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는 이렇게 매우 부정적으로 혀를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손톱이나 머리카락은 다듬어주고 보듬어주지만 혀에는 무관심하다.
하지만 '완전히' 길들일 수는 없을지라도 '조금씩' 길들일 수는 있을 터이다. 로또복권이 전국을 휘젓던 때, 울산의 한 시민은 3000여 만원에 이르는 당첨금 전액을 혀를 다스리는 데 사용해 복권 열풍에 들뜬 이들을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그는 당첨 전에 동료에게 지나가는 말로 던진 '1000만원 약속'을 이행했을 뿐만 아니라 입 안에 담아둔 자신과의 약속(뇌척수염을 앓고 있는 환아를 돕고 싶다)까지 지켜냈다. 거저 들어온 돈이니 쉬운 일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싶다.
'혀 다스리기'가 가장 절실한 곳을 대라면 퍼뜩 국회 의사당이 떠오르는 까닭은 뭘까. 그곳에서는 야생마처럼 혀가 이리저리 날뛴다. 불씨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을 놓는다. 민생을 위로하는 혀는 힘을 잃고 선정적인 가십을 내뱉는 혀만 득세한다.
이처럼 '말하는' 혀는 길이 10cm, 무게 57g의 감각기관. 위쪽 표면엔 조그만 돌기 형태의 설유두(舌乳頭)가 수없이 돋아 있는데, 이 설유두 일부엔 미각을 받아들이는 미뢰가 들어있다. 이 미뢰가 신맛과 쓴맛, 짠맛, 단맛 등을 뇌의 미각중추(味覺中樞)에 전달한다.
다음은 영어 조기교육 바람 앞에 수난을 당하고 있는 주인공을 소개할 차례다. 혀 아래쪽에 자리잡은 조그만 끈인 설소대(舌小帶). 이 끈이 너무 짧을 경우 혀의 움직임을 둔해져 이른바 혀짤배기 소리를 내게 된다. 일부 몰상식한 장사꾼 의사들은 영어를 잘 할 수 있다고 부모들을 꼬드겨 어린 아이들의 설소대를 절단하는 수술에 나서기도 했다.
혀에도 각종 질병이 달라붙는데, 미각장애(味覺障碍)와 미각감퇴증(味覺減退症)이 대표적이다. 미각장애에 걸리면 설탕이 짜게 느껴지거나 거꾸로 고기 맛이 단맛을 띠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아연 결핍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아연 섭취를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각감퇴증은 말 그대로 입맛이 감퇴하는 증상. 커피를 마실 때도 설탕을 듬뿍듬뿍 타야 비로소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심하면 아무런 맛도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야말로 살 맛을 잃어버리게 되어 우울증에 노출되기도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말이다.
이제 혀는 '촉각과 시각과 청각만큼이나 미각도 중요하다'는 뼈저린 반성을 우리 각자에게 요구하는 동시에 길들여지기를 자원하고 있는 듯하다. 부디 우리 사회가 혀 관리를 잘해 살맛 나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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