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암호자산(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구매를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8일 15억 달러(약 1조 6,719억 원)어치를 구입했으며, 조만간 테슬라 제품을 비트코인 지불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산업계로의 침투 움직임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 흑자가 막 정착하기 시작한 이 회사의 실적에 리스크가 될 우려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유가증권보고서에서 2021년 1월 현금 운용처를 다양하게 하는 투자 방침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필요한 운전 자금을 웃도는 현금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 등에 전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테슬라는 2020년 말 현재 194억 달러(약 21조 6,271억 2,000만 원) 상당의 현금 및 현금 동등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8%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한 셈이다.
동시에 테슬라는 가까운 장래에 비트코인을 자사 제품의 지불 수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것은 분명히 하지 않았지만, “적용되는 법률에 따라, 처음엔 한정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결제 대기업인 미 페이팔 홀딩스가 가상 통화에 의한 지불을 시작할 계획을 표명한 예는 있지만, 대기업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제품에 대해 비트코인에 의한 지불을 인정하는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가상 통화에 부정적인 자세를 나타내기도 했던 머스크가 방침을 전환시킨 것은 바로 최근의 일이다.
머스크는 2020년 12월 하순에 비트코인 추진파로서 알려진 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사일러 CEO와 트위터상에서 논의한 적이 있다. 사일러는 테슬라의 자산을 달러에서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주주에게 1000억 달러(약 111조 4,600억 원)의 혜택을 주겠다고 권고했다.
사일러는 또 “다른 S&P500종 기업은 당신을 추종할 것이며, 머지않아 1조 달러의 주주 이익으로 부풀어 오를 것”이라고도 지적했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자사 자산의 일부를 암호화폐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무엇보다 가격 변동이 심한 비트코인을 자산운용이나 상품 결제에 도입하는 것에는 리스크도 있다. 테슬라는 8일 비트코인을 내용연수를 확정할 수 없는 무형자산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취득 후에 공정가치가 장부가격(당초에는 취득원가)을 밑돌았을 경우에는 감손손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반면 비트코인 시세가 오르더라도 테슬라의 보유자산 상향 조정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의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하고 있어 매각 전까지는 이익이 실현되지 않는 셈이다. 회계상으로는 감손의 발생만을 인식하기 위해, 전기자동차(EV) 판매 등의 본업과는 관계없이, 동사의 기간 손익이 비트코인 시세에 크게 좌우되는 사태도 상정된다.
머스크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한 사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는 8일 테슬라의 결정에 대해 전 세계가 이 리더십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8일 장중 한때 비트코인 가격은 4만 4000달러대로 치솟으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금융완화 장기화로 주가가 급등한 테슬라가 같은 요인으로 가격이 오른 비트코인에 손을 대는 구도를 거품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테슬라가 사겠다고 밝힌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은 이 회사의 2020년 12월 1분기 순이익의 2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시 금융긴축 관측이 퍼져 시장이 동요하면, 톱니바퀴가 역회전할 리스크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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