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전격적으로 군부 세력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 민주세력의 저항 한 번 없이 전권을 장악한 쿠데타 성공이 앞으로 그대로 군부 세력의 성공을 이어가면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의 처절한 저항 운동 이른바 파이브 투(Five Two, 22222, 2021년 2월 22일 즉 2가 5개)운동이 성과를 내기위해서는 미국, 유럽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이는 무자비한 군부세력의 무력의 힘을 꺾을 수 없을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주변 국가들의 상황을 대략 훑어보면, 중국과 아세안(ASEAN)국가들은 ‘내정불간섭“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얀마 비난 성명 하나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주권존중‘이라는 명분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인 군부 세력을 비난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중국의 비난은 시진핑 지도부의 자기모순이기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이웃국가로서 민주주의, 인권 등을 내세워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역시 내정불간섭이라는 어정쩡한 이유를 내세워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목소리로만 비난하는 입장이다. 이 같이 아세안은 한계를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다.
3월 8일 현재 확인된 것만 적어도 60명 가까이 미얀마 군경에 의한 발포, 폭력 등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등 참극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쿠데타 36일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국제사회는 분명하고도 군부 세력에 치명적인 조치들을 내놓지 못하면서 세월은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쿠데타 세력인 군부의 일부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1988년 8월 8일 이른바 ‘8888운동’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군부통치를 거침없이 해온 경력의 군부들이어서 이번의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다.
북한 핵 문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난성명과 압력을 높이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와 결합력이 강한 중국은 ‘내정불간섭’원칙이라며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얀마가 참여하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은 말로는 깊은 우려를 표출하면서도,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라는 원칙이 큰 장벽으로 작용,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라오가, 태국, 캄보디아 등의 중국 눈치 보기가 있는 한 쉽게 ‘전원 일치’라는 원칙을 이뤄내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국제사회 문제에 접하는 중국의 태도는 다자주의를 외치는 목소리와는 다른 실질적인 행보를 해왔다. 중국의 이중성이다. 대외명분은 다른 국가에 대한 내정불간섭원칙이라는 포장지만을 내보이는 습관적 변명이 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2월 26일 유엔 안보리 비공식 긴급회의에서 “미얀마 국내에서 발생한 일은 본질적으로 미얀마의 내정문제”라고 주장했다. 미얀마의 치안부대, 군경의 발포로 시위대가 사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각 방면이 자제를 유지하고,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 정치와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바란다”며 겨우 자제를 당부하는 수준의 미온적인 성명을 내놓았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 통치시대에 미국과 유럽 등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는 동안 군부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후 중국 당국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미얀마의 이슬람교도(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Rohingya)족에 대한 박해 문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의한 압력이 증가하자 미얀마는 중국에 바짝 다가가는 자세를 보였고,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1월 미얀마를 방문, “NLD정권의 시정을 단호히 지지한다”고 표방했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치러진 총선거에서 NLD가 83.1%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두고, 2021년 2월1일 의회가 문을 열고 2기 민정체제가 출범하려 했을 때 쿠데타를 전격적으로 일으켜 NLD 2기 체제를 무너뜨렸다. 군부세력은 영원히 자신들의 세력이 민주주의 정권에 의해 사라질 것을 우려, 지난해 총선거는 부정선거라며 NLD정권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 1월 발언은 이와 맞닿아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 이지만,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의 뜻을 더 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미얀마 군부세력이 사태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의 영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신경을 써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있어 이웃국가인 미얀마는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관문을 확보하는 것으로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역사적으로도, 장제스(蒋介石)가 이끄는 국민당 정부에 미국과 영국이 지원 물자를 지원하는 이른바 “원장(援蒋)루트”가 있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은 안이한 도박에 나설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세계전략연구원 쉬리핑(許利平) 연구원은 “평화롭고 안정된 미얀마가 중국의 이익에 가장 합치한다”는 견해를 중국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의 글에서 중국의 입장이 잘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의 관망 자세가 “중국이 미얀마 군부세력의 후원자가 되고 있다”고 하는 의심을 부르고 있다. 특히 미얀마 국내에서의 중국 비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천하이(陳海) 미얀마 주재 대사는 완전히 황당하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을 비판하는 미국과 서방 제국에 대해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는 2월 3일자의 사설에서 “서방 여론이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과 함께 같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은 도를 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중국의 방식을 선의와 실무적으로 가득 찬 현실주의적 태도”라고 정당화 했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와 홍콩의 반정부 시위 등을 강권적 수법으로 억압해온 전력이 있어, 미얀마 군부를 적극 비판하면 자기모순에 빠져든다는 사정도 엿보인다.
나아가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세안은 ‘내정불간섭’원칙과 ‘전원 일치’라는 원칙이 미얀마의 무법천지의 군부 세력의 반(反)민주적 폭거에 대항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한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행위에 대한 강한 논조가 잇따르면서 전통적인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이웃나라로서 일정한 개입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아세안은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해 비교적 유화적인 자세를 유지해왔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에 동조하지 않고, 경제면을 중심으로 한 교류를 진행, 인권상황의 개선이나 민주화를 촉구하는 ‘건설적 관여 정책’만을 추구해왔다. 그런 막강한 무력과 재력을 지난 군부는 얼마든지 입으로 하는 제재는 수용해 왔다. 미얀마 대기업의 대부분은 군부의 손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세안의 자세는 기본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얀마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아세안도 지금까지의 자세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일부 있기는 하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2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의 시위 탄압을 ‘파멸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필리핀의 일간지 필리핀스타 인터넷판도 지난 4일 “(미얀마의) 군인들이 힘의 부당한 행사를 계속 고집한다면, 미얀마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2일 사설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 뒤 국내에서만 문제를 해결하겠느냐. 대답은 분명히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인도네시아가 1980년대 캄보디아 내전에서 당사자 간 중재역을 한 경위를 소개”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정권을 전복시킨 군부의 쿠데타는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중재자가 양쪽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에 열린 미얀마 정세를 논하는 아세안 특별외무장관 회의에서 나온 의장성명은 미얀마에 대한 배려를 고려, 결정적으로 내용이 부실하게 됐다. 내정불간섭과 회원국 전원일치라는 원칙이 있어 아세안의 개입은 근본적으로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견이 뿌리 깊다.
문제는 미얀마에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싱가포를 등 아세안 이웃국가들은 과거처럼 두 가지 원칙(내정불간섭, 회원국 전원일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다는 점이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미얀마 경제 봉쇄 정책 등이 미얀마는 물론 이웃국가 아세안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서방세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영문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 인터넷 판은 지난 2월 26일자 사설에서 “아세안은 사태의 원활화 역할을 하는데 최적의 입장이다. 미얀마 군부와 선거의 정당한 승리자인 NLD를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며, 아세안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 유럽 등 강대국에만 미얀마 문제를 맡겨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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