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도 바이브레이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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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쑤시개도 바이브레이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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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룡이 더위먹었다

도련님전상서 ~

몽룡 서방님 보셔요. 서방님 떠나신 지도 어느덧 수년이 지났사옵니다. 저번에 변 사또에 관한 일은 아주 말끔하게 처리되었사오니 염려를 놓으시고 과거에 전념하시옵소서. 사또의 끈질긴 수청은 요행히 심청이 때매 거절할 수 있었지요.

동원 뒤뜰 작은 연못에 연꽃이 피었는데, 연꽃 안에 심청이가 들어 있지 뭡니까? 그 심청이를 변 사또가 보더니 바로 작업으로 들어가더이다. 고년… 참으로 예뻐졌더군요. 고년 말로는 용궁에서 문어한테 경락 마사지도 받았다.., 녹색홍합으로 피부도 좋아졌다는 둥, 결국 심청이 요년이 언젠가부터 변의 마음을 빼앗더니 드디어 정실부인이 되었습죠.

그리하야 소녀 춘향이는 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이제 서방님의 대과급제만을 바라며 열심히 천지신명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허나 서방님께서는 이번 과거에서 또 낙방하셨다지요? 벌써 몇 번째인가요? 제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요? 저도 이제 서서히 지쳐가옵니다. 이제 부디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나길 바라옵니다.

그렇잖아도 요즘, 노장군이 날마다 찾아와 구애를 하니 저도 이제 마음의 아리삼삼을 어찌할 수가... 노장군은 참으로 의지가 곧은 사람이더군요. 용모가 좀 머쓱해서 그렇지 걷는 폼도 깍두기 수준이고 이빨은 쇠가죽을 물어뜯고도 끄떡 없사옵고 게다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다지도 일편단심으로 소녀를 사모하는 것을 보니 그리 무지개매너(무지+개매너)한 사람은 아닌 듯하옵니다.

서방님과의 통정도 개의치 않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마음이 넓을 수가 있을까요? 서방님! 며칠 내에 과거시험이 한 번 더 있다지요? 마지막 한 번만 더 믿어 보겠사옵니다. 만일에 다시 한 번 저를 실망시킨다면 무지개매너 노 장군를 따뜻한 방으로 불러들일까 하오니 그리 아세요, 이번 과거에 좋은 성과를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나이다. 춘향이가.

내 사랑 춘향이 보거라!

심청이가 그대의 대역을 했다는 서찰을 보니 한시름 놓겠소. 언젠가 시간이 나는 데로 밥 같이 함 합시다. 나에는 참으로 갸륵한 년 이로고...

나 이몽룡이 과거는 앞으로 보지 않을 생각이오. 왜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사서삼경을 통달한들, 과거시험에 커닝행위가 난무하고, 시험관리들이 뇌물을 받아, 급제자를 선별하니 그 무슨 희망이 있겠소! 이미 아버님이 전 재산을 털어, 사과를 가득 담은 상자 2만개를 상납했건만, 소용이 없었소이다. 아무래도 상자가 그 상자가 아닌 듯하오. 혹 돌맹이를? 그 덕분에 우리 식구도 근근이 끼니를 걱정할 지경에 놓이고 말았소.

참, 춘향이의 아버님이 성 참판 아니오? 비록 그대가 천첩 월매의 소생이기는 하나, 그래도 핏줄은 핏줄이니 아버님께 한번, 연줄을 한번 넣어주셨으면 하오. 인맥이 최고라오! 만일 이도 안 될 경우를 생각해서, 다른 방도로 ‘IT 비즈니스’를 할까 하오. 이제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그 흐름에 맞춰서 인생을 설계하고자 하오.

그래서 말인데 춘향낭자! 아버님인 성 참판에게 사업자금을 융통했으면 하오. 먼 친척으로 봉이 김 선달이라는 분도 계신 것으로 아는데…. 은자 삼만 냥이면 충분히 시작할 수가 있다오. 과거에 붙도록 기왓집 인맥을 넣어주든지 사업 자금을 대주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주시오.

그리고 노장군의 추파얘기를 읽었소만 아무리 폭염이래도 소나기는 피하라는 성현의 말씀이 뭔? 소린지 알기나 하오. 소나기속에는 천둥이 숨었다는 것인즉, 빌어먹을 ‘원나잇스탠’ 때매 벼락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 오니 그리 아시고 급한 밤에는 ‘바이브레이터’나 이쑤시개로 피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노장군을 끌어안지는 마시라고 부탁하오. 그럼 이만 총총. 한양에서 다소 몽롱한 이몽룡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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