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서리 체험피어오른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셨는지 콧물 눈물 침까지 흘러내리고 구토까지 하는 등 정말 가관이었다 ⓒ 배철현^^^ | ||
하루 전 내린 비로 폐교된 시골 초등학교 교정은 빗물에 흠뻑 젖어 있고 행사를 주관한 마을 주민들은 모래를 뿌리느라 시작에 앞서 어수선하고 분주한 모습은 시골 인심을 반영하듯 스스로 몸에 벤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어떤 이벤트 마냥 화려하게 꾸며진 것도 아니고 입심 좋은 사회나 우렁찬 음향기기가 마련된 것도 아닌 그야말로 자연을 사랑하는 그 모습 그대로를 연상하게 한다.
"추억의 밀서리"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주관하게 된 이번 행사는 미래의 표상인 아이들에겐 신비스럼을 엄마들에겐 추억의 향수를 마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초청된 아이들과 엄마들은 동심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꼬마들보단 엄마들이 더 신나서 주체를 못하고 있어 잿빛 울타리 속을 벗어나 싱싱한 자연을 경험한 기회로 주어져 삶의 신비와 가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만들어진 밀밭 길을 망아지 마냥 이리저리 뛰고 생전 처음 해본 어색한 낫질과 어지럽게 베어진 이삭들 하나 하나 줍는 것이 오히려 빠를 양 싶다.
한줌씩 꼭 쥐고 온 밀을 연기가 풀썩 풀썩 피어나고 있는 불에 올려놓고 눈물 아닌 눈물을 흘리며 굽는 재미 또한 신기하게만 느껴진 듯 하다.
밀서리 체험!
피어오른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셨는지 콧물, 눈물, 침까지 흘러내리고 구토까지 하는 등 정말 가관이었다. 어느새 손과 입가에는 검은 얼룩으로 드리워졌고 한 이삭이라도 더 먹어보려고 야단들이다.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 탈곡도 해야 될 것 아닌가? 모두들 생전 처음 보는 어울리지 않는 도리깨질이다. 아저씨들은 잘도 두드리는데 어찌된 일인지 도리깨를 돌리면 어깨에 부딪히고 어찌하면 원한 곳에 두드리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니 구경꾼들은 덩달아 좋아서 호호 해해 박장대소다.
^^^▲ 와롱- 위잉- 와롱- 위잉-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탈곡기 ⓒ 배철현 기자^^^ | ||
와롱- 위잉- 와롱- 위잉-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탈곡기. 발로 밟으면서 이삭으로부터 낱알을 털어 내는 것이 신기한지 꼬마들은 두려움에 떨고 엄마들은 한번이라도 더해보려고 신나게 밟아대고 입은 어느새 귓가에 걸쳐 있다.
베고, 털고, 두드리고, 떡메치기까지.. 남이 할 땐 쉬웠는데 내가 하면 왜 이리도 힘든지. 무거운 떡메를 한번 내리치면 착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니 혼자서 떼지 못해 곁에서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전통 체험을 위해 굴렁쇠와 투호도 꼬마들은 물론 엄마에겐 소중한 체험이었다. 이리 뛰고 저리 돌고 하는 새 자명종 소리가 꼬르르륵 우리 밀로 만든 국수와 수제비가 한 그릇씩 주어졌다. 비록 색깔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맛은 참 맛이라 어른 아이 모두가 맛있게 먹는 모습에 아직은 우리 몸엔 토종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분위기가 점점 익을 무렵부턴 허수아비 만들기 경연도 펼쳐 엄마와 꼬마들의 체험은 해가 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우리 밀의 가치와 친 환경농산물이 어우러진 추억의 밀서리 행사를 재현하게 되면서 생생한 자연학습 효과와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낙동강 상류지역의 식수원 지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그들의 살아있는 농심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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