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에서 김정일 정권 제거까지
햇볕정책에서 김정일 정권 제거까지
  • 홍경수
  • 승인 2002.08.2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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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햇볕정책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김정일 정권 제거의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햇볕정책에 대한 부시의 견해는 대부분의 건전한 우리 국민의 견해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한 세력은 진보를 가장한 일부 친북 집단일 뿐 대다수 우리국민은 햇볕정책이 이런 상태 대로면 안 된다고 반대해왔고 조작된 여론에 밀려 이를 견제할 수단이 별로 없어 절망하고 있던 차였다.

우리는 햇볕정책을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인 햇볕정책은 안 된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하나의 정략이어야 하고 암묵적인 최종 목표는 김정일 정권의 제거에 모아져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흡수통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세습체제의 김정일은 공생 대상이 아니고 북의 인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와의 통일 협상으로 평화공존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김대중 햇볕정책은 목표도 지조도 없이 떠돌이 구걸행각만 일삼으니 국민의 실망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햇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것이 우리의 장기적 목표로 추구되는 것이라기보다 단기적 승부를 노려 당대에 어떤 가시적 성과를 얻어보려는 김 대통령의 조급성·집착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햇볕」이 문제라기보다 「햇볕만의 정책(sunshine only policy)」 이 문제라는 것이다. 남남분열까지 무릅쓰고 강행할 때에는 그 결과는 보나마나한 것이었다.

2000년 南北정상회담 직후 北은 북한軍에게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려보냈다.

“당이 평화통일 구호를 높이 들수록 군대는 싸울 준비를 더욱 다그쳐야 하며, 우선적으로 전투정치훈련을 강화하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의 통일관은 본질에 있어서 무력 통일관’이라고 지적했다” “군인들은 평화통일과 관련한 그 어떤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하며, 적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평화통일에 대해 사소하게나마 미련을 가져서도 절대 안 된다” (북한군 ‘학습참고자료’에서)

우리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김대통령은 치적 제일호의 환상에 젖어 축배를 들고 있었다.

부시도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취임 초에도 지금도. 그런데 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생각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자세히 알고 있으며 이북에 퍼준 것이 어떻게 씌어지는지는 우리보다 더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햇볕정책은 이산가족상봉 즉 "햇볕정책의 핵심은 가족들이 만나는 것”이라며 햇볕정책을 남북한 주민들의 교류에만 한정하는 인식을 내비쳤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남쪽에다 쓸게 아니니 신경 쓸 게 없다는 통일원장관이나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충성심으로 과민 반응하는 민주당졸장부를 끼고 대통령이 어찌 제 구실 하게 생겼나. 도대체 북한도 그 흔한 군중 규탄대회 한번 열지 않고 「말로만 세게」 나왔는데 남한의 소위 집권당이란 사람들이 왜 그토록 북한입장을 가로맡아 길길이 뛰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망둥이들은 김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관계…』라는 말에 멋쩍게 됐지만 민주당 저격수들은 앞장서 「부시 때리기」를 부추기고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가장…』이라며 다른 말을 하고… 마치 양동작전처럼 보였다. 이런 것들이 그동안 진보를 가장한 친북 세력과 방송 나팔수들이 국내 여론을 조작 오도한 결과로 사태를 오판한 결과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은 부시정책, 최상의 목록이다. "인종청소"를 저지른 악한 밀로세비치에게 대량살상무기가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김정일은 같은 민족을 짐승처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밀로세비치보다 더 악하다. 이런 김정일에게 위험한 무기가 많은 것은 분명 세계의 불안요소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포한 부시가 이를 못 본 체 한다면 그의 반 테러전쟁 선포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다.

부시는 말했다. "북한을 포용하려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북한에 의해 거절된 데 대해 실망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포기하고 투명하게 검증절차를 밟는다면 우리는 당장 경제 교류를 할 것이며 그들과 가족이 될 것이다" 라고.

부시는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탰다. 재래식 무기의 후방 배치다. DJ는 재래식 무기 협상만큼은 남북한간의 문제라며 북한을 감싸려 했지만 부시는 이를 정면으로 반격했다. 미사일에 대해서는 매년 10억 달러의 돈을 달라고 떼를 쓰던 북한이다. 미사일 개발은 자위권에 속한다고 당당하게 맞섰던 북한이다. 그런 북한으로서는 금전적 보상은커녕 재래식 무기까지 후방으로 물리라는 부시의 요구에 절대로 응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어야 문제가 풀린다는 식의 유치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싫어할 말은 꺼내지 않겠다는 식의 자세로는 형식적 대화는 몰라도 북한의 실질적 변화는 유도할 수 없다. 대량파괴무기는 미국이 알아서 하고 재래식 무기는 우리에게 맡기라고 하여,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속보이는 역할분담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 우리가 북한의 수많은 테러의 피해자였을 때 미국은 동서냉전 관리의 맥락에서 한국의 자제를 요청했었다. 9·11 이후 테러근절 차원에서 대량파괴무기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대처에 있어서 도 직접 당사자인 한국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국제적으로 신뢰할 만한 수준에서의 검증을 충분히 허용한다면, 한국정부의 북한을 향한 지원정책은, 아무리 그 지원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초당적이면서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북한은 자신의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그것에 연결된 계획들에 대해 한국과 태평양지역국가들이 갖고 있는 의혹을 씻어주기 위해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의 완전 중단 및 남북 사이의 반 테러리즘 공동선언채택 등이 그 첫걸음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특히 강조되는 까닭은 북한정치체제의 특이성에 있다. 이 체제는 김정일 일인 독재 권력, 그리고 그 주변 특권계급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인민의 기본권은 얼마든지 억압한다. 특히 식량난이 극심해진 1980년대 후반 이후 벌써 20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수백만 명을 굶어죽게 만들면서도, 지도자의 환갑이라고 해서 대규모의 축제를 벌이는 이 우스꽝스러운 작태를 만천하에 자랑하며 드러내는 비인도적 정권이 이 세상 또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극단적인 비인도적이면서 자신의 국민에 의해 견제를 전혀 받지 않는 정권이 대단히 위험스러운 무기를 손에 넣었거나 넣으려고 한다는 데서 이 지역 국가들은 긴장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의 9·11테러는 테러리즘을 국가적 차원에서 후원하는 정권들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로서는 1차 적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대규모 정예군의 휴전선 근접배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들 가운데서도 특히 우선적으로 지적하게 되는 것은 핵무기와 생물학무기 및 화학무기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이 무기들을 운반하는 수단으로서의 미사일 등이다. 이 무기들이 쓰여지는 경우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민족 전체를 공 멸시킬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재발은 단호히 반대한다. 그것은 어떤 명분 아래서든 민족 전체에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평화다. 그것을 위해 북한으로서는 대량살상무기 검증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북한에 싸움을 건 미국이 김정일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쳤다고 해서 물렁물렁하게 그냥 물러날 수는 없다. 대화의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는 명분을 앞세워 미국은"이제는 매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명분을 쌓을 것이다.

단지 대량살상무기를 내놓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물리적으로 때린다는 것은 국제적 명분이 좀 약하다. 그래서 부시는 국제적 명분을 쌓고 있다. "김정일은 주민을 굶기고 자유를 억압하고 심지어는 인육까지 먹게 만들면서 악성 무기를 만들어 수출하고 서울 불 바다 무기를 증강하면서 남한의 자유까지 박탈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킬 것이다. 그렇게 해서 김정일 정권 제거의 명분 쌓기를 진행시킬 것이다.

"나는 자유를 옹호하고, 보다 많은 인류에게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김정일 같은 악한을 제거해야 하겠다"고 말하면 국제사회는 부시를 지지할 것이다. 이 이상 더 훌륭한 명분이 어디 있겠는가? 유고의 밀로세비치 역시 "인종청소"를 저지르는 독재자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미국을 지지했고, 나토 국들이 힘을 합쳐 주었다. 김정일을 제2의 밀로세비치로 이미지화하면 미국은 얼마든지 국제적 호응을 받으면서 김정일을 제거할 수 있다.

올 여름에는 지방선거와 월드컵, 두 큰 행사가 있다. 그리고 곧이어 6월 장마와 8월 태풍이 줄줄이 들이닥친다. 그러고 나면 어느 틈에 가을이 왔나 싶다가 이내 다시 대통령 선거가 휘몰아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4월이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쯤 뒤면 한나라당도 대통령 후보를 낸다. 이렇게 보면 김대중 대통령에게 남은 정치적 햇볕은 몇 달 안 남았다.

김 대통령 자신은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했을 때 『과욕 할 생각이 없다. 이제는 마무리하겠다.』 「통일 물꼬도」자신이 다하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나 찬물을 끼얹는 개각이 있었다. 최경원 법무장관을 「특정 고 출신」이라 목자르고 한번 물러났던 측근을 도로 다 데려다 놨다. 『흥, 그러면 그렇지. 김 대통령은 최후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타입이야….』 『그걸 또 믿은 내가 잘못이지….』!

그러다가 또 헷갈림을 느낄 수밖에 없는 파동이 왔다. 바로 부시의 「악의 축」발언이었다. 부시 발언은 이제 와서 보면 북한에 대한 대화거부나 선전포고가 아니었다. 단지「북한의 본질 : 인민은 굶어죽는데 대량살상 무기만 수출하는…」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자명한 본질을 지적한 것에 대해 북한도 아닌 남한에서 엄청난 파동을 불러왔다. 한마디로 김 대통령의 임기 말 마지막 기회가 모호해졌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무엇이 되게끔 돼 있지가 않은 것이다.

김 대통령 보좌 팀으로서는 지금의 정계 판도를 그대로 대선 까지 끌고 가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다. 이회창씨뿐 아니라 이인제씨도 그들에 대해 100% 안도감을 주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남·북」을 빙자한 정계개편 같은 것에 유혹을 느낄 법도 한 일이다. 실제로 민주당 중도개혁 포럼은 내각제를 고리로 한 정계개편 구상을 표면화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그 기폭제가 될 「남·북」이 최근의 「미·북」 소용돌이로 그만 김새버린 것이다.

다만 김 대통령이 해야 할 한가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작금의 게이트 시리즈를 임기 끝나기 전에 말끔히 파헤치는 「의무」다. 그러지 않으면 그의 퇴임 후에 또 무슨 청문회다 무엇이다 하여 세상이 시끄러워질 터이니 말이다. 국민은 보다 나은 미래를 원하지 과거에 발목잡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올 여름까지 남은 시간을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비리 척결에 최대한 집중시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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