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입대를 앞두고
아들의 입대를 앞두고
  • 홍경석
  • 승인 2003.06.28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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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의 어느 날 밤 열 시경에 초인종이 울려서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식구 중에서 가장 늦게 귀가하는 '단골손님'인 아들이 들어섰습니다. 아들의 입은 귀에 가서 걸려있었고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습니다.

아들은 대학의 수업이 파하면 그동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날은 그동안 일한 임금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맨입으로 귀가하면 가족간의 '실정법 위반'이며 또한 예의가 아닐까 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김밥집에 들러 김밥 4인분을 샀다고 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네 식구는 아들 덕분에 때 아닌 밤참을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아들은 이어서 자신이 받은 임금(돈)을 아내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손사래를 쳤지요. "아니다, 네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왜 날 주니? 더군다나 너는 조만간 입대도 할텐데 돈 쓸 일이 오죽이나 많겠니...."라며 한사코 받질 않았습니다.

그처럼 정겨운 풍경을 보자 평소 예의범절이 확실한 아들이 듬직해서 저는 아들을 불러 포옹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여고생 딸아이는 "호호~(^^) 우리 집엔 마치 행복의 구름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 같네요"라며 가히 촌철살인적인 멘트를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병무청에서 징집영장이 도착했는데 오는 8월 중순에 아들은 논산훈련소에 입대를 해야 합니다. 아들은 징집영장을 보자마자 "입대를 열흘 앞두기까지는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며 정보신문을 가져다 뒤적이는 것이었습니다.

"방학인데 쉬지 않고..."라며 말렸지만 아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가뜩이나 부모님의 경제상황이 어려우신데 제 용돈은 제가 벌어야죠..."

순간 박봉으로 인해 평소 아들에게 넉넉한 용돈을 주지 못 한 저의 부족함이 그만 자책과 회한의 커다란 해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내 생각을 바꿨습니다.

우리네 인생사는 본디가 새옹지마와 길흉화복이 점철되는 것이고 또한 어둠의 끝에는 반드시 새벽이 있다는 교훈을 믿은 때문이었지요.

누군가는 행복의 기준을 단순히 물질적인 풍요에서만 찾고자 합니다. 하지만 기실 중요한 행복의 척도는 가족간의 진실한 사랑과 화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죠.

아들이 입대하기 전에 바다든 산이든 함께 가야겠습니다. 같은 남아로서 흉금을 털어놓고 인생을 논하며 통음을 하고 싶습니다. 아들이 부디 건강하고 씩씩한 이 나라의 첨병이 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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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응경 2003-08-24 23:27:02
박봉이라 용돈을 못주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꺼꾸로 많지 않은 나이에 부모님을 모셔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여전히 부모자식간에 인연은 어찌할수 없는거지요.

어쨌든, 아들도 님의 마음을 알것입니다.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만한 선물은 없을것입니다, 3류인생이라 표현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두셨고, 열심히 생활하셨습니다.
그리고 훌륭하신 아버지 입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