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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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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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기자의 <기자수첩>

연합뉴스 이충원 기자의 방북소감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왔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물론 이기자를 특별히 다른 기자들 보다 더 좌파적으로 봐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우리나라 언론사의 제법 잘 나가는 평균적인 기자 수준으로 볼 수 있겠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대놓고 자기가 좌파라고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계가 모호하도록 일단 양비론적으로 접근하면서, 북한에서의 돌출행동은 "독재정권의 우상화작업에 극히 일부 인사들이 놀아난 것"이고, 그것을 보도한 사람들은 "일부 보수세력"이나 "극우"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양비론의 숨은 의미는 돌출행동을 하는 인사 - 죽어도 '극좌파'라는 단어는 쓰고 있지 않음을 주의하여야 합니다 - 와 이를 보도하는 극우파 - '극우'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고 있음에 주의합시다 - 를 제외하면 모든 국민은 좌향좌라는 묵시적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행간 행간에 "일부 보수언론과 수구 반통일세력"이라고 계속 따옴표를 쓰며 인용하는 등 보수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계속하며 자신이 좌파 지향적임을 밝히고 있다. "진보가 올바른 의미에서 진보일 때에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말도 자기가 진보파라는 암시를 깔고 있다. 그림에 보이는 이충원 기자 홈페이지 입구의 빨간색 시- 물론 자기 시는 아니고 좌익쪽 유명한 시인의 것이지만 - 도 이를 보충하여 준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기자가, 또 이기자가 말하는 바람직한 통일은 좌파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참담하지만 이런 정도가 평균적인 기자들의 의식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법처리를 한다고 해서 남남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라는 그의 주장은 그냥 해보는 소리라 하겠다. 왜냐하면 인간이 만든 어떤 제도나 사법처리가 어떤 사안의 근본적(?)인 해결에 바로 도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남남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번 제시하여 보라. 남남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극우쪽의 황당한 행태를 공격하는 것만이 올바른 자세인 것처럼 여겨졌다"는 말은 8월 23일 통일부 출입기자단이 강정구 사건이외의 다른 돌출행동 보도는 하지 않는다는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합의 사항을 변명하는 것이며 왜 기자들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또 자기들이 내린 황당한 합의를 자기들 자신은 별로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다른 기자들이야 자기 신문 방송에 안내면 그만이지만 다른 매체에 대한 언론도매상인 연합통신 기자로서는 곤란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말도 안되는 이 합의는 중앙일보에서 8월 23일에 바로 깨버리고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8월 24일 중앙일보를 중징계(?)하는 희한한 결정을 내린다.

이상을 정리할 때 약간의 양비론적인 장치를 제거해보며 이충원 기자의 "기자인게 罪" 라는 글은 결국 같은 좌파로서 좌파에 불리한 점을 손수 - 물론 기자이기 때문에 - 기사화 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쓰다가 결국은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변명 또는 회한을, 손수 - 물론 상관이기 때문에 - 읍참마속을 한 제갈공명에 빗대어 토로한 것으로 보겠다.

사상의 자유는 있으니까 다 좋은데, 하나 도저히 그냥 간과할 수 없는 것은 "17일 소위 '만경대 방명록 사건'이 터진 뒤 18일부터는 속으로 ' 나는 기자도 아니다. 차라리 눈감고 귀막고 다녀야겠다'고 자학하는 심정이었다"라는 해괴한 말이다. 자기 맘에 안 드는 일이 벌어진다고 취재기자가 차라리 눈감고 귀막고 다닌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 시집 가서 봉사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라는 말은 시어머니가 폭악스러운 시집살이를 시키고 며느리가 자신은 정당하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시누이가 의도적으로 자기편에 도덕적으로 불리하다고 이를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자기를 자학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안보고 안듣는 자학(?)을 한다면 부도적한 자학이라고 할 것이다.

기자는 자기편이 유불리를 떠나서, 혹은 불리하더라도, 혹은 불리하니까 더욱더 진실과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특정한 목적에 경도된 보도태도는 그 목적이 아무리 지고의 선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오히려 해칠 것이다. 외부의 검열보다도 자기자신의 사상, 의견, 편견에 의하여 언론 활동이 방해를 받는다면 기자라는 직업을 때려치우고 직업적인 통일운동꾼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 기자가 아무도 몰래 어두운 구석에서 울면서까지 썼다는 "아무리 눈감고 귀막아도 보이고 들리던 - 최소한도의 - 모습"의 그 기사가 실은 별 것도 아님을 볼 때 오히려 허탈한 마음까지 든다. 8.15 방북 취재단은 결국 눈 감고 귀 막고 입 봉하고 다녔다는 말이 아니든가. 지금 이 정도를 가지고도 기자가 저런 모습으로 숨어 울어야 하는 상황이니 앞으로 이 나라 꼴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도 몰래 어두운 구석에 숨어 혼자 울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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