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계곡과 시원한 여름' 하면 생각나는 곳 '무주구천동'엔 나의 이모님이 한분 살고계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모님이라기보다는 이모님뻘 되시는 어른이셨다. 외할머니께서 어린시절 데려다가 소소한 집안일을 시키시며 딸같이 키우셨다고 하니 이모님과 다를바없어 우리는 어린시절부터 이모라고 불렀다.
무주구천동에서도 '심곡리'라하여 그곳은 영화 '뽕 2'를 촬영한곳으로도 더 유명한 곳인데 그야말로 8월의 한여름밤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곳이다. 그곳에가면 맨발로 뛰어나오다시피 하시며 우리를 반기시는 이모님말고도 기억이 또렷한 것이 있는데 한여름밤 마당에 모기불을 피고 앉아 '올챙이묵'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시는 이모님을 바라보며 먹던 참외며 수박의 그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란..
뚝뚝 떨어지는 올챙이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옥수수반죽이 저렇게도 되는가 싶기도 하고 무슨 신기한 것을 바라보는듯 군침을 삼키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가면 산에서 개어오신 산나물과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내시던 그 이모님은 안타깝게도 내가 마지막으로 무주구천동을 찾았던 10년전 암 선고를 받으시고 끝내 몇달만에 돌아가셨다.
당신 핏줄이 이남엔 한사람도 없다며 우리를 이모님보다 더 반겨주시던 이모부께서는 산에서 갖은 약초도 캐시고 해마다 신년초엔 직접 만드신 복주머니를 줄에 꿰어 두셨다가 한집에 하나씩 나누어주시곤 했다.
그런데 집뒤로 100여미터를 올라가면 그야말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이라도 했을것 같은 자그마한 계곡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 해에도 여름밤의 정취를 더 느끼고 싶어 그곳에가서 물장구를 치기로 하였는데 그만 옷을 입고 그곳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별천지가 따로 없는듯 너무 아름다운 밤을 보내게 되었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달빛을 호롱불 삼아 집에 내려와 그날밤 툇마루에 걸터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그립다.
이제 엄마께서도 그곳엔 연세가 있어 못가신다며 해마다 여름이 오면 싸릿나무 울타리 둘러진 그집을 그리워하신다. 이모는 가시고 안계시지만 이모부 께서는 나는 여기를 떠날수 없다며 아직 살고 계신다는데 올 여를에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무주구천동에서도 가장 깊은 계곡이 있는곳 그곳 '심곡리의' 그집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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