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임목사실에 걸린 신축건물 조감도 ⓒ 김유원 기자^^^ | ||
저는 1999년, 그러니까 목사님이 대구에서 이곳 서울로 부임해 오신 해부터 비정기적으로 주일예배를 드려온 크리스천입니다. 목사님의 차분하신 음성으로 흘러나오는, 설득력 있는 설교도 여러 차례 들었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목사님을 대면하여 인사를 여쭌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렇게 목사님께 느닷없이 글을 올리는 까닭부터 말씀드려야 무례가 되지 않을 것 같군요. 이유인즉슨, 10년도 채 안 된 현재 예배당 건물을 헐어 새 건물을 짓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목사님께 적잖은 실망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실내외 모두 앞으로 10년은 족히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이더군요. 교회 홈페이지 자료에 의하면 1994년도 건물인 데다, 목사님 부임 직전에 리모델링까지 했으니까 말입니다. 목사님 부임의 예를 갖추느라 교우들의 정성어린 헌금이 건물 곳곳에 쓰여진 것이지요.
J목사님!
예배당은 6일 동안 사회 속으로 흩어져 살던 교우들이 주일(일요일)에 한데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교우간에 친교를 나누는 장소입니다. 그런데도 교우들이 '구약시대 솔로몬 성전처럼 하나님이 배타적으로 임(臨)하시는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시대정신을 망각하는 처사이지요.
^^^▲ 텅 빈 예배당 ⓒ 김유원 기자^^^ | ||
목사님께서 목회 하시는 교회의 올해 표어가 '생명의 성령이여, 삶의 주인이 되소서(신약성서 로마서 14장 17절)'이더군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들 삶의 전 영역의 주인이십니다. 지금 하나님은 성막과 성전이 아니라, 교우들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예배당의 가치는 교우들이 함께 모일 때 특별하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가 아는 어느 교회는 평일이면 예배당을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민방위 교육장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대학 교실 등등으로 말예요. 예배당 건물을 지극히 거룩한 '솔로몬 성전'으로 인식하는 입장이라면 실로 '천벌을 받을' 짓일 테지요.
목사님!
제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하고 갑갑합니다. 몇몇 지역 주민들의 입을 빌리면 새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3층의 초대형 건물인 데다, 3개층은 임대 사업용으로 짓는다더군요. 저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목사님과 C교회 교우들의 의식수준을 믿기 때문입니다.
^^^▲ 신축건물 조감도가 전면에 걸린 최근 교회주보 ⓒ 김유원 기자^^^ | ||
또 하나, 교회 바로 뒤편에 자리잡은 15, 16, 17번지 주민들이 교회를 상대로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알려 드립니다. 요컨대, 일조권의 보장과 주차장 입구의 설계 변경이더군요. 교회 건물이 이웃집 살림살이에 그늘을 드리운다면 심각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굳이 건물신축을 강행하셔야겠다면 이 점을 반드시 유념하셔야겠더군요.
존경하옵는 J목사님!
푸른 초장 같은 예배당, 지금 이대로도 족하다고 생각됩니다. 기왕에 교우들로부터 헌금을 모으셨다면 보다 더 좋은 곳에 사용해 주십시오. 더 이상 건물에는 쓰지 말아주십시오. 정히 예배 공간이 부족하다면 그 때 증축을 하심이 어떨까요? 지난 주 4부 예배시간에 예배를 드렸습니다. 빈자리가 너무 많아 민망했습니다. 설교자가 외부에서 초빙된 큰손님(?)인데도 불구하고 말예요.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다음 번 편지는 좀더 편한 마음으로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무더위에 목사님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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