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누구나 꿈을 먹고 산다. 하얀 연꽃 ⓒ 우리꽃 자생화^^^ | ||
나에게도 꿈이 하나 있지.
논두렁 개울가에
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밥 먹으라는 고함소리도
잊어먹고
개울 위로 떠가는
지푸라기만
바라보는
열 다섯 살
소년이 되어 보는.
어릴 적에는 누구나 꿈을 꿉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 꿈을 먹고 자랍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바뀌는 어릴 적의 꿈. 어릴 적에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먼훗날 어른이 되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지금 내가 꾸는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전혀 원하지 않았던 그런 꿈을 억지로 깁고 있을까.
소년은 "논두렁 개울가에/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햇살이 파랗게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 눈부신 햇살 사이에는 나의 미래처럼 하얀 뭉게구름이 하나 두둥실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뭉게구름이 서서히 엹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파란 하늘이 되고 맙니다.
소년은 못내 아쉬운 듯 파아란 하늘을 진종일 쳐다봅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으려 해도 하얀 뭉개구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금새라도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파아란 하늘뿐입니다. 그때 소년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 저 파아란 하늘이 바로 드넓은 세상이란 것이로구나. 조금 전에 파아란 하늘을 두둥실 떠다니던 그 뭉개구름이 바로 나로구나. 그래. 세상이란 벽은 하늘처럼 저렇게도 높고도 드넓구나. 나는 저렇게 높고도 드넓은 세상을 떠도는 아주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구나.
그렇습니다. 어릴 적의 꿈, 그 꿈은 어쩌면 파아란 하늘을 떠돌다 문득 사라지는 뭉개구름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년은 그 뭉개구름이 다시 피어오르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는 반드시 뭉개구름이 다시 피어오를 것입니다. 마치 신기루처럼.
전북 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되었습니다. 근데, 시인의 어릴 적 꿈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지금처럼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는 시인이 되는 것이었을까요.
어른이 된 지금 시인은 다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밥 먹으라는 고함소리도/잊어먹고//개울 위로 떠가는/지푸라기만/바라보는//열 다섯 살/소년이 되어 보는."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건너온 세월은 다시 되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소년이 꾸었던 그 꿈을 다시 꾸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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