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상청은 연휴 기간 내내 전국에서 맑고 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그런데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새벽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는 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렇게 시작된 강수현상은 추석 전날인 24일까지 사흘 내내 이어졌다.
당시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연휴임에도 “기상청을 폐쇄하라”거나 “기상사업을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등 시민들의 항의성 글들이 줄을 이었다.
요즘 기상청의 날씨 예보에 저절로 화가 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음날 예보는 물론, 당일 오전과 오후 예보가 180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지난 7월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여론조사 결과 '기상청을 대체로 믿는다'는 의견이 74%로 지난해에 비해 5% 가량 떨어진 반면, '잘 믿지 않는다'는 의견은 16.9%로 4%나 높아져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셈.
그런데 이러한 날씨 예보의 부정확성이 오히려 2004년 세계 최고 수준의 수퍼컴퓨터가 도입된 이후 높아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이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기상청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태환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특보정확도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발표된 호우와 대설, 황사, 태풍특보 등 이른바 ‘4대 악기상’에 대한 정확도는 평균 72.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의 슈퍼컴퓨터 2호기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0~2003년까지의 79.4%보다 무려 7% 이상 떨어진 것이다.
특히, 매년 여름철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호우 관련 특보는 슈퍼컴퓨터 도입 이전 70%에서 66.3%로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300억 원에 달하는 고비용을 들여 구입한 슈퍼컴퓨터로도 정확한 일기예보를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기술부와 기상청이 지난 7월 외부 컨설팅 업체에 예보역량 진단 평가를 맡긴 결과를 보면 예보관들의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20~30년을 근무하며 은퇴할 때까지 동일 업무에 종사하게 하면서 베테랑 전문 인력을 키우고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3년마다 보직이 변경되는 공무원 보직 순환제도로 인해 예보관들이 전문성을 키우기가 원천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날씨를 예측하는 프로그램도 크게 낙후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기상청이 운용 중인 10여개의 수치예보모델 가운데 예보 정확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全) 지구모델’은 지난 1991년 일본에서 도입해 지금까지 17년째 쓰고 있다.
기상청은 그러나 “예보 정확도는 해당년도의 날씨 특징이나 조사한 시기, 지리적인 여건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오는 2009년 수퍼컴퓨터 3호기가 도입되면 더 많은 관측 자료들을 더 정밀하게,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돼 기상 예측이 한층 정확해질 것“이라고 예보정확도에 대한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이와 관련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상이변이 심해져 날씨예보에 따른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기상학자들은 기상청이 잘못된 예보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개선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슈퍼컴퓨터 무용론과 함께 예산 낭비라는 국민들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선기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부)는 “우리 기상청이 그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보직 순환제를 개선하고 고급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날씨예보 정확도를 지금보다 향상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호 부경대 교수(대기과학과)도 “수퍼컴퓨터는 예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지만,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운영 능력이 동시에 향상돼야 제 값을 할 수 있다”면서 “기상청은 지금이라도 고급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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