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지난해 말 감사원의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감사 기간에 몰래 삭제했던 내부 문건 444건 중에서 깜짝 놀랄만한 것이 튀어나왔다. 다름 아닌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10여 건이 포함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고 조선일보가 오늘 23일 신문에 단독보도를 했다. 이게 크다. 그동안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던 게 눈으로 확인된 사건이다. 즉 문재인의 이른바 탈원전은 단순한 에너지 수급계획의 문제가 아니고 모종의 남북한 간의 음모일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원전기능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것이고 그래서 궁극적으론 에너지는 물론이고 핵 제조가 불가능한 나라로 만들어놓고, 북한은 그 반대로 하려했다는 의구심을 품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문재인에게 대적하는 게 겁이 났던지 의도적으로 작게 기사를 취급했지만, 앞으로 파장은 커질 것이다. 어땠거나 보도에 따르면,북한 원전 관련 문건은 모두 2018년 5월 초·중순 작성된 것이다. 그게 묘하다. 문건 작성 시기는 문재인과 김정은 사이의 제1차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 직후이자, 2차 남북 정상회담(5월 26일) 직전이었다. 수상쩍지 않느냐?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새 원전 건설은 없다”고 했으나, 북한에는 원전을 새로 건설해주는 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했던 것이다.
그런 의구심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왜? 드러난 문건 10여 개는 그만큼 구체적이다. 북에 원전 지어주자는 아주 세밀한 복안이 있었다는 뜻이다. 즉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는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업무 경험 전문가 목록’ 등의 제목이 붙은 10여 건으로 알려졌다. KEDO는 한국과 미국·일본이 1995년 설립한 기구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전력 공급용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 기구다.
이 보고서들은 우리 정부가 2018년 5월 당시 북한 전력 지원 차원에서, 아니 또 다른 목적으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또다시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검토했음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실제론 더 이상 진척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국내 원전 추가 건설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 건설은 없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도 없다”는 탈원전 공약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런 문 정부가 국내에 더 짓지 않겠다고 한 원전을 북한 지역에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 셈이라면, 대체 이게 무슨 꿍꿍이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산업부 관계자는 “통일 등을 염두에 둔 장기 관점에서 미리 검토한 보고서일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왜? “시기가 묘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를 10여 건 만들어낸 2018년 5월 초·중순은 그해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직후였다. 또 이 보고서들을 만든 직후였던 그해 5월 말엔 현 정부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전직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현 정부의 1·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 산업부가 북한 지역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북한 경수로 지원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까지 물색했다면 단순한 장기 전망 보고서로 보긴 어렵다”.
사실 이미 아시겠지만,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 2일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의 PC를 압수해 그 안에 저장된 문서 파일 444건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 중 324건을 복원해 이 중에서 2018년 5월 초·중순에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보고서를 10여 건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주목할 것은 감사원은 이 보고서 10여 건을 포함, 산업부가 삭제한 내부 문건 목록 444건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최근 송부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공은 검찰에 넘어갔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아직까지는 의구심의 단계인데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척돼서 우리의 답답함을 풀어줬으면 한다. 문재인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탈원전을 했고, 북한에는 원전을 지어주려했고, 그 사이에 대체 무슨 거대한 음모가 들어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뜻이다.
※ 이 글은 23일 오전에 방송된 "몰래 北원전 짓자" 文 음모 발각··· 수사해야"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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