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지난달 10일부터 12월 8일 까지 두 달간 서용선 개인전 《통증.징후.증세: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를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분단의 현실과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과 같은 최근의 사건까지 다룬 신작 회화와 드로잉 입체작업까지 100여점을 선보인다.
서용선은 80년대부터 다작의 형상 작업을 해온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단종의 죽음, 임진왜란, 동학농민전쟁, 한국전쟁과 분단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사건들과 비극적인 상황들 속에서 갈등하고, 고통을 견뎌내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의 고유한 조형 언어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서용선은 특히 지난 20여 년 동안 여전히 민감하게 여겨지는 한국전쟁과 그 전과 후에 있었던 사건들에 관한 기억, 기록 그리고 재현의 문제에 몰두하여 왔다. 한국전쟁에 관한 주제는 그의 예술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 있으면서도 또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전쟁은 서용선에게 가장 밀접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1951년생 서용선은 전쟁 직후, 서울에서 태어나 미아리 정릉 등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미아리 공동묘지가 철거되고 그 곳에 세운 것이었다. 전쟁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아져 미아리 공동묘지가 포화상태가 되고 망우리 공동묘지로 묘지 이전이 진행됐다. 미아리에 살았던 서용선은 어린 나이에 그 과정을 다 목격했다. 운동장 한쪽에 뼈들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수업을 했다. 어마어마한 공동묘지가 학교 앞 산을 덮고 있었는데 그것을 포크레인으로 파내고 뼈에 있는 살을 긁어 내는 장면까지 봤다. 그곳에 무허가 판자촌이 생겨났고 세월이 흘러 미아리는 미아동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습을 상상할 수조차 없게 고층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전쟁 발발 바로 다음해에 태어나 작가는 전후 한국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한반도는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그것은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 낸 독립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을 각각 점령한 강대국의 이데올로기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지금까지 이어져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반공과 종북의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며, 지역 간의 갈등, 소통 불가한 세대 간의 격차로 나타난다. 서용선은 이러한 상황을 사건과 함께, 장소와 관련된 인물 초상으로 같이 그려낸다.
그가 그린 <제 3의 선택, 김명복>은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한 달 만에 포로 잡혀 북한 송환도 남한으로의 귀환도 아닌 제 3국을 선택해 브라질에서 60여년을 산 전쟁포로 김명복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전쟁포로를 다큐멘타리로 제작하는 조경덕 감독과 함께 서용선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고 작가는 그의 초상을 그리게 된 것이다.
서용선은 이번 전시에는 이처럼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의 인터뷰와 작가 개인의 경험을 통해 한국전쟁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작업을 준비하면서 인터뷰한 내용과 작가의 음성이 들어간 영상 작업이 같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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