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누구나 고독의 섬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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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누구나 고독의 섬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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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손주나 안아 봤으면···
길 위의 노인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전 생애에 걸쳐 고독을 경험한다. 특히 나이의 증가와 함께 경험하게 되는 노인의 고독은 신체적인 노화로 인한 활동의 제약이나 건강 문제, 자녀와의 별거, 친구의 죽음, 배우자와의 사별, 경제적인 궁핍 등에 의한 것으로 다른 연령층에서 경험하는 것들과는 본질이 다른, 더 심한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현대산업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도시집중과 핵가족화 및 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는 한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1960년 이후 급격한 산업화·도시집중·핵가족화로 인한 사회변동과 가치관의 변화는 전통사회에서 가정의 실권자였던 노인의 가부장적 지위를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소외 계층으로 전락시켰다.

‘국민소득 3만 불’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저변에 한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온 ‘지금의 어르신’이 있다. 정년퇴직으로 사회에서 고립되고 소외 감정을 갖게 되고,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서 세대 간의 갈등과 고립을 느끼며, 부모 자녀 간의 별거로 고독을 겪게 된다. 고독과 소외의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닥치는 문제지만 모든 것을 상실한 상태인 노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인들이 고독과 소외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은 현상은, 우리 사회가 현재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가치가 혼재된 과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전통적 가치로 자식에게 기대하는 반면, 자식들의 실제 대우가 그렇지 못한 경우, 좌절감과 소외감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와 같은 자식과 노인들의 상호 의식이 불균형을 이룰 때 자녀들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살아온 노인들은 허탈감에 빠지게 되고 그 심리적인 갈등으로 인해 자살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노인의 고독감은 정신 병리학적 고독감이 아닌 사회적 역할상실에 의한 사회 심리적 고독감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은 상호 간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때 무료함, 무의미함, 소외감 그리고 고독감을 느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역할 및 지위의 상실, 사회 참여 기회의 상실 등으로 인한 무위에 의한 고통은 노인들의 소외와 고독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러한 노인들의 무료한 상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하는 여가 문제 또한 노인 문제에 있어서 중대한 것이다.

노인의 고독은 선진 산업국가에서도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다. 예를 들면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등과 같은 국가에서는 사회보장제도나 기타의 사회복지제도를 점차 확립하여 우리가 보기에 ‘노인 천국’이라 할 정도의 나라지만, 노인 자살률이 빈곤한 나라들에 비하여 매우 높고,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그들은 상대적 빈곤감으로 더 고독해 하며, 더 나은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독거 노인이 세들어 살고 있는 골목 집. 재개발사업으로철거 중이다. 사진: 배소일

노인 인구 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집단은 혼자 사는 노인이다. 독거 노인 중 50% 이상의 어르신이 ‘몸은 아프고 배는 고프지만, 간병을 할 사람도 차려줄 사람도 없는 삶’ ‘최저 생계비 미만의 소득으로 집세를 내는 것이 전부인 삶’ ‘기댈 곳도 말 한마디 나눌 사람도 없어 외로움에 사무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경제 상황이나 신체 건강의 어려움도 있지만 정신 건강도 매우 취약해서 ‘독거 난민’으로 불리기도 한다.

★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

이들은 함께 사는 가족이 없고 이웃의 무관심 등으로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한국은 OECD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며 독거 노인의 자살률은 훨씬 더 높다.

2018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노인 인구 중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14년 115만2673명에서 2018년 140만5085명으로 매년 21.9%(6만2천5백명)씩 늘어났고 도시보다 농촌 지역 독거 노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 수가 늘면서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 고독사도 크게 늘고 있다. 2017년 65세 이상 사망자 21만7703명 중 무연고 고독사는 835명으로 2013년 458명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대구시의 최근 5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32명에서 2018년 134명으로 4배 정도 증가)

대구시가 만든 노인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의 노인 인구(65세이상)는 34만2천여 명으로 대구 인구의 13%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남구로 20.4%이고 중구는 19.6%이며, 2018년 말 현재 남녀별 독거 노인 수는 남 2만5천918명 여 6만8천169명으로 여자 노인수가 2.6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독거 노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달서구로 1만6천여 명이다.

이 같은 독거노인의 증가 현상은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부모와 같이 사는 가족 형태는 감소하면서 그 비율이 증가한 것“이라고 정은정 대구시 독거노인 담당관은 풀이했다,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만난 독거노인 A(남69세) 어르신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지, 이게 어찌 사람 사는 것인가? 용기가 없어, 오늘도 죽지 않고 눈이 떠진 내가 원망스럽고 불쌍하다네“

수성못에서 만난 B 어르신(남75)은 ”자식이 다섯 명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가 3년도 더 됐어. 내 생전에 소원이 있다면 그저 손자 녀석들 한 번 만나 볼 부비며 실컷 안아 보는 것이지“라며 아무와도 하루종일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처지를 호소했다.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밝힌 C 어르신(여82)은 ”나라에서 주는 50만 원 돈이 고맙긴 하지만 병원비 약값 집세를 제하면 겨울철은 하루 두 끼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요.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이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서는 노인 돌봄과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고 있다. 대구시는 2019년, 지역 노인을 위해 *종합돌봄서비스(2011명) 재가노인지원센터 운영(48개소/6000명) *경로 무료급식소 운영 7개소(1식 2300원) *도시락 1식(3000원), 밑반찬 주1회(6000원/2400명) *마을 반찬 나누기(독거노인이 이웃과 함게 조리한 반찬 나눔/34개소) 사업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어르신 고독사 방지를 위해서는 *노인돌봄 기본서비스(13025명/생활관리사 동원 519명) *독거노인 마음잇기(1200명/자원봉사자 결연, 안부전화 등) *사회관계활성화 지원(540명/심리치료, 건강·여가프로그램 운영) *냉난방용품 20000명에게 지급했다.

거동불편 중증질환 독거노인(1064명)가정에 화재·가스감지센서 등을 설치하여 119와 연계 긴급 구조 지원 및 독거노인 1000가구에 상수도원격검침기 설치 등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 1인 가구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독거노인과 자원봉사자간 1대1마음잇기사업과 사회복지관전용전화착신웰레폰(Welephone)을 통해 안부확인을 하는 등, 구 군과 연계하여 민관협력으로 복지사각지대의 위기가구를 위한 긴급복지사업을 벌이고 있다.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을 하는 노인은 일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낮고, 가구 빈곤도 14.7%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고 사회 참여를 통한 삶의 만족도(특히 소외감이나 고독감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료비 감소에도 기여한다고 발표했다.

이두선 대구시 어르신 일자리 담당 주무관은 ”2020년 65세 이상 대구 어르신 일자리 참여자 수는 금년(참여인원 2만4천144명)보다 3천6백4명이 더 많아집니다“면서 2018년 대구시 예산 8조8천221원 중 10%에 해당하는 8천6백1십만 원이 어르신 복지예산(기초노령연급, 일자리사업 등)이라고 밝혔다.

노인들이 건강돌봄 프로그램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 달서노인 종합복지관

★ 노인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자원봉사단체에 참여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

노인이 느끼는 소외나 고독감 해소에 국가나 지자체, 복지봉사단체, 종교단체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외골수’ ‘대인기피’ ‘할 일도 이웃도 없다’는 무위의 입장에서는 ‘고맙긴 하지만' 이러한 복지 시스템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 될 수 없다. 노인 스스로가 자립수할수있는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더 악화될 수 있다. 

대구시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김진홍 관장은 어르신 스스로가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일자리사업이나 자원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길 권한다.  "구청마다 운영 중인 노인복지회관이나 경로당 등, 노인을 불러주는 어떤 모임에도 참여해 일자리와 봉사기관에 대한 소속감을 만들면, 빈곤과 건강과 고독, 무위 고리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어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관장 자신이 바로 ’베이비부머‘세대여서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지금보다 더 혹독하게 겪게 될 것이라면서 씁쓸해 했다.

#베이비붐 세대: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그 연령대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지칭한다. 제2차세계대전 기간 동안 떨어져 있던 부부들이 전쟁이 끝나자 다시 만나고,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생겨난 세대로 '베이비부머'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베트남 전쟁 참전 전까지인 1963년 사이의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

#초고령사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로, 통계청은 2017년 고령사회가 된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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