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나 줄어든 상황에서도 투자를 15%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5G, 자율주행,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투자를 늘린데 따른 것이다. 대기업 투자액만 43조2910억 원으로 이들 전체의 영업이익(30조3598억 원)보다 10조 원 이상 많았다. 재계 1위 삼성이 작년보다 약 65% 늘린 15조 원을 집행하며 전체 투자를 견인했다.
올 상반기 그룹별 실적을 보면 삼성그룹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9조617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대기업집단 3위 SK그룹이 4조2839억 원으로 2위를 기록했고,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이 1조 이상인 그룹은 지난해 7곳에서 올해 5곳으로 줄었다.
19일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74개 사의 상반기(1~6월) 개별기준 실적 및 투자(유형자산 및 무형자산 취득액)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1조8838억 원, 30조3598억 원, 투자액은 43조29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매출은 3.7%(24조9313억 원), 영업이익은 25.3%(10조2901억 원) 줄었다. 순이익 역시 36조2459억 원에서 27조8307억 원으로 23.2%(8조4151억 원) 감소했다. 실적이 크게 악화했지만 투자는 작년보다 15.8%(5조9140억 원) 증가했다.
삼성은 올 상반기에만 15조2566억 원을 투자했는데 작년(9조2586억 원)보다 5조9980억 원(64.8%) 확대했다. 투자액이 10조 원을 넘는 그룹은 삼성이 유일했다.
삼성을 제외할 경우 전체 대기업집단 투자액은 28조1184억 원에서 28조344억 원으로 840억 원 감소하게 된다.
삼성 다음으로는 현대차(7934억 원), 포스코(7733억 원), GS(3586억 원), KT(2239억 원), SM(2061억 원), 현대백화점(1569억 원), 롯데(1468억 원), 영풍(1151억 원) 등이 1000억 원 이상 투자액을 늘렸다.
개별기업으로는 반도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가 14조237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삼성그룹 전체 투자액의 93.3%(14조2378억 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이어 SK하이닉스(4조915억 원), KT(1조8736억 원), 현대차(1조8543억 원), LG유플러스(1조3937억 원), 포스코(1조3916억 원), SK텔레콤(1조3150억 원), LG화학(1조2007억 원) 등이 1조 원 이상 투자했다.
증가액은 삼성전자(6조555억 원)가 유일하게 1조 원 이상 투자를 늘렸고 포스코(6092억 원), GS칼텍스(4582억 원), 현대모비스(3501억 원), LG유플러스(3489억 원), KT(3467억 원), SK텔레콤(3363억 원), 현대차(3056억 원) 등의 순이었다.
이와 함께 64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8개 그룹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는데, 이중 7개 그룹이 적자전환했고 2개 그룹은 적자가 확대됐다. 나머지 29개 그룹은 이익이 감소했다.
적자전환 한 그룹은 GS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S-Oil, OCI, 애경, 한라, 이랜드 등으로, 대부분 석유화학 계열사를 보유한 곳들이었다. 적자가 확대된 2곳은 금호아시아나와 호반건설이다. 다만 호반건설은 보고서 제출 기업이 세기상사 한 곳뿐이다.
반대로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하이트진로(294.1%, 952억 원)를 비롯해 셀트리온(174.7%, 3427억 원), 유진(77.0%, 389억 원), DB(53.0%, 2320억 원), 카카오(52.4%, 535억 원) 등 19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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