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여행시대에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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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사 문화인가? 여행자 문화인가?

'1954 년에 만들어진 서스팬스 영화 '빨간 날개'가 있습니다.

어떤 호화 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호노룰루까지 비행하는 사이에 일어난 매우 아슬아슬한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1 주일 또는 2 주일간 하와이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다 돌아오고 싶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그만 뜻밖에도 엔진이 고장나는 돌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승객들의 신경이 갈팡질팡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서 익숙한 기장機長은 승객의 수하물을 던져 버리도록 명령했습니다.

기자는 80년대 초반, 이 영화를 도오꾜오 중심가의 어느 극장에서 감상 중이었습니다. 기자의 근처에는 어머니와 그의 어린 아들로 보이는 소년이 앉아 있었습니다.

어린이는 승객의 생사가 걸린 위험에 대해서는 비교적 침착하게 있었지만, 승객 사무장이 예쁜 여행 용품, 스-츠 케이스, 포터블 타이프 라이터, 골프 채, 테니스 라켓을 바다에 떠러뜨리기 시작하자 그만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저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엄마 ?"
그러자 어머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전부 보험에 들어 있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소년을 안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행자의 위험이 보험 대상이 되고 나서 그 여행자들은 '관광 객' 이 되고만 것입니다. '마르코 폴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옛날의 여행은 장기간에 걸친 준비, 많은 비용, 시간을 거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였습니다. 또한 그것은 건강의 위험, 때로는 생명의 위험까지도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여행자들도 매우 능동적이었습니다. 숱한 모험과 엄청난 고생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동적이고, 즐거움이 솟구치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자기의 몸을 움직이는 일종의 스포츠에서, 보는 스포츠로 변화한 셈입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자기를 위해서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구경꾼, '관광객' 의 대두擡頭가 비롯된 것입니다. 갖 가지의 여행매력이 비빔밥처럼 섞여졌습니다. 한 뭉치로 페키지화 하여 팔리게 됐으며, 그 증가가 가능해 졌고, 다반사화 하게 됐습니다.

'관광' 을 산 사람은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 자기에게 일어나도록 누군가가 준비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관광은 도매로 한꺼번에 살 수도 있게 됐으며, 소매로 사는 것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초래한 일반적인 정황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옛날에는 관광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외관광'에 관한 한 1982년 3 월이 그 최초의 출발점, 곧, '한국의 관광' 원년시대가 됩니다.

비록 제한적인 조처이긴 하지만 해외 관광의 일차적 요소라 할 수 있는 '관광여권'의 발급이 시작된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아울러 70년대 초만하더라도 25 개사 뿐이던 여행 사업체에서 90년대 중반이후 2천여사를 상회하는 수로 불어나 관광객의 나들이를 부채질 했습니다. 아직은 충분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안팎의 사정이 성숙되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계속적인 창출의 방안을 마련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1840 년대 초의 유럽이나 그 뒤 1960 년대의 미국, 그리고 같은 년대의 일본에 비하면 엄청나게 뒤 떠러진 관광 사업의 노우하우를 정비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행하는 관광 서비스의 기능 중에 관광객이 만나고자 하는 여러 나라와 그 고장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본의 아니게 방해 하려 드는 사실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 발생 합니다.

여행하고 있는 고장에서 관광객을 격리隔離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롭고 능률적인 방법을 고안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행'이 여행사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전문성 때문에 여행사를 찾게되고, 값과 시간을 조절한 디자인으로 단체 관광이 성행하다 보면 이러한 방해와 격리 현상은 불가피하게 생깁니다.

이미 여러분도 경험하셨을 것입니다만, 우리가 살고 있는 거리의 큰 빌딩 카운터에서 파리, 런던, 시드니, 로마, 뉴욕, 싱가포르, 혹은 도오꾜오에 가기 위한 교통수단, 식사, 숙박, 오락등 일체를 살 수가 있습니다. 가격 문제로 새삼스럽게 교섭할 필요는 없게 됐습니다. 잘 준비된 관광에서는 관광객은 목적지에 이르러서도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섭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관광으로부터 돌아온 사람들이 '팁' 때문에 얼마나 당혹 했던가의 이야기로 한창 떠들썩한 것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팁'을 주는 일만이 그들과 그 곳 현지 주민들과의 사이에 생긴 거의 유일한 접촉이었기 때문입니다. '쇼핑'은 '팁'을 건네 주는 일과 함께 관광 객에게 남겨진 적지 않은 활동의 일붑니다. '쇼핑'은 우리가 마련한 관광 객을 그 관광하고 있는 나라에서 격리 시키고 말, 미리 준비된 큰 구성 중의 조그만 돌파구라 할 수 있습니다.

흔한 일이지만, 여러분과 같은 관광 객이 ‘쇼핑' 중에 가슴이 두근거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처음으로 현지 사람과 마주 서서 익숙하지 않은 얘기로 교섭하고 그 곳 특유의 거래 '에치켓'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는 스릴과 고생을 맛봅니다. 새롭고 인기가 있으며, 안전과 편리를 자랑하는 교통 수단에 의해 오늘날과 같이 관광 객이 자기가 통과하는 지역의 경치로부터 고립 당해 본 일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기자의 다음과 같은 여행 기록 가운데 있는 생 고생도 지금은 옛날의 것입니다.

'유독, 표가 난 여성의 짓궂은 유혹으로부터 연약한 청년을 보호해 준 일, 영국의 남작과 미국 여배우와의 로맨스를 중개한 일, 진주가 가득 든 통을 여행 가방에 넣은 채 들고 다니는 오-스트렐리아의 진주 왕의 미망인을 보호하려 땀을 빼던 일, '아그라'의 추수 감사절 축제 때, 힌두교와 회교도 사이에 벌어진 싸움에 끼지 못하게 관광 객을 보호한 일이나, '캘커타'에서는 살인 미수 사건을 냉정히 처리한 일.

여객선이 일부변경선日附邊境線을 통과할 때, 하루치를 손해 보았다 해서 요금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을 설득한 일, 로마의 호텔에서 혼자 쓸쓸히 운명할 듯이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위로해 주던 일, 출발 시간이 임박하였으나 나타나지 않는 VIP를 찾아 숨바꼭질 하듯 헤매 다니던 일. 한끼 식사를 3,990만원하는 중국요리 황제코스에 초청받던 일...

관광객은 도중途中의 경험 없이 여행사가 파는 관광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립니다. 그대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어느새 부지부식간不知不識間에 공간을 날아 목적지에 이릅니다. 관광 중의 유일한 문제라면 시간을 보내는 일이지요. 현대처럼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인 경험 시대에 우리들이 최후에는 시간을 시간으로 측정하게 되었습니다.

우주 시대에서 공간空間의 의미는 사라져 갔을 뿐입니다. 공간이 없는 시대에 관광하는 기술을 잃어버리고 지구상의 공간들은 커뮤니티同質化되고 말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우주의 동질성 속에서 마치 피난처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혹은 변화를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이미 '캡슐Capsule' 속에 들어가 연료 보급, 식사, 수면, 구경이라는 여러 가지의 관광을 함께 하려는 문제에 압도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을 보러 관광합니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는 정말로 '애천愛泉'이란 영화 속에서 그려 낸 바로 그것에 틀림없을까? 홍콩은 정말로 '모정慕情'의 그것과 같은 것일까? 그 곳은 '스지 옹'으로 들어차 있을까? 사람들은 현실에 의하여 이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에 의하여 알게 된 현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관광합니다.

물론 관광의 모험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그러나 오늘에 있어서는 그것이 관광할 때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오늘 날 관광에 따른 위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옛날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 이상으로 비용이 들고, 독창성, 상상력, 기획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험을 기획하는 데는 그것과 싸워 이기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노력이 바쳐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관광모험이 인공적, 허구적, 비현실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볼품없는 관광경험이 올바른 것처럼 보입니다. 수 많은 '이벤트'가 자연 발생적인 것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관광모험은 미리 교묘하게 선전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자기가 기대하고 있는 그대로의 곳에 갑니다.

자기가 기대한 그대로의 것을 볼 수가 없다면 돈을 돌려 받는다고 하는 보증까지 달려 있습니다. 우리들은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서 관광합니다. 다른 경험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인 경험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동의반복同意反復은 넓혀집니다. 위대한 인물,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 나설 경우에도 우리들은 창을 통하여 밖을 보는 대신, 거울 속을 드려다 보고 있습니다. 그 곳에 보이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모습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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