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좋은 아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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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좋은 아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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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흘린 코피를 보고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일어나 보니 화장실 부근에 피가 흥건하다. 여기저기 휴지에 피가 묻어있고, 화장실 바닥에도 여기저기에 피가 튀어 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 평소 코피를 잘 흐리는 큰 아이를 본다. 멀쩡하다. ‘이상한데...’ 하면서 나는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에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씻으러 화장실에 가보니 역시 새벽에 보았던 것처럼 피가 여기저기에 뿌려져 있다. 이번엔 좀 정신이 번쩍 든다. ‘왠 피!’ 나는 다시 아이들 방에 가 보았다. 큰 아이는 멀쩡한데, 작은 아이의 코에 여기저기 핏자국이 묻어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며칠 전부터 작은 아이가 코를 훌쩍거리던 것이 생각났다. 갑자기 머리가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 방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씻고, 옷 입고, 아이들을 깨웠다. 출근하기 전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모르는 척 하고 작은아이에게 물었다. “너 어젯밤 코 팠지!” 내가 묻자마자 “예” 하며 작은 아이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갑자기 가슴이 찡해진다.

며칠 전부터 작은 아이가 계속 코를 훌쩍거리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볍게 생각했었다. ‘콧물쯤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너는 왜 맨 날 코만 훌쩍거리는 거야. 비올 땐 밖에서 놀지 말라니까!” 라고 한 것이 내가 작은 아이에게 해 준 것의 전부였다. 아빠의 무관심 속에 작은 아이는 코감기가 낮지 않고 있다가, 밤에 잠결에 답답한 코를 파다가 코피가 난 것일 것이다.

아침. 바쁜 출근시간에 나는 상비약을 챙겨준다. “이것 먹어. 학교 갔다 와서도 한 번 더 먹어. 알았지!” 그리고 나는 직장으로 향한다. 종일 찜찜하다. ‘나는 아이에게 왜 그것 밖에 못해준 것일까?’ ‘진즉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코피까지는 안 났을 터인데.’ ‘내가 너무 무심하긴 하구나...’

퇴근하지 마자 아이에게 조금 엄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너 오늘 코 팠어 안 팠어?” 그렇다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빠 나 코 안 팠어요.”

작은 아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대답한다. 갑자기 왈칵 미안한 마음이 밀려 올라와서 아이의 얼굴을 감싸 쥔다.

“정말! 정말로 코 안 팠어? 그리고 약도 잘 먹었어? 그래 우리 새끼 착하다!”

그래 사실 나는 그 동안 아이들에게 무심하기도 했고, 잘못 했던 것도 많다. ‘부모님이 날 키우실 때도 이 보다는 훨씬 더 잘해 주셨는데, 요즘같이 극성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시기에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슬그머니 마음 한 구석에 파고든다.

“아이는 강하게 키워야 해!” 라는 평소의 지론이 오늘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느낀다. “부모는 아이에게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해!”라고 갑자기 교육지침이 바뀌는 날이다. 오늘은.

‘그래. 내일부터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잘 해주어야겠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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