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영국사람으로 살지만 유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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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영국사람으로 살지만 유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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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영국 코미디를 보고 웃지 못한다

40년 넘게 영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영국사람으로 살고 있는 한 친구의 일화를 소개한다.

며칠 전, 지역 기업인모임 골프클럽의 연례 대회의 하나인 '캡틴 상'(Captain's Prize tournament competition) 시합에서였다. 18홀을 다 돌고나서, 핸디 12인 베리 세이버리를 막상막하 접전 끝에 1홀 차이로 따돌리고 이겼을 때, 베리가 불쑥 볼멘소리로 "You can't do this to me"라고 말했다.

얼른 듣고는 기분이 별로 개운치 않았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너, 나한테 이럴 수 없잖아!" 아니면 "너 이러면 안 돼!"로 생각이 되어서 말이다.

영국 땅에 오래 살면서 어지간하면 넘어가주고 양보하면서 어떤 때는 손해와 득실이 걸려 있어도 져주면서 사는 것이 내 나름대로 얻은 미덕이고, 그래서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그런 것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느니 내 비지니스에 더 열중해 온 것도 사실이다.

영국 현지인 직원들이 10년 이상이나 오래 일해 온 것이 고마워, 타 회사보다 더 많은 보너스를 준다. 그 많은 세금(소득세 40%~50%, 법인세 21%~27.5%, 사회보장세 9% 등)을 내면서도 좋은 제도, 환경, 교육, 의료, 평등 등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고마워하면서 산다.

그러나 조그마한 자존심이 건드려질 때면 참을 수가 없다. 클럽하우스에 가서 런던프라이드 쓴맥주(London Pride Bitter) 한 파인트(1 Pint=0.57 litre) 마시면서 우선은 이긴 기쁨에 환한 얼굴로 아는 영국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기후 얘기, 영국수상의 유럽 공동체 정상회담에서 격돌한 것이 영국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느니 마느니 하고 떠들다가 집으로 돌아 와서도 여전히 베리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

마침 스코틀랜드에서 내려온 큰딸 내외와 한 살짜리 손녀와 반갑게 인사하고 잠깐 들른 캐시(막내 딸 세영)에게 아침에 한 시합 얘기를 대강 했다. 그러고는 "베리가 나한테 'You can't do this to me'라고 했는데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이냐? 나는 '너 이럴 수 있니, 나 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로 받아져서 뽈이 났거든" 말하고 씩씩거렸더니 두 딸이 모두 깔깔대고 웃었다.

"아빠, 그건 ’I lost the game against you' just lost라는 거야. 그냥 '내가 졌어' 라는 뜻이야"라고 한다.

영국 귀화 40년 째이지만 아직도 이 사람들의 바닥에 깔린 정서도 이해 못하고 일상 생활 언어의 미묘한 차이조차 감득 못하고 내심 성질만 내었으니 지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생활 영어는 여전히 어렵다

몇 년 전 막내 캐시가 우리 회사에 일하고 있을 때였다. 한 번은 같이 버밍엄에 있는 자동차회사와 큰 상담을 하러 갔다. 회의를 하고 나오는데 "아빠, 아빠가 영어 그렇게 잘 하는 줄 몰랐어"하는 거였다. "야 임마, 비즈니스 영어는 아빠가 아주 잘 하는 거야"

어려운 무역전문 용어도 쓰고 상담을 우리 쪽으로 잘 이끌어 가면서 대화의 순서와 치밀함 그리고 준비해간 정확한 계수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펼쳤으니, 사회생활 2년짜리가 감동한 것이려니. 더더욱 영어로 막힘없이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뭐야! 아직도 영국 코미디는 반이나 이해할까? 그래서 남이 웃을 때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화적, 역사적, 정서적, 희화적 센스가 따라주지 못하니, 셰익스피어를 원문으로 읽었다 손 쳐도 얼마나 깊이 있는 이해를 했으며 엘리오트의 번역된 시를 아무리 읽어도 그 속뜻을 얼마만큼 마음으로 느꼈겠는가!

'내가 영문학 전공도 아니니 더 할 수 밖에' 라고 핑계 댈 수도 있지만 대학 다닐 때 경제원론 원서로 강의 듣고 학점도 따내며 40년도 넘게 영국 영어 본토에서 살고 있지만, 자꾸만 바보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

그 나라의 모든 것이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배고 자기 것이 되지 않으면 특히, 생활 언어를 거침없이 구사하고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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