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진공업국을 향하여(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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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중진공업국을 향하여(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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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기계공업의 태동(자동차) - 18

 
   
  ^^^▲ 일생을 바쳐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룩하신 故 박정희 대통령
ⓒ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
 
 

자동차공업 육성을 담당한 행정가들

이 날 이상과 같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자동차공업 육성에 정열을 쏟는 많은 행정가, 전문가들이 요소 요소를 차지하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청와대에는 자동차공업 육성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김정렴 비서실장이 있고, 담당 수석비서관으로 필자가 있고, 필자 밑에 상공부에서 자동차공업을 직접 담당하던 권광원 비서관(국장급)이 있었다.

상공부에는 이낙선(李洛善) 장관이 있고, 차관보(중공업 담당)로는 김재관 박사가 있었다.김 차관보는 독일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KIST에서 근무하다 온 기계전문가이다. 국장에는 유능하고 행정경험이 많은 고참격인 한재열(韓在烈)씨가 있었다.

한 국장은 필자와는 친구로서 어떤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 사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 자동차공업 정책을 전담하는 과장 자리인데, 윤승식씨가 권광원씨 뒤를 이어 과장으로 승진해서 근무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 관계 담당자는 완전히 동지적 입장에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조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소위 절호의 기회였다.

자동차공업 장기진흥계획 수립

상공부는 곧 청와대 회의 결론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우선 장기자동차공업 진흥계획을 새로 세우는 방침 하에 작업을 진행하였다. 한국의 고유모델 자동차공업을 발전시켜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며 중화학공업의 전략산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안이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장기 자동차공업 진흥계획의 내용

(1) 자동차공업의 80년대 기본목표를 완전 국산자동차 50만대 생산 및 1억 5천만 달러 수출기반 확립에 둔다.

(2) 자동차공업은 관련공업의 기술적·경제적 고도화와 상호 관련적으로 발달하므로, 중공업 발전의 전략적 선도산업으로서 중요성을 지니며, 장차 수출산업으로서도 경제성장에 크게 공헌하게 될 것이다.

(3) 현재 한국 자동차공업은 과거 10년간의 외제차 조립 경험과 중화학공업화 정책에 따른 기계공업의 중점적 육성으로 이제 완전 국산차의 양산체제를 조성할 시기가 성숙됐다.

(4) 국민경제활동에 필요한 자동차 수요는 1976년을 기점으로 급증해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 자동차 대중화)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5) 특히 승용차공업은 그 나라 실정에 적합한 경제적인 차종으로 수요증대를 가속화시키고 그에 따라 양산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6) 계속 증가될 유류소비 절약을 위해 소형차의 사용 장려를 기할 필요가 있다.

(7) 현재와 같은 외제차종 KD조립생산의 문제점은 ① 외국자동차의 잦은 변경으로 인해 장기간(長期間) 양산 불가능, ② 소량생산으로 원산지보다 고가(高價)이고 품질 불량, ③ 100% 국산화해도 수출시장 개척 곤란, ④ 결과적으로 자동차공업 위축과 더불어 관련공업 발전의 지연이다.

(8) 자동차공업의 획기적 발전은 우수한 국민차를 저가(低價)로 생산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9) 한국형 모델 생산시의 이점으로는 ① 차종 단순화와 모델 안정, ② 부품표준화 및 규격 통일 용이, ③ 양산체제 확립과 품질향상 촉진, ④ 독자적 모델로서 수출시장 개척 가능, ⑤ 기술축적 가속으로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10) 따라서 정부는 한국 실정에 적합한 경제적인 한국형 승용차의 양산체제 및 수출기반을 확립하고자, 다음 사항을 충족하는 승용차 생산을 중점 지원해 중공업화의 전략산업으로서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① 車型: 외국에서 생산 시판되지 않은 새로운 설계의 차형, ② 생산가격: 2,000 달러 내외, ③ 엔진배기량: 1,500cc 이하, ④ 국산화율: 95% 이상(KD 도입 불허), ⑤ 생산대수: 연산 5만대 이상, ⑥ 생산개시: 1975년.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서 지금까지 몇 년간 논의되어 오던 사항과는 달리, 그때까지 국산화가 안된 4대 핵심제품인 엔진, 차체, 미션 및 차축을 연산 5만대씩 생산하라는 혁신적 사항이었다. 또한 이 공문에는 전에 없던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

1973년 6월 20일에 상공부 장관의 결재를 받은 후, 7월 4일 국무총리의 재가를 받았다(註: 이 계획은 『한국형경제건설』 제4권 부록에 전문이 실려 있다). 당시 국무총리는 김종필(金鐘泌)씨로서 우리나라 자동차공업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재가를 할 때 "쇄신된 추진책 수립"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차종 또는 모델 변경이 반복되지 않는 자동차의 완전 국산화정책을 과감히 시행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즉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버려라" 하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로써 국무총리까지 한국형 고유모델 승용차공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 남았다. 상공부는 곧바로 (동년 7월 12일) 자동차 4社에게 공문을 발송했다(『한국형경제건설』 제4권 부록 제3부 제6절 참조). 공문내용은 극히 간단했다. "정부는 별첨과 같이 우리나라의 자동차공업 장기진흥계획을 수립했다.

각 사는 고유모델 승용차공장 건설계획을 작성하여 8월 5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각 사는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자동차공장을 건설한다고 말로만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고유승용차의 설계도와 구체적인 투자 계획서를 제출하고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확인을 하라는 뜻이 된다. 외국차의 조립이 아니라 고유형 국산차를 만들겠다는 회사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중화학공업화 선언"을 했을 때이다. 그 내용으로 80년대 초 자동차 50만대 생산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 자동차 각 사도 중화학공업의 대열에 참여하고 싶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고 따라오라는 식이었다.

 
   
  ^^^^^^▲ 일생을 바쳐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룩하신 故 박정희 대통령
ⓒ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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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
 
 

자동차 4사의 사업계획
자동차 4사는 일제히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 내용은 <도표 9-21>과 같다.

 
   
  ^^^^^^^^^^^^▲ 일생을 바쳐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룩하신 故 박정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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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부에서는 각 사에서 제출된 내용을 요약해서 청와대로 갖고 왔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병풍식으로 만들어 왔다(註: "병풍"의 복사본은 拙著 『한국형경제건설』제4권의 부록에 실려 있다)

 

 
   
  ^^^^^^^^^^^^^^^▲ 일생을 바쳐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룩하신 故 박정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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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식이라는 것은 꼭 브리핑 챠트식으로 내용을 작성하되, 크기를 30cm × 40cm 정도로 작게 만든 것이다. 용지는 좀 두터운白上紙(도화지 정도)에다 글씨를 사인펜으로 굵게 쓴다. 그리고 병풍같이 한 장 한 장을 연결한 것이다. 한 장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한 장씩 넘겨가면서 설명하면 끝까지 계속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설명하기 편하다 보니 당시 유행했다.

상공부 윤 과장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① 첫째가 GM Korea는 아직 차종도 결정 안된 데다, 투자 여부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GM측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② 둘째는, 아세아인데 투자규모가 600만 달러 정도이니 이 액수 갖고는 자동차의 완전국산화나 양산체제를 갖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세아는 타회사와 합병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고, 당분간은 버스나 트럭만 생산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③ 셋째가 현대에서는 부품공장(기어공장)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④ 넷째가 현재 자동차의 물품세는 1,700cc 이하는 일률적으로 40%가 부과되는데, 앞으로는 경제적 승용차의 완전국산화를 촉진하도록 소형차(1,000cc 및 1,500cc 이하)일수록 세금을 더 싸게 해주자는 것이고, 제조설비의 도입시 관세감면을 해주어 투자를 촉진시키자는 의견이었다.

모두 옳은 판단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필자는 김재관 차관보에게 현대나 기아는 어떤 움직임인가 물어보았다. "두 회사 모두 하겠다고는 하는데 원체 투자가 커서 좀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필자는 "수고했다"하고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김광모 비서관, 권광원 비서관과 상의를 했다. 결론은 대통령 지시각서를 떼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났다.

대통령 지시각서란 대통령의 명령이라는 뜻이다. 다만 일반명령과는 달리 극히 한정된 분야에 관해 명령을 내릴 때 쓰여진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선조시대의 어명(御命)과도 같은 성격이다. 자주 쓰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그래야만 효력이 크니 남발하지는 않았다. 경제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시각서를 내린 것은 역대 대통령 중 朴 대통령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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