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때론 누군가를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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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때론 누군가를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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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몰인정 함에 대한 변론

식당에 가면 가끔 ‘불우이웃 돕기 기금’을 모으는 모금함이나 저금통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제껏 한번도 그 저금통에 돈을 넣어 본적이 없습니다. 지폐는 물론 주머니가 무거워서 귀찮아하는 동전조차도 넣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일말의 의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저금통에 넣은 돈이 정말 불우이웃돕기에 쓰일까?”

가끔 메스컴에 나는 기사가 있지 않습니까. ‘불우이웃 돕기 명목의 바자회나, 콘서트 수익금 중 실제로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되는 액수는 전체수익금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혹은 ‘유명 복지재단 명의로 받은 기금을 개인이 착복했다.’라는 기사들 말입니다.

단순히 그런 종류의 불신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불우이웃 돕기’등의 말이 나오면 짜증과 함께 약간의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필요도 없는 위협을 과장해서 ‘평화의 땜’을 건립한다는 명목으로 코 흘리게 아이들의 돈을 빼앗아간 것은 지금도 화가 나는 일입니다. 또 작년에 큰 수해가 났을 때 TV를 통해 며칠간이나 대대적으로 모금을 한 ‘수재민 돕기 성금’이 사실은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저금통 옆에 ‘사랑의 빵 나누기 운동’같은 내용이 적힌 포스터가 같이 붙어져 있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조금의 신뢰가 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역시 저금통이 돈을 넣는 것은 꺼려집니다. 이제까지 정부나 방송국등 공신력이 있는 기관들이 행한 일들도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이유들은 핑계일 뿐, 사실은 내가 마음이 메말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지하철계단이나 지하철 객차 안에서 걸인을 보아도, 나는 선 듯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내가 애써 고개를 돌려 그들을 외면하려고 할 때, 옆자리에 않은 나보다 더 여유가 없어 보이는 할머니가 주머니를 흔쾌히 열어서 나를 부끄럽게 하곤 합니다.

그러나 나도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언젠가 TV에서 본적이 있듯이, 그런 사람들 뒤에는 조직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갈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걸인들을 도와주는 것은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만족에 불과할 뿐인지도 모릅니다. 순수한 선행의 마음이 결과적으로는 그런 형태의 갈취조직을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결과를 낮게 될지도 모른다는, 제법 사려 깊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가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만 아는 것은 아닐 것인데, 내가 망설이는 그 순간에도 선 듯 지갑을 여는 분들을 보면, 내가 내세우는 이런저런 이유들은 결국 나의 자기변명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라고 해서 불우이웃 돕기를 전혀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탄절 무렵. 길가에서 구세군이 종을 흔드는 상자에는 수줍음을 무릅쓰고 몇 번 조금의 돈을 넣어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또한 어쩌면 성탄절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 메마른 내 마음이 어쩌다 한번 행하는 연례행사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나는 아주 마음이 선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변의 힘든 상황을 눈을 감고 애써 외면하는 모진 사람도 아닙니다. 나도 조금은 착한 일에 동참해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약간의 돈마저도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생활인 일 뿐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런 내가 때때로 이웃을 위해 무언가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그 순수한 마음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할 수는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나 역시 그리 넉넉하진 않을지라도 정말 제대로 사용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때로는 조금의 온정을 나눌 용기를 보다 쉽게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불우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이, 정말 제대로 사용되도록 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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