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없이는 예배당 못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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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없이는 예배당 못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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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C교회 J목사님 전상서(2)

^^^▲ 약정한 건축헌금을 계좌로 송금하라는 광고 문안
ⓒ 김유원 기자^^^

존경하옵는 J목사님!

무더위를 식히는 소낙비에 짜증보다는 감사를 드릴 수 있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민들은 국가경제가 어려워 삶의 여유를 잃은 지 오랩니다. 그들의 입술엔 감사보다 짜증이 먼저 나오지요. 게다가 반기는 이 하나 없는 노숙자들은 지금처럼 비오는 날이면 몸과 마음이 모두 축축하게 젖습니다.

바로 지금, 예수님의 몸인 교회가 이들의 삶에 기쁨과 감사와 기도를 찾아줘야 할 때임을 절감합니다. 목사님이 담임하시는 교회의 모토처럼 '꿈과 평안을 선물하는 교회'가 되어야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굳게 닫힌 예배당 문 앞에서 엎어지고, 호화롭고 어리어리한 예배당 외관에 숨이 턱 막혀 버립니다.

^^^▲ '새 성전엔 무엇이 들어가나?' (교회 기관지 특집기사 표지) 벌써부터 파이프 오르간을 고르고 있다.
ⓒ 김유원 기자^^^

목사님!

사회가 더욱 닫혀질 때 교회는 열려야 하고, 사회가 점점 형식주의에 빠져들 때 교회는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요. 진정한 이웃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먹고살기 힘들다고 좌절하는 이들에겐 떡과 복음을 제공해야 교회 아닙니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국 교회가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삶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사회를 향해 열린 교회, 머리가 아닌 손발이 되기를 자청하는 교회를 찾아보기 참으로 힘든 요즘입니다. 오죽하면 "돈 없이는 예배당 찾기가 꺼려진다"는 얘기가 나오겠습니까?

존경하옵는 J목사님!

자본주의가 남긴 폐해를 고칠 수 있는 힘은 사랑이지요. 목사님의 변함없는 설교 주제가 바로 예수님의 사랑 아닙니까. '함께 사는 세상'이 바로 목사님과 교우들이 꿈꾸는 세상 아닙니까. 저는 확신합니다. C교회 교우들의 성숙한 신앙과 정다운 생활을 말입니다.

예배당 건물 신축을 재고해 주십시오. 앞에 올린 편지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지금은 솔로몬왕이 살던 구약시대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거룩한 성전에만 거하시는 때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교우들 가슴마다 찾아와 때로는 용기와 위로를, 때로는 책망과 교육을 주시고 계십니다.

게다가 예배당 안이 화려해지는 만큼 사회를 향한 창은 굳게 닫혀질 수밖에 없음에도 신축건물은 화려하기 그지없이 꾸며진다지요? 일례로 고급 파이프 오르간이 벌써부터 물색되고 있더군요. 겹겹이 경비원을 두고 철창을 설치해야 하겠습니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 교회기관지 뒷 표지의 일부아직도 '제2의 솔로몬 성전'을 꿈꾼다? 교우들이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건물인데...
ⓒ 김유원 기자^^^

목사님!

이른바 '성전건축헌금' 봉투를 교우들에게 돌려 부담을 지우는 일은 이제 그만두십시오. '자발적으로 헌금한다는데 왜 왈가왈부하느냐'고 반문하신다면, 무명으로 헌금 봉투를 돌려보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금액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헌금은 바른 사용처에 바르게 사용된다는 게 전제돼야 교우들이 전심으로 참여하는 것 아닙니까.

끝으로 다시 한 번 부탁 말씀 올립니다. 소위 '성전건축헌금 약정서'를 무효로 처리해 주십시오. 사람 눈치 보며 적어낸 헌금 약정서로 밤잠을 설치는 교우들의 고민을 풀어주십시오. 어느 교회에서는 건축헌금 때문에 부부싸움이 나고 결국엔 가정파탄까지 이른 경우도 있음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교회는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공동체입니다. 화려한 내부 치장으로 머리만 굵어지는 교회가 아닌, 수수하지만 손발이 부지런한 교회가 되어 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두 편에 걸친 장문의 편지를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성전건축헌금 봉투실명제니 안 낼 수도 없고, 내자니 싸움 나겠고...
ⓒ 김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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