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미는 경기도 전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총칭한다. 주 생산지역은 여주, 이천, 김포, 평택, 안성, 화성, 파주, 용인, 양평 등지다.
경기미의 명성과 전통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이어진다. 여주, 이천, 김포 등지에서 생산된 자채미(紫彩米)와 자광미(紫光米)는 품질이 좋아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
이 사실은 ‘금양잡록(衿陽雜綠·1491년)’과‘행포지(杏蒲志·1825년)’에도 기록돼 있다.
경기미가 품질이 뛰어난 것은 천혜적으로 낟알이 여무는 결실기에 일조량이 많고 밤낮의 기온차가 커 벼의 생육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찰흙과 모래가 적절히 혼합된 사양질 토양과 마그네슘성분이 많은 물도 쌀 생산에 좋은 환경이다.
경기도는 2000년대부터 시·군,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함께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 추진했다. 이때부터 시중에 나온 경기미 브랜드가 200여개가 넘는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 특성과 친환경 재배, 최고의 밥맛 등 장점을 홍보해 왔다.
2007년에는 경기도지사 인증‘G+Rice(-199Rice)’를 탄생시켰다. 경기도가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197가지 잔류 농약과 중금속함량이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준의 50% 이하로 보증하는 프리미엄 명품쌀이다. 경기미는 과학적 재배 매뉴얼에 따라 필지별 정밀 토양검사를 하고 땅의 상태에 따라 맞춤비료를 주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주로 다수확품종의 벼를 심는데 반해 경기미는 아키바레(秋晴), 고시히카리(越光) 등 생산량은 적어도 밥맛이 좋은 품종을 많이 생산한다. 쌀의 질이 좋도록 벼가 여문 정도에 따라 적기에 벼베기를 한다. 밥맛을 좌우하는 아밀로스 함량은 17~20%, 단백질함량은 7% 이하가 되도록 생산한다.
농협의 최첨단 저온저장 시설에 냉각·보관·가공한다. 쌀알의 크기가 균일하고 금이 가거나 부서지지 않은 쌀만 선별 유통한다. 완전미 비율이 90% 이상이다. 지역별로도 특징이 있다.
‘여주 대왕님표쌀’은 2006년 전국 최초로‘쌀 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이천 임금님표쌀’전국 1위 브랜드 쌀이다. ‘김포 금쌀’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내세우는 쌀이다.
5000년 전 벼 재배지다.‘평택 슈퍼오닝쌀’은 경기미 가운데 가장 많이 수출하는 쌀이다. ‘안성맞춤쌀’은 기름진 논‘고래실’에서 재배한 쌀이다. ‘화성 햇살드리쌀’수향미는 구수하고 향이 있는 품종으로 특화된 쌀이다. ‘파주 임진강쌀’은 정부 품질인증을 받은 쌀에만 브랜드 사용 자격을 부여한다.
‘용인 백옥쌀’과‘양평 물맑은쌀’은 오리와 우렁이를 이용한 자연친화적 농법으로 키운 유기농 쌀이다. 경기미는 밥맛이 좋아 타 시·도 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0kg 기준으로 최고 2만 원 정도 비싸다. 때문에 타 지역 쌀이 경기미로 둔갑되어 팔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기미가 2000년대 들어 WTO, FTA협상 등 개방이 물밀 듯 다가온 데다 식문화의 서구화로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소비부진, 가격하락 등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까지 경기미 브랜드마케팅을 담당했던 필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쌀 생산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기간산업(基幹産業)이다. 자연생태계와 환경보전, 아름다운 자연경관유지, 홍수조절과 수자원 보존, 농촌전통문화의 계승 등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도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쌀 산업이 생명산업으로 지속 유지되도록 빵, 짜장면, 칼국수 등 묵은 수입밀가루 음식 소비를 줄이고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 건강에 유익한 쌀밥, 떡, 한과 등의 소비를 늘려 경기미의 진가가 빛나 농가소득증대로 이어지기 바란다.
문제열<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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