습니까! 이게 다 김 형을 만나면서부터 생긴 부작용입니다. 하지만 난 김 형을 만나게 된 게 좋기만 합니다. ‘몸치.’ 그렇습니다. 음치 외에도 나에겐 또 하나의 약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제까지 숨겨오던 비밀들을 다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까짓것 광명 속에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이 아니겠습니까.

김 형이 예전 자신이 직장 다닐 적 이야기를 합니다. 아침에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김 형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큰 목소리로 “안뇽--. 안뇽--”하고 비명에 가까운 인사를 했다고 하니다. 그러면 여직원들은 까르르 하면서 비명에 가까운 웃음을 웃곤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황당했었데, 이젠 김 형이 말하는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아. 어차피 일하는 건데. 이왕이면 신나게 일해야지요. 좋은 아침. 좋은 기분으로 일을 시작해야 하루가 경쾌하고 업무능률도 오르는 것 아닙니까” 그는 또 이야기를 한다. 그 직장엔 오후 나른해질만한 시간이 되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체조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래 소리에 맞추어 체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책상에 않아 일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 형은 당연히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는 체조가 아니라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리듬에 맞춰 아무렇게나 흔들면 되죠. 이왕에 할거면 왜 답답하게 체조를 합니까? 춤을 추는 게 백번 났죠!” 김 형은 특유의 몸을 비비꼬는 그 춤을 추면서 온 회사를 뒤집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다 노래가 나오는 시간에 책상에 않아있는 사람을 만나면 가차 없이 큰소리가 날라 갔다고 합니다. “병신. 체조하는 시간인데 일하고 있으면 능률이 더 오느냐? 춤을 못 추면 체조라도 해라...”

그런 김 형을 만나면서 그렇잖아도 내속에 숨어있으면서 가끔씩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하는 다혈질성향의 엉뚱함이 감당을 못할 근질거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 새벽에 새마을 운동 노래가 나오는 것처럼, 동네마다 아침에 꿍따리 쌰바라를 틀면 안 될까?’ 또 ‘미국영화 보면 흑인성가대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교회 성가대도 마구 춤을 추면서 찬양을 하면 안 될까?’ 나의 진지한 구상은 끝이 없습니다.

요즘 내 고민은 이런 것입니다. 어떻게 ‘살맛나기 운동본부’ 같은 것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세상사는 것이 ‘재미있어서 죽을 지경인’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없을까. ‘소풍가는 날 아침’ 아이들이 새벽잠에서 일찍 깨어나듯이, 또 다시 다가올 새로운 하루의 즐거움이 너무나 기다려져서 아직도 아침이 밝아오지 않는가 하고 몇 번씩이나 시계를 쳐다보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우와, 아침이다.” 라고 저마다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직장으로 달려오는 직원들을 보며, 직원들의 건강을 염려해 ‘제일 늦게 출근하는 직원 포상제’를 만드는 그런 세상은 없을까?

오늘 아침에 연구한 것을 김 형이 오면 제안해 볼까 합니다. 우리의 구호를 “빠른 아침!, 늦은 저녁!” 이렇게 정하면 어떤가 하고 물어볼 생각입니다.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찬 아침은 가급적 빨리 오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하는 수 없이 쉬어야 하는 저녁은 늦게 오기를 기원하는 인사를 만들어서 퍼트리면 안 될까요?

혹시 그런 것을 세상에 쉽게 퍼트리는 바이러스 프로그램 같은 것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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