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 까만 점은 태양 흑점이거나 누이 주근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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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 까만 점은 태양 흑점이거나 누이 주근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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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우리 꽃과 나무>참나리

 
   
  ^^^▲ 이런 멋진 꽃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 김기환^^^
 
 


<봄꽃들의 화려한 잔치, 그 후>

봄꽃들이 화려한 잔치를 마치자 한동안 꽃 보러 다니기를 포기했다. 흐드러진 꽃 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손놓고 만 것이다. 방방곡곡을 쓸고 다니며 사랑에 빠졌던 내가 그리 쉽게 정열이 식어버리다니!

사람 참 간사함이요, 편리한 사랑을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혼자 좋아하다 언제고 그만두는 그걸 어찌 사랑이라 할 수 있는가? 제 싫으면 마는 게 사랑이라면 나는 골백번도 넘게 사랑을 한 셈이다.

그나마 내 눈길을 끈 것은 동네 어린이집 앞에 핀 봉숭아 정도였다. 백일홍도 있었지만 내 관심사는 이미 벌과 나비, 거미 쪽으로 옮겨갔다. 벌을 따라가며 밀원을 찾았고 나비를 도와 꿀 있는 데를 알려줬다. 거미에겐 파리, 모기, 하루살이, 깔다구가 곧 달려들 모양이니 "냠냠" 즐거이 먹으라며 손짓을 했다. 그렇게 나는 두 달 여를 보냈다.

 

 
   
  ^^^▲ 수술 아주 크지요? 호박꽃 만큼 꽃가루도 많습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수술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까지 흔들리는 걸 경험합니다^^^  
 


<참나리 핀 집 앞 골목>

그런데 최근 스무날쯤 집을 나서면 발목을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는 꽃이 있었다. 관찰에 들어갔다. 이른 봄 키 작은 나리를 흑산도에서 만난 뒤로 멀리 나갈 필요도 없었다.

움을 틔우더니 뾰족뾰족 싹이 나오고 기다랗고 가녀린 몸체를 드러냈다. 남들 보다 조금 느리게 말이다. 시간이 흘러 줄기가 딱딱해지자 까만 점-씨앗을 마디마디 마다 매달고 꽃보다 먼저 씨앗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코딱지 “뚜르르” 말아 둔 겐지, 여름날 무더위에 신작로 길가에 앉아 잘 불은 내 몸 마른 때를 “쭉쭉” 밀어 모아 둔 겐지 알 턱이 없다. 그 놈은 장맛비를 축여가며 줄기 위에서도 하얀 뿌리를 귀엽게 선보이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마른 장마가 길어지면 저도 어쩔 수 없는지 바닥으로 “또르르” 굴러 떨어져 사람 발에 치이고 깔아 뭉개진다. 그 아래 흙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 터질까?’
‘그래 내일이면 될 거야’
‘오늘도 안 벌어졌네...’

 

 
   
  ^^^▲ 나란히 사이좋게 피었네요.^^^  
 


<점박이 ‘순이’ 누나를 짝사랑하다>

짙푸른 색으로 변해 함박꽃처럼 크나큰 꽃을 이길 만 하던 때에 이르러서는 불잉걸보다 더 따가운 햇살을 못이기고 톡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소녀처럼.

일주일 여를 시름하다 잠시 한눈 팔고 있는 사이 무엇에 화들짝 놀라서인지 오묘한 모양새를 하고 세상구경을 나왔다. 반가이 맞이한다.

‘멋진 걸.’
‘그래 참 멋지다.’

그 땐 ‘오! 밝은 태양~ 너 참 아름답다’를 ‘오메! 요 이쁜 참나리~ 너 참 붉고 아름답다.’로 바꿔 불러 주고 싶었다. ‘입술 예쁜 미인이 최고다’는 말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참나리 꽃이 여름의 화왕(花王)으로 불릴 만 한 것은 양파 뿌리 닮은 작은 구근(球根) 탓이리라.

멀리 서 있다가 가까이 가서 더 찬찬히 꽃잎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꽃잎 여섯 장에 검붉고 긴 수술 여섯 개를 고르게 배치하여 꽃가루를 한들한들 속삭인다. 오히려 암술은 초라하다. 꽃잎은 자신의 미를 한껏 뽐내려는지 뒤로 말려 있다. 그 말린 꽃잎으로 보면 점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한정 없다. 셀 수 없는 많은 점은 점박이 ‘순이’ 누나처럼 주근깨를 덕지덕지 붙여 “호호” 하며 웃는다. 뭐라 한 마디 해야 하는데 물어 볼 마땅한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 겨우 한다는 말이 더 우습다.

“날씨 덥죠? 콩밭 적당히 매고 와야죠. 더 타면 얼굴 몰라보겠네. 히히~”

순이 누나 닮은 참나리와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짝사랑을 나누게 생겼다. 아래 것 피고 나면 위에 것 맘껏 펼칠지니 긴 장마도 내겐 조금 불편할 뿐 성가시지도 귀찮지도 않다. 오며가며 눈에 한 번 넣고 마음에 담아 오래 보존하리라.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 누가 가져갈 거라 생각하면 저리 내어 놓지도 못할 듯 싶은데 담장 위에 줄줄이 서 있으니 이 골목 안에 사는 나는 기분이 참 좋답니다. 겨울에 눈만 쓸지말고 여름엔 화단과 옥상가꾸기를 하면 어떻겠어요? 다른 사람들 기분을 아주 좋게 합니다.^^^  
 

 

 
   
  ^^^▲ 어긋나는 잎자루에 쥐똥 보다 동그랗게 씨앗이 열렸습니다. 저걸 어떻게 해줘야 하는데...땅 한 평 가진게 없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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