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박동진, 늘 해학과 익살이 넘치는 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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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박동진, 늘 해학과 익살이 넘치는 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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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판소리에 다시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 판소리꾼 박동진^^^
사람들에게 판소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개는 잘 모른다. 마치 밥과 국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하는 것처럼 알 것 같으면서도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판소리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 전에는 타령, 창, 잡가, 소리, 광대소리, 창악, 극가, 가곡, 창극조 등의 명칭이 사용되었다.

판소리는 본래 마당놀이 때, 길게 순서대로 짜서 부르는 놀음으로 판놀음 때 공연하였던 것이다. 판소리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해방이후다. '판'과 '소리'가 합쳐진 복합어로 '판'은 마당을 말하는 것으로 노름판, 굿판, 씨름판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마당에서 하는 소리가 판소리인데, 왜 소리판이라고 하지 않고 판소리로 했는지는 의문이다.

판놀음에 공연되는 것은 판줄, 판굿, 판염불처럼 판이라는 말을 부친다. 춘향가나 심청가와 같은 소리들도 판놀음 때 부르는 소리라고 해서 판소리라고 한다. 그런데 판노래라고 하지 않고 판소리라고 한 것은 아마도 노래와 소리의 어원이 구별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래가 서정적이고 짧은 것이라면, 소리는 좀더 길고 서사적인 것에 기인한 것 같다.

판소리의 '소리'도 목소리를 줄인 말이다. 오늘날에는 판소리가 다른 놀음과 함께 공연하지 않는데, 예전에는 원래 줄타기, 땅재주, 죽방울 등 여러 창우들의 놀음과 함께 판놀음으로 공연하였다. 판소리에서 노래하는 사람을 창우라고 하고, 북을 치는 사람을 고수라고 한다.

판소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에 이미 창우들이 판놀음을 놀았었다. 그 사료로 불교의식 때 가무백희를 했던 것이 있지만, 이때의 판놀음이 판소리라는 증거는 없다. 다만 조선초기 문헌에 한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연희하는 것으로 '광대소학지희'란 말을 사용한 것이 나온다.

따라서 연희를 판놀음에서 하는 창과 말로 보면, 조선초기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게된다. 창우를 광대, 가객, 이라고도 한다. 가객이 노래 부르는 것을 '소리한다.'고 말하며, 말하는 것을 '아니리 한다.'고 하고, 몸짓은 '발림한다.'고, 말한다. 발림을 잘하는 것을 '너름새가 좋다.'고 하기도 하고, '사체가 좋다.'고도 한다.

판소리는 민속악으로 몸짓과 대사의 총칭을 말하며, 조선 후기에 충청도와 전라도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그 후에 중요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되어서, 예능보유자로는 지난 8일에 타계한 박동진 외에 정용훈, 김순옥, 오정숙, 성창순 등이 있다.

명창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고수가 있다. 장단을 맞추고 창우의 소리나 말에 따라 '으이', '좋지', 하고 소리치는 추임새를 넣는다. 북으로 반주하는 것을 '당친다.'고 하기도 하고, '고장친다.'고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9호로 지정되었으며, 판소리 고법의 예능보유자로는 김명환이 있다.

판소리는 한 사람이 서사적인 사설로 몸짓도 하고, 말도 섞어서 연창을 한다. 슬픈 느낌을 주는 계면조, 장엄한 느낌의 우조, 즐거운 장면 묘사의 평조, 욕하는 것을 묘사하는 경드름, 가마를 메면서 부르는 설렁제, 춘향이 그네 뛰는 대목을 노래한 곡조라는 뜻의 추천목 등의 조(調)가 있다.

판소리의 장단은 7가지로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이중모리 등 빠르고 느린 장단으로 구분된다. 진양조는 빠르기에 따라서 느린진양, 평진양, 자진진양으로 나눈다. 진양은 육자배기에도 있고 민요에도 있으며, 무가에도 나온다. 서정적인 대목이나 슬픈 대목에 쓰며, 우조로 노래하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중모리는 진양 다음으로 느린 장단이다. 빠르기에 따라서 느린 중중모리와 휘중모리로 나눈다. 휘모리는 가장 빠른 장단으로 춘향을 끌어내는 대목, 뺑덕어미 행실을 말하는 대목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엇모리는 판소리에서 유일하게 절름거리는 박자로 매우 빠른 3박과 2박이 번갈아 나오는 소리다. 무가와 신비한 인물의 등장, 긴박한 장면 등에 쓰인다.

박동진은 적벽가 기능보유자로서 해학이 있는 소리꾼이다.

박동진의 특징은 욕설과 해학,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소리꾼이다. 고령의 나이에 몇 시간씩 노래를 하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자기 관리를 해야 하고 늘 연습을 해야 한다. 오랜 시간 계속되는 소리를 위한 대사도 외워야 한다. 기억력이 좋아야 하고 건강한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늘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언제든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준비를 하고 관객을 기다린다. 무대에서 관객에게 즉흥적으로 어느 대목이 좋으냐고 묻고, 그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노래를 내뱉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리준비를 하고 관객을 대한다. 늘 그 많은 대사를 외우고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고 실수도 없다.

그는 소리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대단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대중으로부터 멀어져가던 판소리를 다시 되돌려 놓는 역할을 했다. 또한 그의 판소리는 우선 재미가 있다. 특히 변강쇠가나, 배비장전은 해학성을 잘 살려서 불러 매우 인기가 있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늘 연습을 통해서 그러한 장점을 발전시킨다.

즉흥성도 강하지만 지독한 욕쟁이다. 공연중이거나 대화 중에도 수시로 욕을 한다. 그렇지만 그의 욕은 악의가 없어서 듣고도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시레베 아들놈"이니, "썩을 놈"이니 하는 욕을 아무에게나 해대지만 별로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음담을 할 때는 반드시 청중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그의 매너다.

고수에게 적당히 응하도록 유도하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점잖아야 할 노인이 음담을 이야기해서 웃을 수밖에 없지만,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허풍이 많아서 더 웃게 된다. 너무 과장된 표현으로 사실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도록 유도하는 기지도 있다. 신기하게 느껴지며, 저렇게 꾸며대는 이야기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듣게 된다.

그렇다고 아주 음란한 상황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는 않으면서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아, 그런디, 요새 여자들은 말여, 아, 여기 구경온 젊은 양반들은 말고, 귀경 안 온 사람이 그렇다 이 말여," 이런 말로 관객의 기분이 안 나쁘게 하고 나서 음담을 시작한다. "저어기 색씨, 그렇게 앉으면 다 보이지, 아녀 내가 보는 게 아니고, 저 사람이 본다 이거여," 이런 식의 음담이다.

재치 있는 화술, 반복과 부정을 통한 강조, 그렇다고 상소리가 아닌 문화적인 비판들을 잘 조화시키면서 재담을 한다. 들어도 별로 거부감이 없고, 여러 소리를 다해도 기분이 안 나쁘게 하는 것이 그의 재주고 특징이다. 재담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현대적 상황에 맞게 늘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한다.

그래서 그는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소리꾼이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는 이유도 그러한 것 때문이지만 이제 그는 타계했다. 다시 무대에서 보지 못하겠지만 서민들의 슬픔과 애환을 달래주었던 진정한 민중의 소리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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