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전위의 대명사 ‘극단 성북동비둘기’,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으로 2019년 대미 장식…뚝섬플레이스 첫 개관 공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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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과 전위의 대명사 ‘극단 성북동비둘기’,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으로 2019년 대미 장식…뚝섬플레이스 첫 개관 공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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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둥지 '뚝섬플레이스' 첫 개관 공연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장 주네’ 원작! 부조리극의 결정체 ‘하녀들’이 김현탁 연출과 극단 성북동비둘기 배우들에 의해 ‘메이드 인 스타그램’이란 제목으로 성수동에 위치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창작공간 ‘뚝섬플레이스’에서 12월 6일부터 29일까지(평일 저녁 8시, 주말 오후 3시) 공연된다. 

이번 공연 ‘메이드 인 스타그램’은 그 무대를 원작의 배경인 1947년 프랑스가 아닌 동시대, 그것도 현실 세계가 아닌 SNS 계정 안으로 가지고 온다.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원작의 내용을 인스타그램이라는 형식을 통해 새롭고 다채로운 연극적 언어로 풀어낸다.

극단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둥지 <뚝섬플레이스> 개관 공연!

몇 년 전 단체의 공간은 성북동에 있었고, 또 몇 달 전에는 한남동에 있었다. 대학로의 끝이자 성북동의 초입에 있던 <연극실험실 일상지하>와 한남동 막다른 구석에 있던 <한남대로158>이다. 두 공간은 둥지를 튼 이래로 이들의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그 몫을 톡톡히 다해 왔었다. 이곳에서 <메디아 온 미디어>, <세일즈맨의 죽음>, <열녀 춘향>, <하녀들>, <BYE CYCLE>, <혈맥>, <변신BSL>, <천기누설 킹교인> 등 고전에 기반을 둔 작품을 새로운 감각으로 해체·재탄생시켰었다.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그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 곳이 서울숲역에서 10분, 뚝섬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뚝섬플레이스> 이다. <뚝섬플레이스>의 공간은 통상적인 지하가 아니라 지상(2층)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공간은 공연장이자 동시에 연습실 게다가 생활공간이기까지 하다. 많은 이들이 창작공간의 공간적 특수성을 주목하고 있고 꾸미지 않은 물리적 빈약함이 연출과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채워지는 과정은 실로 흥미로울 것이다. 

하녀들, SNS의 바다에 빠지다

현실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SNS로 달려간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빠져 앞사람을 보는 일이 사라지고, 가족 식사에서 잠시 대화하다 각자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맛있는 음식이 나와도 경치가 좋은 곳에 가서도, SNS에 사진을 공유하느라 분주하다. 타인의 관심과 호의적인 반응 즉, 보상과 칭찬을 위해 기꺼이 SNS 바다에 뛰어든다. 결국 관계에 중독된 것이고 ‘좋아요’에 빠진 것이다.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SNS 중독으로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제일 큰 특징은 실제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SNS에 집착하게 되고 중독까지 이르게 된다. 중독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인간관계에 중독된다. SNS 중독은 가상관계 중독이다. 억압되고 소외당한 현대인에게 표현의 배출구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상처가 잊히고 삶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그 달콤한 순간엔 알지 못한다. 그것은 거짓 열정이고, 가짜 에너지라는 것을, 중독에서 벗어나는 순간 바다 속 심연으로 깊숙이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간다는 것을.

역할놀이와 가면 인생

이번 작품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일상화 된 현재, 타인의 사진과 일상 그리고 인생을 도용해 온라인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온라인상에서나마 살고 싶어 하는 심리인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부러워하고 또 그 사람처럼 살고 싶다. 그 사람의 사진이나 온갖 단서를 가지고 자기가 그 사람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남들에게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정신 병리 상황에 들어간 것이다.

이른바, SNS상의 가면 인생이자 원작 하녀들의 ‘역할놀이’다. 

장 주네 원작에서도 하녀들은 그들의 주인인 마담의 방으로 들어가 마담의 옷을 꺼내 입고 마담의 이름을 가져와 자기 자신을 버리고 마담이 되는 ‘역할놀이’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현실세계가 아닌 비현실세계에서나마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한다. 본 공연 [메이드 인 스타그램] 은 현대 SNS 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가면인생'의 비극적 결말을 원작의 ‘역할놀이’에서 비롯된 비극과 접목해 짚어보고 SNS와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부조리’한 현실? 결국 ‘좋아요’ #메이드인스타그램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가 보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후보가 장애인 복지회관에 가서 봉사를 하고 지체 장애인의 몸을 씻겨주는 모습들을 촬영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선행을 알리려 사진을 찍겠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국회의원이 베푼 호의가 장애인에게는 치욕스러운 것이다. 

어떤 정의로운 직원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불의를 만천하에 고발한다. 그리고 정의로운 고발자는 맞고소를 당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안다. 결국 감옥으로 가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어처구니없게도 불의를 고발한 사람이 치욕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극단 성북동비둘기 성수동 뚝섬플레이스 연극 '메이드 인 스타그램'

 

장 주네의 <하녀들> 역시 소외된 인간(피지배층)과 소외되지 않은 자(지배계층) 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외된 인간인 하녀와 소외되지 않은 자인 마담. 하녀들은 마담을 동경하는 동시에 증오한다. 마담은 그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그 호의는 오히려 하녀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결국 하녀들은 정의를 지키려면 마담을 죽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연극놀이에서도 마담을 죽이려 하고 현실에서도 죽이려 하지만 둘 다 실패한다. 그 실패는 1940년이나 현재나 프랑스나 대한민국이나 다를 바 없다. 시,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본 공연 ‘메이드 인 스타그램’은 그런 부조리한 현실 세계를 외면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맞서라는 것도 아니다. 또 부조리 철학의 핵심 주제들을 다룬 극 내용에 그치는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그 주제들을 현대인의 삶 속에 나타난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역점을 두며, 현실 부조리와 가장 현실의 부조리를 마주한 감정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미디어에 미디어를 담다

보이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장치를 지나 포장되거나 변주되며, 편리하게 여러 가지 감정 사이를 오갈 수 있다. 그러니, 보이는 것은 가상이다. 자, 여기 희대의 살인 자매가 있다. 마담을 죽인 하녀들. 이 미친 광기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것도 진실 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차라리 진실인 척하지 않는 것이다. 본 공연에서 원작의 이야기 속 그녀들의 진실에 대한 초점은 흐릿하다. 그럼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가. 바로, 내용이 아닌 방법, 형식이다. 공연은 리얼한, 그래서 무난한 ‘하녀들maids’ 이 되는 것을 애써 피해, ‘메이드made’ 가 되며, 더 나아가서는 매체media를 본격적으로 고민한 [메이드 인 스타그램]이 된다. 

본 공연은 물론이고 성북동비둘기와 연출가 김현탁을 이야기 할 때 중요한 것이 바로 ‘텅 빈’ 매체mass media에 대한 비판이다. 그렇다고 매체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폭로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체의 허상을 까발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까발리는 행위 자체다. 대중매체를 차용하면서 연극과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찾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이고, 작품은 그 매개물로서의 연극과 연극의 관객에 관한 탐구이다. 이로부터, 관객은 타 매체를 통해 경험한 시선이, 연극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게 되는 재미에 빠진다. 그 순간, 관객 눈앞에 있는 낯선 연극은 분명한, 진실이 된다.

전위와 파격의 대명사, 연출가 김현탁 

김현탁 연출은 이미 한국 연극계에서 자생적 아방가르드의 대표주자로 이름이 난 연출가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연출가로 매 해 외국 유수 축제나 기관들로부터 초청을 받고 있다. 내 년에도 이탈리아 초청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작업과 작품은 항상 국내외 많은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호불호가 명확히 나뉘고 때론 공연장을 치열한 격론의 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김현탁 연출의 뻔뻔한 상상력과 새로운 시선은 항상 ‘교감’이라는 말로 관객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낸다. 이번 공연 또한 그 동안 협소한 연극 담론의 틀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이고 김현탁 연출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작업의 틀과도 조금은 다른, 그야말로 또 다시 자유로운 시선인 것이다. 김현탁 연출의 자유로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보는 이들도 새로운 시각장이 열리고, 이 새로운 시각장 속에서 보다 생산적인 관점들이 생성될 것이다. 그것이 욕망에 대한 것이건, 연극에 대한 것이건!  

아방가르드의 전서구, 극단 성북동비둘기

동시대 한국 연극의 경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 수 있다. 드라마에 충실한 재현 연극, 그리고 개념적인 작업에 초점을 맞춘 퍼포먼스. 그러나 극단 성북동비둘기는 이 둘 사이, 곧 연극과 연극 바깥 사이의 경계 위에서, 연극성을 끝없이 의문에 부치며 실험을 거듭하는 동시에 순수 연극정신을 또한 치열하게 추구해가는 작업을 한다. 요컨대‘연극’이라는 경계 안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실험을‘수행하는’ 것이다. 특별히 고전 작품을 해체/재구성하는 작업을 주로 하며, 대표작으로 <세일즈맨의 죽음>, <햄릿> 등이 있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제 48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메디아 온 미디어>, <하녀들>로 2011 PAF 연극연출상을, <혈맥>으로 제 50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과 <자전거-Bye Cycle>로 제51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은 2018년 하이델베르크 축제와 캐나다 아트마켓에서 초청 공연을 가졌으며 <메디아 온 미디어>는 2016년 크루지나포카, 2014년 6월 시비우 국제연극제(루마니아)와 2014년 7월 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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