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식량난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지난해 흉작에 따른 식량 고갈 현상이 다음 달부터 극심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VOA에 따르면 탈북민 출신의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중국과의 교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경 지역의 곡물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무역 봉쇄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평양이나 신의주 등 다른 지역의 쌀값이 다시 안정을 찾은 것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군의 전략비축미인 ‘2호창고’ 식량을 지난달부터 풀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 소장은 식량보급소에서 일인당 최대 20kg까지만 살 수 있도록 통제하면서 장마당 시세에 준하는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비상 공급물량도 일부 식량공급소에선 며칠 만에 동이 날만큼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86만t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수해로 작황에 큰 타격을 입은데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과의 교역 그리고 외부 지원 차단 조치 등이 겹치면서 식량 위기가 빚어졌고 급기야 김정은이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공식 인정했다.
또 북한은 지난 13일엔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처음으로 자발적 국가별 검토, VNR 보고서를 내고 제재와 봉쇄, 재해로 곡물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원장은 북한이 지금은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로 버티고 있지만 문제는 8월 이후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이모작 작물로 이달 한 달은 버틸 수 있겠지만 옥수수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는 11월까지는 북한 당국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권 원장은 이 때문에 잠시 안정을 찾은 장마당 곡물 시세도 지금 상태로라면 다음달엔 다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알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식량난을 인정한 시점이 장마당 곡물 시세가 불안정해진 때와 일치한다며 김 위원장이 민생안정을 위한 특별명령까지 직접 하달했는데도 여전히 식량가격이 불안정한 것은 자체 공급의 한계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의 식량난 인정과 이어진 VNR 보고서 등은 한편으론 미국의 대북 제재의 비인도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보기 드문 행보로 해석했다.
조 소장은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100만t 안팎 수준이라면 지금부터가 고비일 수밖에 없다며 뾰족한 자체 공급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통해 숨통을 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소장은 북한 측 무역일꾼들이 중국 무역회사인 대방과 식량이나 비료, 철근 등 긴급한 물자들을 중심으로 구매계약을 맺고는 있는데 실제 물자가 반입되는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진 원장은 장마당 기능이 커져 있고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을 일부 소토지 수확물들을 고려하면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교역이 풀리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원장은 중국 측의 지원 또는 무역 재개 의지를 고려했을 때 당장 식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관건은 북한 측의 반입 물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 방역시설 구축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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