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헌데 워낙에 사람이 변변치 못하여 아직도 내 집을 장만하지 못한 터라 또 전셋집을 얻어서 이사를 하여야 했다. 하지만 늘상 짓는 게 아파트와 주택이건만 어찌된 노릇인지 주택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것인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사를 하고 나서 저녁을 먹으며 밤 9시 뉴스를 시청하는데 "자칭 무직이라는 서울 강남의 어느 50대 주부는 하지만 아파트를 무려 26채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국세청의 발표가 앵커의 입을 통하여 방송되고 있었다. 그 방송을 보노라니 괜스레 그렇게 울컥 치미는 분통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이 땅의 거개 서민들은 날로 오르기만 하는 전셋값만을 쫓아 다닐라손 치더라도 늘상 가랭이가 찢어질 형국이거늘 하지만 어쩌면 저렇게 속칭 '가진 자'들의 욕심은 그 얼마나 크길레 마치 바다를 메워도 부족하단 말이던가...! 라는 생각에 들었던 수저를 그만 내팽개치고만 싶었다. 그러한 부동산 투기업자들이 허구한 날 준동을 해 대니 이 땅의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바람은 늘상 연목구어가 되는 것이리라.
오늘 뉴스를 보니 그처럼 부동산투기로서 치부(致富)한 작자들이 많아서인지 아무튼 새로이 이른바 '백만장자' (집을 차치하고 현금으로만 100만불 이상을 지닌) 그룹에 진입한 사람들이 작년에만 10%나 증가했다고 했다. 이같은 벼락부자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단연 세계 1위였다고 하니 작년에 그처럼 부동산 투기로서 횡재한 놈들이 많긴 많았던가 보다!
각설하고 이사를 마치고 난 이튿날 저녁에 지인들이 대거 휴지세트와 비누세트 따위를 사들고 찾아와서 우리의 이사를 축하해 주었는데 지인 중의 한 분이 5만원짜리 '농산물 상품권'을 주시는 것이었다. 견물생심은 인지상정이요, 또한 공짜는 양잿물을 줘도 좋다고 넙죽 받는 것이랬던가?
아무튼 그처럼 우리집을 찾아주신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술도 마시는데 지인들의 공통된 화제 역시도 전날에 뱡송된 '아파트를 무려 26채나 가지고 있다는' 그 못된(!) 여자에 대한 원성과 분노의 표출이 강을 이뤘다.
고맙다며 받아둔 그 '농산물 상품권'을 들고 다음날에 아내와 함께 농협 농산물 유통센터에 갔다. 이런저런 식료품을 사면서도 아내는 연신 가격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5만원에 맞춰야 한다"며.
그처럼 '없이 사는 아줌마'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아내의 모습을 보노라니 괜스레 그렇게 측은하고 가련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이 평소에 돈을 펑펑 벌어다주지 못하는 참으로 무능한 남편이라는 자괴감에 다시금 가슴이 짠했다. 이른바 '있는' 사람들은 명절같은 땐 그러한 상품권 받은 것도 그야말로 지천이라던데...
어쨌든 그 상품권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보니 새삼스레 나같은 서민들은 크지 않은 금액의 상품권일지언정 상품권은 참으로 편리하고 좋다는 감회가 절절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작년이나 올해나 역시 서민은 적은 금액의 상품권 선물 하나에도 그야말로 '뿅~' 가는 경제적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울적한 즈음이다.
이담에 지인들이 이사를 하게되면 나도 '농산물 상품권'을 선물로 줄 요량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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