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처름 나라에 해를 끼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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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처름 나라에 해를 끼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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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고 용서도 구했다

몇 년 전, 미국 출장 중에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다.

911사태 얼마 뒤여서 항공보안이 삼엄했다. 내 항공권에는 ‘SSSS’라 찍혔고 미국인들과 달리 공항 한 구석에서 신발을 벗고 허리띠도 풀고, 영화에서 도주하다 잡힌 범인 수색하듯 두 손들고 다리 벌리고 검사를 받았다.

공안들은 가방 속의 짐을 다 꺼내서 책장까지 한장 한장 넘기며 검사를 했다. 약소국 국민으로써 겪는 억울함이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좌석에 앉았지만 계속계속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두 눈을 꼭 감고 참아 보려 했지만 도저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끓어오른 뜨거운 분노는 좌석 스펀치 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 들었다. 완전범죄였다. 소리도 없었지만 냄새도 없었다. 진짜 그런 줄 알았다. 적어도 잠시 동안은....자세가 불편해서 잠시 몸을 뒤척였다.

순간 옆 좌석에 앉은 말끔하게 차려입은 금발머리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나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슨 큰 일이 난 것이 틀림 없었다. 진짜였다. 그 국내선 비행기로서는 911 이후 최고의 항공기 테러였다.

약소국민의 끓어 오르는 울분과, 된장에 대한 진한 노스탈져와 미국 도착 후 사흘 동안 화장실 못가서 참을 수 없이 불편해진 대장의 강력한 항변이 가만히 항공기 좌석 스펀지 속에 숨어 있다가 몸을 뒤척이는 통에 스펀지 속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다.

고교 때 시험 감독 선생님이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뒷 자리에 앉은 친구의 시험을 완전히 망치게 만든 바로 그 냄새보다 수 십 배는 강력하고 아아! 김두환의 국회투척 똥통이 차라리 이보다 더 향긋 했어려니...

미국 햄버거가 동양인의 몸 속에서 삼일동안 숙성되어 피어올린 한줄기 감당할 수 없는 냄새에 독가스가 터진 줄 알고 화들짝 놀라 일어난 그 금발의 아줌마에게 죄송한 마음 감당할 길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혀를 깨물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멈추고 아주머니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혼도니 스미마셍 데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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