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테리 이글턴 문화비평의 결정판 ‘문화란 무엇인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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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테리 이글턴 문화비평의 결정판 ‘문화란 무엇인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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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담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권에 꿰뚫는 21세기 문화 오디세이

문예출판사가 해마다 주목할 만한 저서를 출간하는 문화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신작 ‘문화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지난 2세기 동안 ‘문화’ 개념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문화 상대주의와 다양성, 포용성은 무조건 옹호돼야 할까? 문화는 현대 자본주의의 미학적 도구일까 새로운 비판자일까? 오늘날 문화는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중요한 담론으로 떠오른 ‘문화’에 대해 질문할 것들은 수없이 많다. 테리 이글턴의 대담한 통찰이 담긴 ‘문화란 무엇인가’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이글턴은 지난 2세기에 걸친 문화 개념의 변천사와 문화의 역할 그리고 오늘날 문화의 현상태에 대해 말하기 위해 철학, 인류학, 예술, 문학, 정치 등 다양한 영역의 걸출한 사상가들을 소환한다.

에드먼드 버크,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 프리드리히 실러, T. S. 엘리엇, 레이먼드 윌리엄스, 오스카 와일드 등 시대를 대표한 사상가들을 통해 인류의 지성사를 대담하게 훑어내리며 문화의 본질과 그 현재를 날카롭게 통찰한다. 특히 우리 시대 문화의 흐름인 포스트모던의 다양성 담론을 중심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의 의미와 역할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문화’란 무엇일까? 이글턴은 문화가 물질적 제도들을 포함한 ‘문명’과 동의어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인간이 따르는 가치와 관습 등을 일컫는 정신적 현상을 뜻한다고 말한다. 예로 신호등은 문명의 산물이지만 신호등의 색과 그 색의 의미를 정하는 것은 문화의 역할이다. ‘무엇을 할까’가 문명의 일이라면 ‘어떻게 할까’는 문화의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글턴은 바로 이런 점에서 문화가 인간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활동들을 비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경찰 문화’란 진압봉과 고무탄 자체보다는 지극히 경미한 도발에도 진압봉과 고무탄을 기꺼이 사용할 경찰 병력이 존재하느냐는 문제와 관련된다.’(18쪽) 이처럼 문화는 어떤 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결국 산업주의와 같은 물질문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문화는 18세기 후반에 산업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낭만적 민족주의의 핵심 개념이 됐다가 19세기가 시작되자 식민주의와 인류학에 대한 논의에 휘말려 들기도 했으며, 공동체의 내면에 깔린 ‘사회적 무의식’으로서 쇠퇴하는 종교의 대체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20세기 중반 다양성과 대중성을 중시한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래하면서 문화는 현재 우리 사회에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갈등을 불러오는 이슈가 되고 있다.

테리 이글턴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 상대주의, 다양성, 소수성에 대한 관심은 현대 사회에 귀중한 성과들을 만들어냈지만, 어떤 면에서 매우 배타적이라고 진단한다.

예컨데 정치적으로 올바른 학생들은 대학에서 동성애 혐오자를 몰아내는 데에는 힘을 쏟으면서도,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가들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왜 오늘날의 문화상대주의는 모든 ‘차이’를 존중하라고 말하면서도, 물질적 불평등이 만든 ‘차이’는 용인하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글턴은 이런 현상을 지적하며 문화가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을 잃고 있음을 지적한다. 오늘날의 이른바 ‘문화산업’이란 것은 문명 비판의 역할을 하는 ‘문화’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미지·브랜드·아이콘·디자인·광고 등과 같은 새로운 문화 기술은 자본주의를 위한 ‘미학적’ 형식이 돼버렸다.

수 세기 동안 문화의 역할은 문명 비판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안했으나,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글턴은 이런 문화의 현재를 보여주며 오늘날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이라는 큰 틀 안에서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다양한 범위의 답을 제시한다.

이글턴의 ‘문화란 무엇인가’는 문화에 관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지만 세계적 석학의 대담한 통찰을 통해 ‘문화’의 큰 흐름과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문화와 문명의 차이, 문화의 변천사, 문화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지금의 문제점까지, 문화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면 이글턴의 ‘문화란 무엇인가’ 단 한 권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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