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강바람 싱그럽고 시원한 물의 정원속으로
남이섬 강바람 싱그럽고 시원한 물의 정원속으로
  • 김종선 기자
  • 승인 2020.07.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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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63km, 가랑잎처럼 떠있는 섬이 있다. 섬 둘레 5km. 실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 총 4km 십리길은 족히 된다. 1시간 30분 남짓이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추억 많은 길들의 연속. 남이섬 강변산책로는 늘 한가롭다. 밤사이 비가 내린 다음 날이면 숲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시원한 초록을 내뿜는다.

여름의 남이섬으로 온 이들은 하나같이 물가에 모인다. 남이섬의 모든 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동맥줄처럼 이어져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자작나무길, 중앙잣나무길, 은행나무길, 벚나무길 등 수없이 많은 이들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물기를 머금은 숲에서는 싱싱한 수박 냄새가 난다. 섬 곳곳에 있는 4만그루의 나무들이 그늘을 내어주고, 물은 숲의 생명력을 뽐내듯 싱그러움을 더한다.

배를 타고 내린 남이섬 초입에서는 지난 2016년 중국 광동성(廣東省) 해릉도(海陵岛)와 남이섬이 관광협약을 맺으며 설치한 해릉강을 만날 수 있다. 북한강물이 고스란히 해릉강으로 들어와 있어 발을 담그면 오싹할 정도로 시원함이 전해진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아치형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남이섬의 청명함이 그대로 담긴다. 폭포수 상류처럼 흘러가는 해릉강 옆 정자에 누워있으면 여느 명산계곡도 부럽지 않다. 최근에는 해릉강 옆 나무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이 많아졌다.

호텔정관루 부근에 위치한 ‘엘리시안 폭포정원’은 50여 년 전 설치돼 섬 내 용수를 공급해 왔던 물탱크를 재활용하여 새생명을 얻은 곳이다. 엘리시안 폭포정원은 아파트 4층 높이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시원함 그 자체다. 근처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많아 흩날리는 물방울들이 싱그럽게 퍼져 언제나 땅이 촉촉이 젖어있다. 앞으로는 폭포물이 흐르고 주변으로는 북한강물이 둘러싸고 있어 강바람이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폭포이름은 북한강에서 동반성장 하자며 2016년 상생협약을 맺은 ‘엘리시안 강촌’에서 유래했다.

섬의 외곽길을 걷다보면 발자국 소리보다 새소리, 나뭇잎 소리, 물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자연이 내는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머리와 가슴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다. 눈에 보이는 공간이 소리와 함께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는 느낌이다.

남이섬은 단 한 방울의 오수도 강으로 흘러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운용중이다. 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 운영정책이지만, 식당이나 숙박시설, 화장실 등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오수는 정화처리장에서 1급수로 처리된다. 이렇게 정화된 물은 섬 내 작은 논으로 보내져 쌀과 보리, 콩, 옥수수가 자라게 하면서 또 섬 내의 크고 작은 연못을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증발된다. 남이섬 호텔정관루 뒤편에 위치한 연못 ‘유영지(柳影池)’와 섬 중앙에서 싱그러운 연꽃을 자랑하는 환경연못 ‘연련지(戀蓮池)’는 무방류 시스템 속에서 언제나 맑고 투명하다.

숲속의 무성해진 풀들이 오솔길을 흔적도 없이 지우고 있다. 연못에는 수면을 가득 채운 연잎 위로 하늘을 향해 연꽃이 활짝 피어나는 중이다. 연잎과 연꽃으로 가득 찬 연못은 물속으로 햇살 한 줌 스며들 틈도 보이지 않았다. 큰키나무의 이파리도 치밀하게 겹쳐져 성하의 숲은 더 깊고 짙어졌다. 연잎사이를 유영하는 잉어의 힘찬 퍼덕임이 전해지는 여름이다.

한국 최초로 유니세프가 지정한 어린이 친화공원인 남이섬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많다. 특히 숲 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텔정관루 야외수영장 ‘워터가든’은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물놀이 장소다. 올해는 수영장 형태가 아닌 무인・무료・자율 이용시설로서 ‘숲 속 물놀이터 워터가든’으로 재단장했다. 오는 8월 23일까지 이용 가능하며, 물놀이터 · 탈의실 · 샤워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물놀이에 필요한 물품(물놀이용 신발, 여분 옷, 타올 등)은 개인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자연숲이 무성한 남단에서 만나는 ‘헛다리길’은 꾸준히 사랑받는 포토스팟이다. 통나무를 엮어 만든 길로, 섬 최남단 창경원에서 이어진다. 나무 틈 사이로 북한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며, 강물 위를 한적하게 떠다니는 오리배가 운치를 더한다. 섬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기도 한 헛다리길은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함께 걷는 이들에게 마음의 다리를 놓아주는 곳이기도 하다.

강물과 닿을 듯 말 듯한 동쪽길 한켠의 ‘논습지’는 보리를 수확한 자리에 모내기를 마쳤지만, 논 한 귀퉁이에는 베지 않고 남겨둔 보리가 누렇게 익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새들을 위해 일부러 남겨놓은 모양이다. 논습지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만 보아도 자연과 더불어 생명의 가치를 지켜가는 남이섬만의 특별한 논임을 알 수 있다.

남이섬의 8할은 나무와 물이다. 그 나무들 사이로 한없이 뻗어있는 길. 섬의 외곽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물소리, 코 끝에 싱그러이 와닿는 풀내음. 숲속을 걷다 보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된다. 여름은 남이섬의 자연이 가장 돋보이는 계절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도 맘 편히 떠날 수 없는 여름, 남이섬 숲 속에서는 자연의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모자람도 과함도 없는 평화로운 세계. 비움이 있는 곳에 풍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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