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이사회에 한 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두도록 권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둔 가운데, 이 개정안의 직접 대상이 되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 중 여성 등기임원을 두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기업 중 여성 등기임원을 둔 곳은 27곳으로, 이 중 여성 사내이사를 둔 곳은 호텔신라, 네이버, 삼성카드 3곳뿐이었다.이에 따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무는 아니지만 대기업들은 2년 안에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9일 CEO스코어가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상장사 자산총액 2조 원(2018년 결산 개별 기준)이 넘는 143개 기업의 등기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064명 중 여성 등기임원은 32명(3.0%)으로 집계됐다.
여성 등기임원의 대다수는 사외이사로 전체의 84.4%(27명)에 달했고, 사내이사는 9.4%(3명)로 한 자릿수 비중에 그쳤다. 나머지 2명은 대주주기업 소속 기타비상무이사였다.
전체 상장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3명인 지역난방공사였고 삼성전자-OCI-에쓰오일이 각각 2명이었다. 이어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효성, 네이버, KT&G,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CJ ENM, 카카오, 넷마블, 삼성전기, 아모레퍼시픽, 금호타이어, 한온시스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B금융, 하나금융지주, 현대해상, 호텔신라, 삼성카드, 동양생명이 1명의 여성 등기임원을 두고 있었다.
여성 사내이사 3명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를 비롯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 이인재 삼성카드 디지털본부장 부사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로, 2010년 대표로 취임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서비스1본부장을 비롯해 서비스총괄이사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인재 삼성카드 부사장은 삼성카드 최초 여성 부사장으로, 2007년 삼성카드 정보전략담당 상무를 시작으로 경영혁신실장 전무, 디지털본부장 전무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준수 여부를 자율공시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 법률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심의만을 남겨둔 상태다.
기업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법 개정의 산파 역할을 한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장은 “여성 등기임원을 의무화한 원안보다 축소돼 아쉽기는 하지만 최초로 기업 이사회의 다양성을 권고한 법으로 의미가 크다”며 “해외 연기금 등 전세계 금융투자업계가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다양성 등 비재무적 요소도 고려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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