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의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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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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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겅퀴꽃
ⓒ 박철^^^
 
 

20대 청년시절 어느 날, 나는 하릴없이 서울 장안동과 면목동 사이를 두고 내처 흘러가는 개천가를 거닐고 있었다. 살랑살랑 초가을 바람이 불고 저녁노을이 개천 둑 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적당한 기분이 되어 개천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다리를 건너려고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생활하수와 산업폐수가 흘러가는 시커먼 오물 더미 위에 작은 들국화 한 송이가 오롯하게 피어 있었다. 어떻게 씨앗이 예까지 날라 왔으며, 또 어떻게 폐수더미 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을까? 한마디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는 몸을 기울여 그 꽃에 코를 갔다 댔다.

아, 그런데 그 작은 들국화에서 연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한방을 떨어졌다. 그렇다. 아무리 세상이 썩고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고 할지라도 환경을 탓할 필요가 없다.

 

 
   
  ^^^▲ 제비꽃
ⓒ 박철^^^
 
 

내가 한 송이 꽃과 같은 사람이 되면 된다. 아름다운 인생의 향기를 피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후로 개천가 폐수더미에 오롯하게 피었던 들국화에 코를 갖다대는 심정으로 세상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화제를 중심으로 하고, 농부는 농사와 관계된 일을 화제로 삼고, 정치인들은 나라 안 밖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일을 화제로 삼는다. 이처럼 직업이 삶의 맛을 내고 색깔을 낸다.

나는 어떠한가? 나는 지난 24년 동안 교회에서 선생노릇을 하며 지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30여 번의 장례식을 인도했으며, 죽은 사람들의 염을 내 손으로 거들었다. 열 대 여섯 번의 결혼주례를 했다. 많은 생명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았다. 강단에서 일만 번에 가까운 설교를 했다.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 증거 했다.

 

 
   
  ^^^▲ 딸기꽃
ⓒ 박철^^^
 
 

그런데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인가? 나의 삶에서 그윽한 인생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가? 지금부터 10년 전, 목사 정회원 허입 자격심사를 하게 되었다. 자격 심사위원들은 연세도 있으시고, 목회 경험도 오래되신 분들이었다.

자격심사위원원장을 포함해서 자격심사위원이 6분이었다. 사무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목례를 하고 가만히 의자에 앉았다. 이제 심사위원들이 질문을 하면 대답하기만 하면 된다. 심사위원 중 어느 목사님이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박 목사는 목사로서 어느 때가 제일 힘들고 괴롭다고 생각하오.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은데.”

 

 
   
  ^^^▲ 조개나물꽃
ⓒ 박철^^^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이었다. 잠시 멈칫했다가 이런 대답을 했다.
“저는 목사로서 강단에서 갖은 좋은 말은 다하면서, 실상 저는 그렇게 살지 못합니다. 그런 제 자신을 발견할 때 그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지금도 그 대답에는 변함이 없다. 교인들에게는 늘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사람들로서,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들로서 바르게 살 것을 설교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한다. 그것을 느낄 때마다 참담한 생각이 든다. 목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또 길을 걷게 하신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인생의 향기를 풍기며 사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고약한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사는 사람도 있다.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느낌을 주고,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나쁜 느낌을 주고, 그래서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 노린재나무
ⓒ 박철^^^
 
 

많은 사람들이 전자(前者)와 같은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 좋은 느낌을 주고, 위로를 주고,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은 어떤 향기를 풍기며 살고 있는 가에 대해선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나는 목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면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송이 꽃과 같이, 아름답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자 미상의 이런 시(詩)가 있다.

한 나그네가 한 덩이의 진흙을 얻었습니다.
그 진흙에서는 굉장한 향기가 발산됩니다.
나그네가 묻습니다.
“너는 바그다드의 진주냐?”
진흙의 대답은 “아니요.”
“그럼 너는 인도의 사향이냐?”
“그것도 아니요.”
“그럼 너는 무엇이냐?”
“나는 한 덩이의 진흙일 뿐이요.”
“그러면 어디서 그런 향기가 나오느냐?”
“그 비결을 말해 드릴까요. 나는 백합화와 함께 오래 살았습니다.”

 

 
   
  ^^^▲ 황새냉이꽃
ⓒ 박철^^^
 
 


지금 그대는 인생의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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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 2003-07-02 15:21:11
기자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목사님이라니 감회가 새롭군요.저는 뉴타에 자주 들락거리는 이방인입니다.그리스도인이구요 저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열심히 벗어 버릴려고 요즘은 주님앞에 능력 달라고 떼도 써 봅니다.세상에 여러 목회자들이 마니 있지만 정말 말씀데로 살아가는 목자! 진정한 목자가 과연 얼마나 존제할까요 처음엔 목회자들의 그런 모습에 마니 실색도 했드랬습니다.지금은 시대말에 참 목자라 자신있게 부를수있는 목자를 만나 행복하고,열심히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기자님의 글을 볼때마다 다른기자들 보다 글들이 소박하고 웬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뉴타에 좋은글 마니 올려 주시고. 기도 마니 해 드리겠습니다.그럼 자주 들리겠습니다.

필자 2003-07-02 16:26:10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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