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부산, 기후변화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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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도 부산, 기후변화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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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민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현상민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최근 과학계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들이 적지 않다. 그중 가장 앞자리에 놓이는 것은 무엇일까? 단연 ‘기후변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사는 앞으로의 세상은 기후변화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숨겨진 사실들이 과학적으로 하나 둘 밝혀짐에 따라 다각도로 그 여파도 깊어지는데, 작은 일상사에서부터 군집을 이루고 살아가는 도시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가 끼친 폐해는 갈수록 더 명확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이나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하나 둘이 아니다.

중세 ‘온난기(800~1,300 AD)’ 동안 그린란드(Greenland)에 살던 바이킹족의 사례도 그 하나다. ‘소빙기(1,300~1,650 AD)’가 되자 바이킹족은 대대로 살던 정착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혹한기가 되자 먹거리와 난방용 땔감의 부족이 더욱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바이킹족 사례가 아주 오래전 일이라면, 남태평양 도서국의 수몰위기는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되면서 ‘키리바시’나 ‘투발루’같은 섬나라는 자신들의 거주지를 가까운 시기에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들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폐해와 직결되어 있다.

이미 남태평양 도서국 수장들은 곧 닥칠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자국 국민을 이웃나라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착수한 상태다. 이런 조치는 현재 세대가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래 세대에겐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문제들이 선택이 아닌 생존 자체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두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수도권에 있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부산 영도로 기관을 이전했고, 현재 해양관련 기관 대부분이 해양과학혁신센터가 자리한 부산 영도로 옮겼다.

필자 역시 부산으로 옮겨온 소속기관에서 3년을 보내면서 본업인 연구와 병행해 현지적응을 위해 다양한 지역혁신 행사에 참여 중이다.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일이 잦다. 그런 가운데 가장 많이 접한 용어는 지역혁신, 지역균형발전, 부산 혁신도시, 미래 산업변화, 동남권 경제벨트, 부산 북항 개발, 4차 산업과 같은 용어다. 이런 용어에는 지역의 인구감소와 수도권 중심의 경제상황을 탈피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는 부산시의 다양한 노력과 열정이 함축된 것임을 알았다.

대한민국, 제2의 해양수도 부산 역시 정부의 시책에 맞춰 부산의 발전을 계획 중이다.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를 주축으로 부산발전, 지역 발전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계획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앞에서 말한 부산의 북항개발이다. 북항개발은 지금의 부산시 북항을 획기적으로 개발하여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대표 항구도시인 부산의 입지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경제 활성화 등을 도모하기 위한 야심찬 추진이다. 그러나 소속기관 이전으로 옮겨와 부산에 정착하면서 지역활동에 다양하게 참가한 필자로서 느끼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실제로 부산의 북항을 개발하고 이를 계기로 동남권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추진 계획이나 정책 관련 논의 과정에서 작금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다소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지금 한창 개발 중인 북항이 완공될 무렵이면 환경 친화적 도시의 위용을 자랑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과문한 탓이겠지만, 필자로선 현재 북항개발을 친환경적으로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접할 수 없었다.

과연, 현재 진행형인 기후변화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숙제를 주고 있는가? 이와 관련해 한국의 해양수도임을 자부하는 부산은 어떤 관심과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기후변화가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지금의 생활환경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를 직시한다면, 우리의 생활환경을 이루는 주변의 인프라 환경도 마땅히 바꿔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이슈의 과학적 정보와 국가별 실천계획을 담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의 수차례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가 지구촌에 끼칠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해양수도를 자처하는 부산시가 대대적인 북항개발을 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합당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이를 풀이하면, 법률이나 제도, 관습, 문화 그리고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까지 통틀어 인간 사회를 뒷받침하는 어떤 틀은 한번 형성되면 외부로부터의 상당한 쇼크에 의해 그 의존성이 형성될 때의 환경이나 조건이 바뀌어도 종래의 내용이나 형태가 그대로 존속되기 쉽다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부산의 발전방향과 그 정책도 과거에 수립한 경로 의존성에 따라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어떤 시책을 내놓고, 또 그에 따라 결과에 대한 평가도 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부산은 최소한 도시발전,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과 그 평가에서도 수십 년 전에 세웠던 경로(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심각한 폐해를 초래하는 기후변화라는 세계적 화두가 던져졌음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북항개발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을 보면...

경로 의존성에 근거해서 부산의 발전계획과 그 성과를 평가한다면, 100층 이상으로 올라간 아파트 단지를 보유한 부산은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북항개발의 일환으로 수십 층 높이의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고, 스마트시티 기치를 내걸고 현대적이긴 하지만 정서적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시설물이 여럿 들어서더라도 높게 평가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로 의존성에 근거한 시책은 전 지구촌을 강타하는 기후변화라는 큰 화두가 던져진 지금,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런 발전도상에서 기후변화라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그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부산의 도시개발정책을 관장하는 부산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대적 흐름으로 보아 국가의 균형발전은 타당한 정책이다. 부산시가 내세운 균형발전도 합당한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균형발전이라 하더라도 특정 지역에 세워진 수십 층의 빌딩을 그대로 답습하여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 또 다른 지역에다 수십 층 높이의 빌딩을 짓는다면, 비록 외형적으로는 균형발전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오히려 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해운대 센텀시티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영도나 송도도 그와 똑같은 환경을 판박이처럼 조성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무릇 도시 관점에서 서울의 특성과 부산의 특성이 다르듯, 해운대와 북항도 서로 다른 도시공간적 특성을 지닌다. 미래도시 해운대가 갖지 못한 특성을 역사적 자취가 가득 담긴 영도나 송도가 가지고 있기도 하다. 부산시는 부산시 내에서도 지역 간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여기에 더해 전 지구촌을 드리운 기후변화가 사는 곳이 어디든 현대인의 삶을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현대화와 도시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수도권에서 추진하는 발전방향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부산은 근본적으로 서울이나 수도권과 다르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곳과 달리 항구를 끼고 있는 유명 항구도시라도 점도 이채롭다. 아파트의 층수가 제아무리 올라가더라도 살기 좋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부산으로 곧바로 정의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의 행복지수는 아파트 높이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조건보다 정서적, 환경적 조건이 우리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KTX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엄습하고 있다. 부유한 나라에 사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항상 높은 것이 아니며, 가난한 환경에 살더라도 그들의 행복지수가 부유한 환경에서의 삶보다 항상 낮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부산이 자랑하는 해양수도라는 타이틀도 아파트 높이로는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부하는 해양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피상적으로 갖고 있던 개발에 대한 과거의 경로 의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를 다루는 IPCC에서는 기후변화로 야기될 각종 환경적 변화를 예고해왔고 또 경고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한층 더 강력해지는 태풍으로 인해 해안가 지역에 세워진 고층 아파트의 창문이 부서지고 침수되며, 방파제가 유실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라 경고한다.

우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또 극심한 위험성에 노출된 경험이 있어도 쉽게 잊는 경로 의존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 수긍하고 인정하더라도 세계적 미항을 꿈꾸고, 해양과 더불어 보다 윤택하고 여유 있는 삶을 이루려는 부산으로서는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과학계와 지구촌 전체가 이구동성으로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가장 큰 사건으로 꼽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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