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원갑 선생, "나를 여왕이라 부르라" 펴내
작가 황원갑 선생, "나를 여왕이라 부르라" 펴내
  • 김동권
  • 승인 2007.07.2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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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내린 사내가 대필한 여왕들의 회고록

병마와 싸워가면서 굴하지 않고 큰 칼 옆에 찬 이순신 장군처럼 비장한 각오로 집필에 총 매진하고 있는 황원갑 작가가 우리 역사에 선명한 자취를 남기고 사라진 여걸 12명의 일대기를 1인칭 독백체 형식으로 기술한 독특한 역사인물소설집 "나를 여왕이라 부르라"를 펴냈다.

중견소설가이며 역사연구가인 황원갑(黃源甲, 62) 씨의 신작 소설집에는 역사의 고비마다 커다란 자취를 남기고 역사의 무대를 유유히 가로질러간 12명의 ‘여왕’이 등장한다.

<삼국사기>에는 세 명의 여왕이 나온다.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 등 모두 신라의 여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에 ‘여왕’이 과연 이 세 명밖에 없었을까. 비록 역사책에는 여왕으로 나오지 않고, 옥좌에 앉아 ‘진짜 여왕’ 노릇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 역사에는 여왕보다 더 막강한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실질적 여왕’, 여왕 대접을 받고도 남을만한 여걸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 진짜 여왕에 못지않게 비상한 일생을 살았던 여걸 12명의 일대기를 1인칭 독백체 소설집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유화는 해모수를 사칭한 바람둥이에게 몸을 버려 임신을 하자 사내는 달아나버리고, 아비는 집에서 쫓아내 미혼모가 되었다. 그 아비 없이 태어난 사생아가 고구려를 세운 일세의 영웅 추모왕(동명성왕 고주몽)이었다. 그리하여 유화부인은 뒷날 고구려의 국모요, 여신으로 신격화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었으니 그 누가 그녀를 가리켜 여왕보다 못하다 하랴.

소서노는 부여에서 목숨을 구해 도망쳐온 일개 망명객에 불과한 추모에게 몸도 주고 돈도 바쳐 고구려 창업에 헌신했다. 그러나 뒷날 살 떨리고 뼈저린 배신을 당하자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하여 새 나라를 건국했으니 그녀야 말로 백제의 국모요 시조요 실질적 여왕이었다.

이어서 이 책은 가락국 김수로대왕과 국제결혼을 하여 국모가 되고, 두 아들에게 자신의 성씨를 물려줘 오늘날 김해 허씨, 양천 허씨 등의 시조가 된 허황옥 황후, 개루왕의 마수를 뿌리치고 백제 여인의 정절을 길이 빛낸 도미의 아내, 남편인 고국천왕이 죽자 그 아우 산상왕을 고구려의 대왕으로 선택했던 우씨 황후,

태수의 학정에 용감히 항거해 정조를 지키고 사랑하는 고구려 안장왕의 품에 다시 안긴 한주, 절세의 미모로 40년간 신라 황실을 주름잡은 화랑의 여왕 미실궁주, 저자에서 놀림 받던 ‘바보’ 온달을 고구려의 으뜸가는 용장으로 만든 평강공주, 사내들의 끈질긴 도전을 물리치고 슬기로 신라를 다스린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 12년간 섭정으로서 고려의 자주성을 지킨 목종의 모후 천추태후, 조선왕조 유일의 섭정으로 40년간 정사를 좌우했던 명종의 모후 문정왕후, 기생의 역사를 바꾼 기생의 여왕 황진이 등의 일대기를 소설화했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그의 소설쓰기 작업에서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고 밝힌다. 그것은 이 여왕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1인칭 독백체 회고록 형식으로 기술한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12명의 여왕의 독백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기꺼이 신 내린 사내가 되어 박수(남자무당) 노릇을 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입을 통해 이 12명의 여왕은 사랑과 질투, 배신과 음모, 야망과 좌절, 쾌락과 죽음으로 점점이 얼룩진 자신의 일생을 올올이 풀어 내렸다. 애절하고 구슬픈 사연도 있고, 사납고 모진 일도 있다. 때로는 통쾌하기도 하고, 감칠맛 나는 장면도 있다. 또 때로는 비참하고 잔혹한 사건도 나온다.

진짜 여왕에서 악녀까지 비상했던 여걸들의 비상했던 일생이니 어찌 그 한 삶이 한갓 시정의 아낙네와 비슷할 수 있었으랴.

작가는 또 이렇게 말한다.

“나는 소설을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서라는 구실을 내세워 없었던 사실을 있었던 듯, 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양 왜곡하거나 날조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내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왜냐하면 이건 보통 연애소설이나 사소설이 아니라 역사소설이기 때문이다.

창작소설이지만 어디까지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뼈대로 삼아 피와 살과 가죽을 입힌 작업이다. 따라서 이 소설을 쓰는 데는 한 해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 소설에 담은 내용은 내가 지난 수십 년 세월을 두고 수많은 사료를 찾아 공부해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나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손으로만 쓰지 않기 위해 발품도 많이 팔았다.”

우리 자신이 역사를 왜곡, 날조하고 남의 잘못을 손가락질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사소설이든 사극이든 우리 자신부터가 사실에 충실해야지, 그렇지 못하고서 어찌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과 날조에 분개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

어쨌든, 여성의 지위가 옛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많이 바뀌었다. 고대로부터 근대의 왕조시대까지 전리품이나 공물, 하사품이나 재산, 또는 성적 노예 취급을 받던 여성이 이제는 남성을 제치고 각 분야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선진국에서 여성 수상이 나온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우리나라도 여성 국무총리에 이어 여성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이 소설집은 지난 수천 년 간 남성중심으로 이어져온 우리나라 여성암흑기에도 그 어떤 남성 못지않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걸, 훌륭한 일생을 보낸 여인, 독특하거나 멋진 풍류의 한 삶을 살다간 여인들의 파란만장한 자취를 일인칭 역사인물소설로 되살려본 것이다. [도서출판/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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