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유하 선생, 장편소설 '블랙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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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유하 선생, 장편소설 '블랙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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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는 신비를 다뤄

작가 박유하 선생이 장편소설 '블랙홀'을 출간했다.

목차를 보면 환상, 착각, 혼란, 좌절, 유치(幼稚), 통찰, 모순, 사유, 무지, 씨앗, 자만, 혼미, 새한의 기록, 오류, 의지, 착오, 추정, 절망, 질투, 반성, 집착, 놀라움 등이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난자의 통로인 나팔관과 정자의 통로인 정관, 아기의 통로인 산도, 그리고 성기의 통로인 질, 아직 이름 짓지 못한 생각의 통로는 성간 물질의 통로인 것이 꼭 블랙홀을 닮은 것 같다.

인간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닌데, ‘엄마 나 어디서 태어났어’ 라고 물으면 엄마는 ‘다리 밑에서 주어왔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엄마의 두 다리 사이에서이니 그럴 듯한 명답이다. 모두 새 생명의 탄생은 신비하다 못해 경이롭다. 암흑뿐인 블랙홀은 압축과 신비함의 통로이고 그곳을 통과한 성간 물질은 새 별로 탄생한다. 우리의 머리에도 블랙홀이 있다. 주변 사물을 빛의 속도로 좁은 통로로 흡수하여 생각과 사유와 판단을 탄생시킨다.

까맣게 잊은 기억이 떠오를 때, 오묘한 생각을 해내거나 창조적인 생각을 해냈을 때, 우리는 환희 작열한다. 아기의 탄생과 비슷하다. 블랙홀이 별을 탄생시켰을 때 우주도 기쁨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인간의 생각, 사유, 판단은 이 우주에 비해 미미한 존재인 우리의 것이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괴리감과 슬픔에 찬 인생 드라마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블랙홀'은 준범과 시련, 그리고 고난을 통해 재탄생하는 과정을 그렸지만 철학이라기보다 인간 사유의 가벼운 스케치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책속으로 들어가 보면, 육신이 마비되자 비로소 순수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그동안 몸의 욕구대로 살았다는 의미인데, 후회스럽다. 사람의 일생 중 가장 순수한 순간은 죽기 직전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낡은 끄나풀처럼 흔들거린다. 내게 사랑을 갈구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안타까움과 슬픔이 파동 치는데 나는 무능했다. 내 열망과 달리 과거는 전혀 반응이 없다. 과거는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아서 없고, 현재는 현재라고 하는 순간 사라지고 없으니 시간은 무(無)일 뿐이다.

사람에게 남는 건 행위의 결과뿐인 것 같은데 악(惡)은 없으니 만도 못하니 완전한 무(無)이고, 사랑은 꽃처럼 피었다 지니 허망하다. 그렇더라도 그 꽃을 가꾸지 않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고, 나를 무(無)로 만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 숨이 컥 막힌다.

창작은 <산고의 고통>이지만 세월이 흐른 뒤 결과를 보면 기쁨과 보람으로 남는다.

작품을 쓰는 데도 섬세하다. 언젠가 박 작가는 나의 고향 ‘금산’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의 고향이 금산이라는 것을 알고 안내를 부탁한 것이다. 10여 년 전 이지만 고 금산군수의 기념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것을 보러온 것이다.

그 때 당시 작품을 쓰는데 필요해서 찾은 것이다. 이와 같이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하나하나 챙기며 철저하다.

작가 박유하 선생은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1989년 '동그라미와 공의 융합'으로 문예지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그 뒤 많은 작품을 창작했는데 2010년 장편 '하얀손 그림자' 출간, 최근 2020년에 장편 '블랙홀'을 발간했다. 이외에도 단편 23편, 중편 4편을 ‘한국소설’등 여러 문예지 발표했다. 수상은 2016년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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